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 펀드 판매보수 '생색내기'

임상연 기자, 박성희 기자 2008.11.24 14:25
글자크기

규모 큰 타사 펀드는 손 안돼… 투자자 "모두 내려라"

은행 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의 판매보수 인하가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어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펀드 판매사들이 계열 자산운용사의 단독펀드(판매사가 한 곳인 펀드)에 국한해 판매보수를 인하하면서 여타 단독펀드 투자자들과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민은행, 신한은행,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생명 등은 주식형펀드 판매보수를 20% 인하했다. 문제는 판매보수 인하 대상 펀드가 모두 계열사의 단독펀드에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계열사인 KB자산운용의 10개 단독펀드의 판매보수를 20% 인하했으며, 미래에셋증권 (20,500원 ▼150 -0.7%)과 미래에셋생명도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38개 단독펀드에 한해서만 판매보수를 20% 낮췄다. 이에 앞서 신한은행도 계열사인 SH자산운용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7개 단독펀드에 대해 판매보수를 20% 내렸다.

이처럼 펀드 판매사들이 계열사의 단독펀드에 한해 판매보수를 인하하면서 여타 단독펀드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다. 계열사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단독펀드는 판매사의 의지만 있으면 약관변경으로 쉽게 판배보수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단독펀드인 ‘미래에셋3억만들기인디펜던스주식K-1’에 가입한 A씨는 “같은 펀드 투자자이고 똑같이 손실을 봤는데 누구는 보수를 인하해주고, 누구는 안 해주는 것은 도대체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펀드 판매사들이 계열사의 단독펀드만 판매보수를 인하하는 것은 보수인하에 따른 수익감소를 우려해서라는 지적이다. 주요 판매사인 시중은행들은 계열사 단독펀드보다 여타 운용사의 단독펀드 규모가 큰 것이 보통이다.

실제 국민은행이 판매보수를 내린 계열사의 단독펀드 10개는 설정액이 총 61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국민은행에서 단독 판매한 ‘미래에셋3억만들기인디펜던스주식K-1’ 한 개 펀드의 설정액(1조6688억원)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국민은행에서 단독 판매한 미래에셋 펀드의 총 설정액은 11조원(주식형펀드)이 넘는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판매사가 고통분담 차원에서 판매보수를 인하한다고 선전하면서 한편으론 보수인하에 따른 수익감소를 최소화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며 판매사들의 생색내기식 보수인하를 꼬집었다.

펀드 판매보수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일자 판매사들은 여타 단독펀드에 대해서도 보수인하를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여타 단독펀드에 대해서도 최근 개정된 판매보수 표준약관에 따라 스텝다운(이연판매보수) 방식으로 보수를 인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여타 판매사들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스텝다운 방식으로 판매보수를 인하해도 투자자간 형평성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업계관계자는 “펀드 투자자들의 평균 가입기간이 1년이 채 안 되는 상황이라 스텝다운 방식을 도입해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보수인하 효과가 크지 않다”며 “펀드 투자자간 형평성을 고려한다면 똑같이 일률적으로 보수를 인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