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 성장… 상반기 '제로성장'?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11.2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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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만수 "내년 2%대 성장 가능성"
- UBS, 한국 내년 마이너스 성장 전망
- 모간스탠리 "내년 수출 -5% 역성장"

내년 2% 성장… 상반기 '제로성장'?


미국발 경제위기의 충격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도 하루가 다르게 추락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내년 실질 성장률이 2%대에 머물고, 심지어 상반기에는 '제로 성장'에 그칠지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엄습하고 있다. 수출에 대해서는 '역성장'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 출석, 내년 성장률이 2% 중후반에 그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2% 중후반으로 전망되지 않느냐"는 김광림 한나라당 의원의 물음에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답했다.



정부는 최근 국회에 수정예산안을 제출하면서 내년 성장률을 4%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실물경제 침체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디플레이션(장기적 물가하락)에 대한 우려까지 커지면서 정부 내부적으로는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한국이 내년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이날 스위스계 대형 투자은행 UBS은 내년 한국의 성장률이 -3%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던컨 울드리지 UBS 아시아지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내년 한국경제가 1.1% 성장할 것이라던 우리의 기존 전망이 너무 낙관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이라며 "한국에는 커다란 신용 거품이 있고, 정부는 이 거품의 붕괴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실제로 마이너스 성장을 한다면 1998년 -6.9%의 성장률을 기록한 뒤 11년만에 최초다.


모간스탠리도 이날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8%에서 2.7%로 내려잡았다. 내년 우리나라의 개인소비가 0.5% 줄어드는 등 소비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모간스탠리는 우리나라의 수출도 내년에 -5%의 역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이달 18일까지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이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2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등 주요 수출대상국들의 실물분야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데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에 대해 내년 2%대 성장을 예상하는 것은 그리 새로운 일이 아니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도 16일(현지시간) G20(선진+신흥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워싱턴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당초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3.5%로 봤지만, 앞으로 조금씩 낮춰 3% 이하(2%대)로 발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IMF는 이미 내년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경제가 일제히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선진국 경제가 모두 역성장하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만약 우리나라의 내년 전체 성장률이 2% 수준에 그친다면 상반기에는 1% 성장에도 못 미치는 사실상의 '제로 성장'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 올해 경기흐름이 '상고하저'였음에 비춰 내년 성장률(전년대비)은 반대로 '상저하고'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점에서다.

하반기에는 글로벌 신용경색이 조금씩 풀리면서 성장률이 상반기보다 2%포인트 이상 높아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전체 성장률을 3.3%로 예상하면서 상반기 2.1%, 하반기 4.4%의 성장률을 전망했다.

따라서 만약 내년 전체 성장률이 2%에 머문다면 상반기는 0%대, 하반기는 3%대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한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은 어느 누구도 내년 상황을 예단할 수 없다"며 "만약 미국 자동차 빅3 파산, 씨티그룹 유동성 위기 등 최악의 시나리오들이 현실화된다면 내년 상반기 '제로 성장' 또는 '마이너스 성장'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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