與, 산은 민영화 '다시 메가뱅크로'?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8.11.2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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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민영화 관련 여권의 구상이 바뀌고 있다. 당초 구상안은 산은의 단독 민영화다.

투자은행(IB)으로 산은 지주회사를 설립해 민영화하는 한편 이와 별도로 정책 금융을 담당하는 한국개발펀드(KDF)를 만들겠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무엇보다 산은 민영화의 벤치마크였던 'IB 모델'이 흔들린 여파가 컸다.



실제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이후 IB 모델보다 IB를 병행하는 기업금융 중심의 투자은행(CIB)쪽으로 추세가 바뀌었다. '벤치마크 모델'이 변한 만큼 시나리오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여당 내 기류다.

한나라당 정책위 핵심 의원은 24일 이와관련 "산은은 투자은행 육성 문제를 우선적으로 설명하지만 산은의 최우선 과제는 수신 구조 확충"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가 어려워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외국 투자은행의 사례처럼 도산 가능성이 크고 제값에 파는 게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40여개에 불과한 점포를 갑자기 늘릴 수는 없는 노릇. '단독 민영화' 대신 '메가뱅크(타 은행과의 합병)'안이 다시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 정책위 핵심관계자는 "민영화로 가기 위해선 수신 기능 확충이 시급한 과제이며 시중은행과 인수합병(M&A)이 없으면 수신기능 문제의 해결이 불가능하다"면서 "산은은 시중은행과의 M&A를 먼저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메가뱅크안의 부활로 풀이된다.


'산은 지주회사' 설립을 법에 명시하겠다던 기존 민영화 방안을 반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산은 지주회사를 산은법에 규정해두면 법을 고치지 않는 한 산은 지주회사는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누가 산은과 M&A를 추진하겠냐"는 설명이다.

산은 민영화의 다른 축인 KDF를 바라보는 시각도 기존과 달라졌다. 아예 KDF 대신 '정책금융공사(가칭)'란 새로운 명칭까지 내놨다.

가장 큰 차이는 중소기업 지원 문제. 중소기업은행, 기술보증신용기금, 신용보증기금 등 중소기업 지원을 담당하는 기관이 존재하는 만큼 기능이 중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 관계자는 "산은이 중소기업을 직접 지원한 사례는 많지 않다"며 "민영화 이후 분리된다고 해서 중소기업 지원 기능을 추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정부 구상이 중소기업에 항시 물을 공급하겠다는 것이었다면 정책금융공사의 경우 어려울 때 정책 금융을 지원하는 소방수와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측도 당초 KDF 대신 중소기업 지원 기능을 뺀 정책금융공사 설립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같은 민영화 궤도 수정 이면에는 산은을 향한 여권내 좋지 않은 시각도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한 인사는 "정부안이 만들어질 때 산은의 입장이 지나치게 반영됐다는 데 당내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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