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지원 "안돼!"…미국내 비판 여론 거세다

머니투데이 홍혜영 기자 2008.11.1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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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학계 등 비판적 "자업자득이다"
- 개발은 소홀, 로비만 활발…노조 여론 더 악화시켜
- 해외차 공장 많은 美남부도 강력 비판

'빅3' 지원 "안돼!"…미국내 비판 여론 거세다


미국 자동차업계 '빅3'에 구제 금융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자동차 업체와 노동조합이 '애국심'까지 자극하며 구제금융 강력히 요청하고 있지만 비난 여론을 누그러뜨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18일 뉴욕타임스(NYT)는 주요 언론과 학계 등이 자동차 업계에 구제 금융을 지원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대학교의 데이비드 여맥 교수는 "디트로이트에 '노'(No)라고 말하라"라는 제목의 월스트리트저널(WSJ) 컬럼에서 미 자동차 업계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심지어 디트로이트 프리프레스의 컬럼니스트인 수잔 톰퍼까지 "나는 디트로이트가 이렇게 더러운 단어인 줄 몰랐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디트로이트'는 빅3 자동차 공장이 몰려 있는 도시로, 미국 자동차산업의 상징으로 통한다.

톰퍼는 "우리(디트로이트)를 이처럼 정말 싫어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고 밝히기도 했다.

◇ 美 자동차 "제 무덤 팠다"= 전문가들은 '디트로이트'가 무너지기까지 미 자동차 업계가 저지른 몇 가지 전략적 실수를 지적했다.


우선 환경 친화적인 모델을 개발하는 데 노력을 소홀히 했다는 점이다. 미국 자동차업계는 오히려 환경을 고려해 배기 기준을 강화하려는 의회와 맞서 싸워왔다.

지난 2005년에는 힐러리 클린턴, 존 케리를 비롯한 67명의 상원의원들이 자동차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일부 상원의원들은 "일본 토요타의 프리우스처럼 하이브리드 용으로 만들어진 차를 개발했어야 했다"며 "GM은 애당초 (환경을 중요시하는)여론을 무시해버렸다"고 비판했다.

또 펜실베니아 대학의 마이클 어심 교수는 "디트로이트의 리더십의 부재가 상황을 이 지경으로 이끌고 왔다"고 지적했다.

어심 교수는 GM의 릭 왜고너 회장에 대해서 "많은 미국인들이 그 이름은 알지만 그에 대해선 '잠시 GM에 몸 담았으며 그 동안 회사를 더 나쁜 상황으로 망쳐놨다'는 것 밖에는 모를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산업들이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살려달라'는 자동차 노조의 외침 역시 여론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GM의 '일자리 은행'(Jobs Bank)과 같은 전미자동차노조(UAW) 프로그램은 자동차 회사의 노조원들이 해고되더라도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전액에 가까운 월급을 받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라크대학의 게리 체이슨 교수는 "시절이 좋을 때는 '일자리 은행'이 별 문제가 안되지만 요즘 같은 때 이런 것을 참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 회사들이 워싱턴 정가에서 로비활동을 활발히 해 온 점도 자동차 업계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다.

정치 기부금을 추적하는 웹사이트인 오픈시크리트에 따르면 GM은 올해 로비에만 1000만 달러를 써 전체 기업 중 로비액수 규모로 16위에 올랐다. GM은 최근 10년동안 9500만 달러를 로비에 사용했다.

포드도 로비 자금으로 올해 570만 달러를 써 19위를 차지했다. 포드는 최근 10년새 8060만 달러를 로비에 쏟아부었다.

◇ 워싱턴도 냉담…남부 "빅3 망해도 산다"= 민주당과 버락 오바마 당선인을 위주로 자동차 업계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도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백악관은 물론 대다수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내 해외 자동차업체 공장이 많은 남부지역의 의원들은 빅3 구제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앨러배머를 기반으로 하는 공화당의 제프 세션스 의원은 "앨러배머에는 매우 큰 규모의 활기 넘치는 자동차 산업이 있다"며 "나는 이것(자동차 빅3의 위기)이 세상의 끝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앨러배머에는 우리 현대차를 비롯해 토요타 혼다 메르세데스 등의 공장이 밀집해 있다.

리처드 쉘비 의원도 전날 CBS에 출연해 "회사들은 매일같이 도산하고 다른 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며 자동차 업계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한편 민주당 주도로 미 의회가 자동차 업계 구제방안 논의에 본격적으로 착수, 이르면 19일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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