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이젠 매각說마저.. 쉽지만은 않다

유일한 기자, 홍혜영 기자 2008.11.2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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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권의 공룡인 씨티그룹의 향후 진로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시장 신뢰 상실로 연일 주가 폭락의 위기에 놓인 씨티그룹은 21일(현지시간) 긴급 최고경영진회의를 열고 생존을 위한 다각도 논의에 들어간다. 회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부 계열사 매각에서 부터 전체 매각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 스미스바니 증권을 비롯해 다수의 금융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금융지주회사 씨티그룹의 매각 가능성 소식은 즉시 증시에 긍정적 신호로 비쳐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첫 보도 이후 폭락중이던 아시아 증시는 3% 넘게 반등했다.



씨티그룹이 알짜 계열사를 매각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거나 인수자를 찾아 합병에 성공한다면 파산을 충분히 피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살아난 것이다.

그러나 매각 결정이 쉽지만은 않다는 분석이다. 씨티의 사정에 정통한 국내 금융계 관계자는 "씨티그룹은 미국에서 가장 큰 금융지주회사이며, 미국을 상징하는 씨티은행을 소유하고 있다"며 "250억달러 혈세를 투입한 미 정부가 씨티그룹 전체를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주사 매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재무적 차원의 우호적 투자자에게 지분 일부를 매각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가능하지만 그룹을 매각한다는 사안은 차원이 다르다. 다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씨티그룹의 1인 최대 주주는 75억달러를 들여 4.9% 지분을 확보한 아부다비투자청이다. 4% 미만의 지분을 보유중인 사우디아리비아의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는 전날 씨티 지분을 5%까지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왈리드 왕자는 1990년대초 5억5000만달러를 들여 씨티그룹 지분 5%를 인수했었다. 경영권을 좌우하는 단일 지배주주는 없다. 씨티는 이사회 중심의 경영체제가 확고하다.

이런 상황에서 씨티의 매각이나 합병건은 현실적으로 최대주주의 지위에 오를 수 있는 지분을 다른 금융회사에 파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외국계 금융회사는 배제될 것이다.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가 그나마 가능한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이둘은 이번 금융위기로 타격을 입고 상업은행으로 방향을 틀었다. 씨티를 인수하면 '한방'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씨티의 현 최고경영자인 비크람 팬디트는 모간스탠리에서 오랜기간 경력을 쌓았으며, 모간 CEO인 존 맥과 지금도 가깝다. 골드만삭스는 씨티의 고문인 로버트 루빈 등이 골드만삭스 출신이다. 은밀한 협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씨티를 인수하면 막대한 부채도 떠안아야하는데, 현시점에서 이런 위험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매각이 조기에 가시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폭락한 주가를 부양하는 방안은 논의될 수 있지만 마땅한 인수자가 없는 씨티 매각은 쉽게 진척될 수 없다는 것이다. 씨티 경영진도 "주가안정 방안을 원하지만 현 시점에서 회사 매각이나 분할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엇갈린 전망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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