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美금융 공룡들..해법 찾았나

홍혜영 기자 2008.11.2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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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 매각설…AIG는 中자본에 계열사 매각 협상

미국 금융을 지탱해온 대형 금융사들이 잇따라 '굴욕'을 겪고 있다. 자산 규모로 미국내 5위 안에 드는 '공룡' 금융사인 씨티그룹은 21일 계열사 일부 또는 회사 전체를 매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가가 연일 폭락했지만 자본 상태가 굳건하다고 자부해온 씨티였다.

위기의 美금융 공룡들..해법 찾았나


또 미 최대 보험사인 AIG그룹은 이날 생명보험 계열사를 중국 국부펀드에 매각하는 방안을 협의중이다. 이번 협상이 타결될 경우 금융위기를 기회로 중국 자본이 전 세계 보험업계를 재편하게 돼 파장이 작지 않을 적망이다.



◇ 씨티, 결국 회사 내놨다 =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은 씨티그룹이 계열사 일부 또는 전부를 매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씨티그룹은 현재 스미스바니 주식중개 사업 부문과 신용카드 부문 매각을 검토중이다. 하지만 비크람 팬디트 최고경영자(CEO)가 이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는 주가가 전날 23%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26.5%나 폭락했다. 이틀 연속 사상 최대 하락률을 경신한 것이다. 이번주 들어서만 50% 가까이 떨어졌다.

주가 폭락은 시장에서 추락한 씨티의 위상을 반영한다. 씨티는 정부의 구제금융 자금 750억 달러를 수혈하는 데 성공했지만 모기지를 비롯한 부실 자산 규모가 워낙 커 시장의 신뢰를 잃은 상태다.

일주일 전만 해도 회사 매각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안이었다. 씨티는 지난 19일에도 성명을 내고 "씨티의 유동성은 매우 건전한 상황이며 비용 절감과 자산 매각 등 전략에 집중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주가가 연일 폭락하면서 회사 가치가 곤두박질치자 회사 매각 시나리오가 급부상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관심은 누가 이 공룡을 가져갈 것인가다. 우선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 등 투자은행(IB)들이 우선 순위로 꼽히고 있다. 이들은 IB사업 모델이 실패한 것으로 판명된 뒤 상업은행으로 방향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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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위기에서 살아남으려면 최대한 몸집을 불려 놓아야 한다. 이같은 때 인수 대상으로는 시가총액이 일주일새 절반 가까이인 258억 달러까지 떨어진 씨티가 안성맞춤이다.

사우디의 왈리드 왕자가 지분을 5%로 늘리겠다고 나선 것도 인수 후보자들에겐 긍정적인 뉴스다. 하지만 씨티는 막대한 자산 규모 만큼이나 부실 자산도 많아 인수하려면 이 부채를 모두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전문가들도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를 잠재 인수후보자인 것은 맞지만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씨티의 팬디트 CEO는 오랜기간 모간스탠리에 몸담은 적이 있으며 현재 모간 CEO인 존 맥과 가까운 관계다.

내부 관계자들은 그러나 "모간스탠리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씨티와 인수협상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못박았다. 앞서 지난 9월 모간스탠리와 씨티는 합병을 논의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모간스탠리 주가가 폭락해 씨티가 아닌 모간스탠리 쪽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골드만삭스도 씨티의 일부를 인수하는 데는 관심이 있지만 전체를 사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역시 부채 부담 때문이다.

미 재무부도 씨티 붕괴를 막기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자본을 두둑히 쌓아 놓은 해외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 AIG, 中 자본에 먹히나 =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가 전 세계 보험업계를 뒤흔들 전망이다.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투자공사(CIC)가 주도하는 중국 본토 보험사 컨소시엄이 AIG 계열사인 ALICO(알리코· 아메리칸 생명보험)의 지분을 최대 49%까지 인수하는 것을 협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CIC가 AIG가 매각을 추진중인 이 보험사의 유력한 인수후보자로 떠오른 것이다.

알리코의 지분 49%는 최소 51억 달러 상당이다. 그러나 알리코의 기업가치를 감안할 때 CIC가 지분 49%를 취득하려면 5000억~1조엔(약 100억 달러) 선에서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알리코는 일본을 포함한 55개국 이상에서 생명보험 사업을 운영중이다. 중국은 이번 인수 협상을 통해 금융위기를 계기로 전 세계 보험업계 재편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CIC는 중국의 보험회사와 투자단을 결성해 AIG가 보유하고 있는 알리코 주식을 연내에 우선 인수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AIG는 향후 알리코 주식의 50% 이상 보유하는 것을 고수, 의결권을 유지해 경영권 만큼은 내놓지 않겠다는 조건로 CIC과 협상하고 있다.

일본 알리코는 미국 알리코의 일본 현지 법인으로, 알리코 전체의 보험 수입 가운데 60~70%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협상이 이뤄질 경우 중국이 알리코를 통해 일본 보험 시장에 사실상 참여하게 돼 향후 일본 보험업계 재편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한편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조달러에 육박하며, CIC는 이중 10%선을 재원으로 운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9월부로 일본을 제치고 미국채 최대보유국에 오른 바 있다. 중국은 무역 흑자를 바탕으로 쌓아둔 달러를 바탕으로, 미국채를 대량 매집하고 있으며, 여건만 맞는다면 월가의 은행 인수도 마다하지 않을 태세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금융산업이 경제시스템의 중요한 축이라며 안보 등을 내세워 중국 자본의 접근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금융위기로 인한 손실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금융회사들이 너무 많아 중국을 비롯한 해외 자금 유입을 무작정 막긴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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