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미국 대 중국'의 황금비율

강효백 경희대 중국법학과 교수 2008.11.20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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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적으로 본 중국의 미래에 대해

[MT시평]'미국 대 중국'의 황금비율


"미국의 시대가 가고 중국의 시대가 오고 있다." vs."중국의 경제발전은 거품이고 중국은 분열되거나 붕괴될 것이다."

전자의 중국패권론은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로 비롯된 금융위기가 미국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면서부터 부쩍 늘고 있다.

후자의 중국붕괴론 역시 베이징 하늘의 암회색 스모그처럼 물러설 줄 모른다. 미국과 중국, 두 대국의 흥망성쇠라는 시공의 교차점에 위치한 우리로서는 특히 중국의 미래에 대한 전망과 대책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몇 가지 화두를 거시적 역사지리적인 접근방법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첫째, 중국은 분열할 것인가? ‘천하통일’은 진시황이 기원전 221년 처음으로 창출해낸 핵심어이자 중국의 시공을 통째로 꿰고 있는 모노레일이기도 한다.

진시황 이후 오늘날까지 중국역사를 계량해보면 통일기는 7, 분열기는 3으로 통일기가 압도적으로 길다. 삼국시대와 남북조시대, 5대 10국의 분열기에도 개별국가들은 분리 독립을 주장하지 않았고, 저마다 자국이 중심이 되는 천하통일을 국시로 삼았다. 이처럼 천하통일은 중국 역사를 움직이는 제1법칙 관성의 법칙이자 서방의 기대 섞인 관측과는 정반대로 중국이 쪼개지지 않고 있는 제1비결이기도 하다.
 
둘째,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명은 얼마나 길까? 과거 중국의 10개 통일제국의 평균수명은 135년이다. 각 제국의 수명의 장단은 제 2세대 황제가 어떤 정책을 펼쳤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즉, 혁명과 정치에 몰두한 개국황제를 뒤이은 제 2세대가 민생안정과 제도화에 힘을 기울이면 당나라처럼 장수했으나 제2세대가 계속 혁명과 정치에만 몰입하면 수나라처럼 단명하였다. 현대 중국에게는 다행스럽게 4인방 대신 덩샤오핑이 제2세대 최고지도자로 등극하면서 경제와 민생안정에 주력하였다. 이와 같은 견지에서 볼 경우 중화인민공화국은 앞으로 100년 정도는 너끈히 버틸 것이라고 예측된다.
 
셋째, 중국이 강성해지면 우리나라에 이로운가? 한중 양국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대체적으로 중국이 강해지면 우리도 강해졌고 중국이 망해가면 우리도 망해갔다.

8세기 당나라 전성기에 신라시대 역시 황금기였고 15세기 명나라 국력상승기에 조선도 태종에서, 세종, 세조, 성종에 이르는 명군들의 치세가 이어졌으며, 18세기 청나라 전성기에 영. 정조 치세하의 조선의 중흥기를 누렸다. 역사의 반복성을 지나치게 과신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한중양국의 생체리듬이 흡사한 궤적을 보여 온 것은 분명하다.
 
끝으로, 미국이 쇠하고 중국이 흥해간다니 미국을 버리고 중국을 택해야 하는가? 한마디로 말해 아니다. 중국은 열악한 환경과 인권상황, 극심한 지역격차, 만연한 가짜와 부패문제로 인해 미국을 대신할 초강대국이 되기는 아직 요원하다. 우리에게 미중 양국은 하나를 버리고 다른 하나를 택해야 하는 대체재가 아니라 함께 할 때 더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는 보완재와 같다.
 
그러나 지금 세계는 중국을 바로 알기 위한 학습 인프라 구축에 강도를 더해가는 추세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영어몰입교육’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가며 미국의존도만 심화해가고 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영어를 모국어나 공용어로 쓰는 65개국 중에서 방글라데시, 우간다 등 60개국은 1인당 GDP 평균 1000달러 이하의 극빈국 일색이다. 영어를 잘하는 나라가 잘 산다는 생각은 대단한 착각에 불과함을 입증하고 있다. 영어와 중국어가 공용어인 싱가포르는 최근 중국어 사용 비중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시대를 선취하는 자가 역사를 제패한다. 우리의 미국 대 중국 9대1에 미치지 못하는 현재의 비중을 8대2, 7대3으로 차츰 늘려가야 한다. 백여년 전 중국 패권 이후의 세계에 제대로 된 준비가 없어 패망한 경험을 거울삼아 미국 패권 이후의 신세계에 철저히 대비하여 잘못된 역사의 쳇바퀴를 공전시키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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