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금융대기업 바클레이는 18일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이사진 4명의 올해 보너스 지급계획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앞서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 등 골드만삭스의 임원 6명은 '자발적'으로 올해 보너스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스위스 UBS도 12명의 이사진에게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단기 성과를 중심으로 책정된 보너스 지급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있다.
UBS는 올해 보너스를 삭감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고위 경영진의 임금지급 체계를 대대적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UBS는 매년 지급하던 보너스를 중기인 3년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지급하기로 시스템을 바꿀 예정이다. 내년부터 상위 3% 이내 고위 간부의 보너스는 3년간의 수익과 손실 등을 계산해 반영하기로 했다.
◇'마지못해' 보너스 반납…금융 CEO '모럴해저드' 눈총
금융기관 경영진들이 겉보기에는 '자발적'으로 보너스를 반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안팎의 비난여론과 정부 당국의 압력에 못 이긴 측면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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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앤드류 쿠오모 미 뉴욕주 검찰총장은 17일 다른 월가의 금융기관들도 골드만삭스처럼 경영진이 보너스를 포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쿠오모 총장은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간, 메릴린치, 웰스파고 등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금융기관들과 보너스 삭감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중이다.
그는 보너스 삭감에 소극적인 금융기관들에게 "납세자들의 세금으로 목숨을 건진 만큼 책임감을 느끼라"고 면박을 주는가 하면, 경영진 뿐만 아니라 주요 간부들과 트레이더, 영업직원, 자산운용 직원들의 보너스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지난해에 받은 연봉을 토해내는 방안도 강구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자, 약속이나 한 듯이 며칠새 금융기관 CEO들이 올해 보너스를 포기한다는 '손절' 선언이 나왔다.
'양심적으로' 자진해 올해 보너스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골드만삭스의 CEO는 지난해 월가 사상 최고액인 7000만달러의 보너스를 받았다. 불과 몇개월뒤에 회사는 거덜날 상황이 됐지만 이미 수중에 거액을 챙긴 CEO의 '희생'치고는 너무 미미하다는 비판이 크다.
정부와 여론에 등을 떠밀려 마지못해 '고통분담'의 제스처를 취하는 금융기관 경영진들에 대한 현지 언론의 반응도 싸늘하다.
18일자 영국 가디언지는 바클레이의 이사회에게 경영진들의 보너스 지급체계를 어서 손봐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바클레이가 정부의 자금지원을 거절하고 조달비용이 비싼 중동 자금을 끌어들이게 된 이유는, 경영진들이 보너스를 계속 받고싶어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구제금융을 받게되면 정부의 간섭이 심해져 경영진들이 두둑한 보너스를 챙기거나 마음껏 돈잔치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회사의 생존보다 자신들의 이익에 우선한 경영판단을 한다는 지적이다.
가디언은 "당연히 그들은 이를 부인하고 '경영권 독립'을 위해서였다고 옹호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 주주들은 중동의 아부다비보다 영국 재무부가 제시한 조건이 더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