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가지수와 주택관련 지표가 모두 최악이고 금융과 제조업의 대표주자인 씨티와 GM이 몰락한다면 미국경제의 붕괴나 다름없다.
10월보다 더 한 국면이 전개되는 것이라면 본격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증시 충격을 또 한 번 맛봐야만 한다.
사방이 악재로 가득한 상황에서 증시를 방어할 수 있는 변수는 개인과 연기금에 국한된다. 외국인이 7일 연속 주식 순매도 공세를 취했지만 개인이 5일째 매수에 나서면서 저가매수의 본질을 어김없이 보여줬다.
개인이 시장 방향을 좌우하는 파워는 없지만 PBR(주가순자산배율)이 0.86배에 불과해 청산가치를 하회하는 현재 수준에서 가치투자 성공 기대감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연기금은 시장 최후의 보루 역할을 견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연속된 순매수 행진에도 불구하고 주식 순매수 규모가 10월보다 크게 줄어들었는데 지수 1000선 밑에서 다시 매수강도를 확대할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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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의 경우 상대적으로 긴 호흡으로 매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격 메리트가 높고 경기회복시 반등탄력이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IT와 금융주를 적극 편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날 확인했듯이 IT전자가 회생하면 코스피증시 전체가 살아날 수 있는 일이다.
삼성, LG그룹의 대표주자인 삼성전자 (87,100원 ▲2,500 +2.96%)와 LG전자 (110,800원 ▲2,900 +2.69%)는 시간의 문제일 뿐 궁극적으로 부활에 성공하면서 증시 추세를 바꿀 핵심 종목이기 때문에 연기금의 매매패턴을 따라하는 게 불리한 베팅은 아닐 것이다.
6조8000억원으로 줄어든 프로그램 매수차익잔액도 수요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다.
베이시스가 백워데이션으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왝더독 현상에 따른 프로그램 대기 매물이 제한적이라면 외국인의 주식 매도만이 수급 악재로 자리하게 된다.
현재 경기 하강을 감내할 수 있는 제약, 통신, 음식료 업종이 선방하고 있지만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친 뒤 차기 사이클의 승자가 될 수 있는 반도체와 자동차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필요한 전략이다.
주가가 추세하락으로 돌아설 경우에는 첨탑을 이룬 뒤 급락하는 반면 추세상승으로 전환될 때는 V자 급반등하지 못하고 U자형이나 W자형의 바닥권 횡보과정을 거치는 게 통상적인 일이다.
지난달 900선이 붕괴된 이후 다시 1000선 밑으로 떨어지는 코스피가 W자를 만드는 과정이라면 저가 메리트를 이용한 개인과 연기금의 장기 가치투자가 언젠가 빛이 나게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