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도 불안'…내 돈 어디에?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2008.12.02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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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금융 불신의 시대

'예금도 불안'…내 돈 어디에?


# "아무래도 불안해요. 그냥 넣어둬도 괜찮을까요? 지금이라도 빼야 하는 것 아닐까요?"

펀드 얘기가 아니다. 불안함을 떨치지 못하는 이 투자자는 국내 A은행의 예금 상품에 목돈을 넣어 둔 고객이다.

최근 시중은행의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소식이 연일 언론 매체를 통해 전해지자 덜컥 겁이 난다는 것.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보장받을 수 있는 한도가 원리금을 합쳐 5000만원까지이기 때문에 수억원에 달하는 목돈을 예치해 두고 있자니 안심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가야죠. 펀드에 뭐가 편입돼 있는지 한번 보자니까요. 구조조정이 본격화 된다는데 부도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들어 있으면 어쩔 거예요."

영업 직원을 몰아세우는 투자자가 가입하려는 상품은 고위험 고수익 펀드가 아니다. 주가 급락을 틈타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머니마켓펀드(MMF)다.



신성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을 필두로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 될 태세인 데다 조선과 해운 등 다른 업종에서도 구조조정 얘기가 꼬리를 물자 편입된 회사채가 무엇인지 확인해야 마음을 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 "금리 1% 더 받는 게 문제가 아니에요. 요즘 같은 불안한 시기에 은행이 파산이라도 하면…. 생각만 해도 아찔해요."

연 8%에 가까운 저축은행 예금에 목돈을 넣어두고 있던 한 직장인은 상품을 중도 해약하고 시중은행으로 자금을 옮겼다. 건설사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가계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은데다 저축은행도 구조조정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자 이자보다 안정성을 택하기로 결심한 것.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것은 주식시장만의 얘기가 아니다. 고액 예금자를 중심으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은행 예금과 MMF마저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특히 3분기 실적이 적자로 전환한 은행과 BIS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은행의 예금 고객들이 노심초사하는 표정이다.

은행 유동성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시중은행이 파산하는 지경에 이를 때까지 정부가 손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다가도 외환위기 당시 상당수 은행이 퇴출되거나 합병된 사실을 생각하면 심장박동이 빨라진다고 호소한다.

한 재무 컨설턴트는 "최근 들어 일부 은행에 목돈을 예치한 예금자들이 은행 자산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며 "안전한 은행이 어디인가를 묻는 자산가들이 상당수"라고 전했다.

예금자들이 특히 촉각을 세우는 지표인 BIS비율은 국제결제은행이 정한 은행의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로, 은행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최소 8% 이상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9월말 현재 BIS비율 잠정치는 ▲신한은행 11.90% ▲하나은행 10.65% ▲우리은행 10.53% ▲국민은행 9.76% 등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은 미국발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악화에 따른 대출자산 부실화에 대비, 후순위채 발행과 대규모 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에 나섰다.

한편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월18일 현재 단기자금 운용 목적으로 주로 이용되는 MMF(머니마켓펀드)의 설정액은 약 84조원에 달했다. MMF 설정액은 11월 들어서만 10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MMF는 단기 자금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상품이라는 측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과거 '대우채 사태'를 경험했던 투자자들은 이마저 안심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대우채를 편입한 MMF 가운데 원금에서 손실이 발생한 상품이 있었다"며 "당시 피해를 입었거나 대우채 사태를 기억하는 투자자들은 MMF에 가입하기 전 어떤 기업의 회사채가 편입되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구한다"고 전했다.

예금자보호법이란

'예금도 불안'…내 돈 어디에?
예금자보호법은 금융회사가 영업정지나 파산으로 고객의 예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고객 예금을 보호해 금융시스템의 전반적인 타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예금자보호제도는 다수의 소액예금자를 보호하는 데 우선적인 목적을 두는 한편 부실 금융회사를 선택한 예금자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책임을 묻는 취지를 포함하고 있어 예금 전액을 보호하지는 않는다. 보호 금액은 원금과 이자를 합쳐 1인당 5000만원까지다. 외화예금도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다.

이 때 5000만원이라는 보호 한도는 개별 상품이나 지점이 아닌 금융회사가 기준이 된다. 즉, 파산한 금융회사에 1억원을 5000만원씩 나눠 2개 상품에 나눠 예치해 두었거나 서로 다른 지점에서 예금에 가입했더라도 보호받는 금액은 총 5000만원까지다.

이자는 약정이자가 아닌 예금보험공사가 정하는 이율을 적용하게 된다. 예금보험공사는 은행 파산 시점의 직전월을 기준으로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를 적용해 이자를 산정하며, 이 금리는 통상 3.5% 내외다. 예금보험공사의 이율을 적용하는 기간은 예금 가입 시점으로 소급된다. 즉 3년 만기 예금에 가입했는데 2년만에 은행이 파산한 경우 자금을 예치해 둔 2년에 대해서도 약정 이율이 아닌 예보 이율이 적용된다.

예금 지급이 정지된 금융회사의 예금자가 대출을 받은 경우라면 예금에서 대출금을 상계한 후 남은 금액만 보호 대상이 된다. 이 때 대출 금리는 예금 이자와 달리 당초 약정 금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파산한 금융회사에 원리금을 합쳐 5000만원 이상의 예금을 둔 경우라면 보호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을 돌려받는 일이 쉽지 않다. 금융회사의 자산실사 후 선순위채권을 먼저 변제하고, 남은 자산이 있을 경우 이를 다른 채권자들과 함께 채권액에 비례하게 돌려받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배우자나 자녀 명의로 가입한 예금도 예금보험공사에서 실질적인 예금자를 가려내는 조사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차명으로 가입한 예금도 안심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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