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단 협약 '불신의 모래성'?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권화순 기자 2008.11.2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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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건설사 서로 "못믿어"...기준없이 발표먼저 효과 '반감'

건설사 대주단 협약을 둘러싼 혼선이 쉽사리 정리되지 않고 있다. 건설사들의 가입시한뿐 아니라 대주단 가입업체에 대한 자금지원 방식이나 계획, 구조조정 기준이 명확히 제시되지 못한 탓이다.

◇집단가입 가능한가



건설사를 지원하기 위한 협약이 혼선을 빚은 것은 대주단 업무를 주관하는 은행연합회와 은행, 건설업계가 서로 책임을 미루다가 벌어졌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는 건설자들이 대주단에 들어오지 않자 도급순위 100위 건설사들을 한꺼번에 가입시키려 했다. 유동성 압박이 심하지 않은 대형 건설사들이 대주단 우선가입 대상에 오른 까닭은 중소 건설사들을 배려하자는 차원이었다는 후문이다.



예컨대 삼성·현대·LG 등 대형 건설사들이 먼저 가입하면 중소형 건설업체의 불안심리를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는 그러나 '자금압박'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건설업계의 사정을 간과했다는 평가다. 대형 건설사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대주단에 가입하면 소비자 평판이 급락할 수 있다"며 가입을 거절했다.
대형사들은 특히 해외 건설공사 수주에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이렇게 되자 금융 지원이 절실한 중견 건설사도 대주단 가입을 꺼리는 현상이 지속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가 조금 안이하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부나 은행연합회는 건설사들의 건전성에 따라 A등급(정상) B등급(자금지원이 이뤄지면 회생가능) C등급(워크아웃) D등급(회생불가) 등으로 나누기로 했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대주단은 은행을 통해 회사채등급 BBB+이상인 기업 중 자금지원이 필요한 곳에서 신청을 받고, 심사를 통해 승인·거절 여부만 확정할 뿐이다. A~D등급은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인 패스트트랙의 기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설업체는 드물다.

◇정책효과 반감되나

은행연합회는 대주단을 당초 일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형 건설사들이 입장을 바꿔 대주단 가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데다, 이들이 참여하지 않아도 자금지원이 시급한 중견사들은 가입을 미루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은 그러나 "이번 혼선으로 대주단이 당초 예상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집단가입이 한차례 무산된만큼, 대주단의 운영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한 대형 건설사들의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일정한 양보를 해야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금융계 관계자는 "전체 건설사들을 대주단에 가입시킨 후 세부 운영방안을 조율하는 것보다 집중력이 상당폭 떨어질 수 있다"며 "특히 금융 관련 정책은 신속성이 떨어질 경우 효과가 반감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자금을 집행하는 은행들이 되레 "대주단 가입 사실은 철저히 비밀로 유지되며, 경영개선 요구도 없을 것"이라며 건설업계를 달래는 모습은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물론 대주단에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은행연합회의 기대처럼 대형건설사들이 대주단에 적극 참여한다면 중견 건설사들의 가입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건설업계의 자율 구조조정도 대주단에 힘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주단 가입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건설사들은 화의나 기업회생절차, 사업권 및 자산매각, 인수합병 등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은 대주단에 들어간 업체들에게도 경종을 울릴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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