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동차 '빅3' 살릴까 말까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2008.11.18 15:54
글자크기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자동차 대기업 '빅3'를 공적자금으로 살려야 할 지를 놓고 논쟁이 증폭되고 있다. 민주와 공화,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등 첨예한 이슈가 대립하는 가운데 이에 관한 청문회가 18일 미 의회에서 열린다.

민주당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는 17일 자동차 '빅3'에 최대 250억달러의 저리융자를 제공하는 내용의 지원 법안을 발표했다. 이 자금은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에서 지원할 계획이지만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로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빅3' 운영자금 바닥…수당지급 늦추고 자산매각
미국 1위 자동차업체 GM은 3분기에만 25억40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69억달러의 현금을 소진했다. 현금 마련을 위해 보유중인 일본 스즈키자동차 지분 3%를 2억3200만달러에 매각하기로 하고 대리점에 대한 판매수당 지급도 2주간 늦췄다.

포드 역시 3분기 1억29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데다 77억달러의 자금이 유출되는 등 자금난이 심각하다. 이때문에 오랜 제휴관계인 일본 마츠다자동차의 주식 20%를 일본 수십개 기업에 분할매각하는 등 자금마련에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인한 판매부진이 지속되면서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이대로는 내년 상반기는 커녕 올 겨울을 나기도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빅3'는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티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과 민주당의 구제방안에 모든 희망을 걸고 있다.

◇실물경제 타격 커 '살려야' vs 차라리 파산이 낫다 '죽여야'
오바마와 민주당 측은 모럴해저드에 빠져 금융위기를 만들어낸 금융기관에 돈을 퍼주는 것보다 자동차산업을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수백여개 납품업체들과 연관 산업에 미칠 파장을 고려할 때 '빅3'의 파산이 미국 실물경제에 미칠 어마어마한 타격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오바마 후보의 주장이다. 그는 16일 방송된 CBS '60분'에 출연해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면서도 자동차 산업에 대한 구제금융인 시급하며 꼭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CNN머니는 GM이 미국 내에서만 2100여개 하청업체들로부터 310억달러의 부품을 납품받고 있으며, 이들중 상당수는 다른 완성차 업체와 중복거래를 하고 있어 '연쇄 도산'의 충격파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추가 자금지원이 불가피하겠지만 250억달러로 이같은 사태를 막을 수 있다면 천만다행이라는 것.

반면 차라리 파산하는 편이 낫다고 반박하는 목소리도 높다. 현대차의 현지공장이 있는 앨러배머를 비롯해 자동차 생산시설이 많은 남부지역 의원들조차 이 주장에 동참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앨러배머의 리처드 쉘비와 제프 세션스, 남부 캐롤라이나의 제임스 데민트 등 공화당 상원의원은 민주당의 '빅3' 지원방안 의회통과 반대를 주도하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도 지원책에 반대하고 있다. 백악관 측은 "건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를 민간기업에 국민의 세금을 지원해선 안된다"며 "자동차업계가 살아남으려면 조직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록 민주당이 다수의석을 점하고 있지만 공화당의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할 '슈퍼 60석'은 얻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공화당 일부 의원들의 협조가 필요한 상태지만 아직 충분한 지지자를 확보하지 못했다.

◇'보호무역주의' 논쟁 가열…美자동차산업 한계 지적도
'빅3' 지원 법안은 향후 국정 주도권을 두고 치열하게 맞서는 현 정권과 차기 정권,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결 구도 때문에 통과가 쉽지 않다.

자동차산업 노조가 핵심 지지기반인 민주당과 FTA에서 자동차를 양보하는 대신 쇠고기를 얻는데 주력했던 공화당의 이 사안에 대한 입장이 다를 것은 자명하다.

의회 밖에서는 자칫 미국 정부의 자동차산업 지원이 '보호무역주의'로 흐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또한 미국 자동차산업이 자금지원과 보호조치로는 해결할 수 없는 한계 상황을 맞았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16일자 뉴욕타임스는 "'빅3'가 무너질 경우 해외업체들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할 것"이라며, 1970년대 저가의 소형차로 미국 시장의 첫 문을 열었던 토요타가 향후 미국 시장을 석권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토요타, 현대 등 해외업체들이 이미 미국 내에서 생산설비를 운영하고 있어 '미국산'의 구분은 의미가 없어졌다며, GM 등 국내 업체들이 고전하는 이유는 '경쟁력 부족'이라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공화당 존 카일 상원의원은 "'빅3'의 경영 모델이 실패했음은 대부분 전문가들이 공감하는 사안이며 구제금융에 앞서 경영에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250억달러를 줘봤자 심판의 날을 6개월정도 늦추는 효과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