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단 채권유예 신뢰성 '의혹 증폭'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08.11.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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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단 가입 건설사라도 채무상환 청구 가능

유동성 위기를 겪는 건설사가 가입만하면 1년간 채무상환을 유예받을 수 있다는 대주단 협약의 신뢰성이 의심받고 있다.

19일 건설업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대주단협의회 운영협약의 채무상환 유예 조항중 채권금융기관이 대주단 가입 건설사라도 채무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조항은 대주단협의회 운영협약의 제13조 '채권행사의 유예'중 3항과 4항의 단서조항이다.



우선 3항은 "채권금융기관은 분할상환 조건부 여신 및 정책자금대출에 대해 지원대상기업에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유동성 부족의 원인이 된 사업장과 관련한 여신은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돼 있다. 즉 분할상환 조건부 여신에 대해서는 상황에 따라 채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은행의 여신중 상당수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Loan)이 차지하고 있고, PF대출은 규모가 큰데다 분할상환조건부 대출이라는 점이다. 모든 건설사가 부동산개발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PF대출을 받았고, 미분양과 유동성 부족으로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등골이 오싹할 만한 내용이다.



다만 유동성 부족의 원인이 된 사업장은 예외라는 단서조항이 있다. 미분양 증가에 따른 유동성 위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PF대출에 대한 채권 상환 청구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PF대출의 일부는 운전자금 용도인 것으로 알려져 은행의 판단에 따라 채무상환 청구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주단에 참여중인 금융기관 관계자는 "은행들의 PF대출중 운전자금 용도가 상당 규모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다급한 몇몇 채권금융기관이 PF대출에 대해 채무상환을 청구한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4항 "채권금융기관은 상업어음할인 및 매출채권담보대출로 인한 채권에 관해 지원대상기업에 대해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도 우려를 낳고 있다.
대주단 채권유예 신뢰성 '의혹 증폭'


아파트 등 개발사업에서 향후 발생할 분양수익금을 담보로 발행하는 일종의 기업 어음인 ABCP가 매출채권담보대출이기 때문이다. 즉 최근 건설사들의 만기도래 압력이 확산되고 있는 ABCP는 채무상환 청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은행에 따라 수백억원에 달하는 ABCP의 상환을 요구할 수도 있는데다 은행이 매입약정을 하지 않은 ABCP와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ABCP는 대주단과 무관하게 상환압력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이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통해 신용등급 BBB+ 이상의 우량 채권뿐 아니라 건설사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까지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이같은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은행권에서는 건설사가 경영을 잘못해 불거진 과실까지 대주단이 지원해줄 것으로 기대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저변에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벌인 아파트 개발사업 때문에 미분양 사태가 불거졌고 이 과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건설사들이 대주단에 가입해도 바늘방석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주단에 참여한 다른 금융기관 관계자는 "ABCP는 실체 파악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은행이 매입약정을 안한 ABCP와 개인투자자가 보우한 ABCP는 파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주단은 건설사에 미분양사태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며 "다만 계약률은 높은데 중도금과 잔금이 안 들어와 공사비가 부족해 유동성 위기를 겪는 것에 대해선 지원해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 전문가는 "현재 건설사들의 유동성 부족이 심각해 연쇄부도 공포에 휩싸여 있는 만큼 정부나 금융계의 전향적인 지원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건설사들이 대주단 가입을 꺼리는 이유를 세세하게 분석해 자발적인 가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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