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장기투자' 개인이 온다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8.11.1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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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빠져도 큰 손실없을 것" 최근 4거래일 1.2조원 순매수

#경기도 고양 일산에 사는 윤모씨(37ㆍ회사원)는 최근 여유자금 2000만원을 코스피종목에 투자했다. 윤씨가 주식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이유는 "코스피지수가 1000선에서는 당분간 버틸 것으로 보이는데다, 더 떨어져봤자 큰 손실을 입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윤씨는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자 불안한 마음에 2년간 들었던 펀드를 환매했다. 이후 증시의 기세가 꺾이고 경기가 불안해지면서 정기적금에도 기웃거려봤다. 그러나 50%가 넘는 수익률을 맛본 윤씨로서는 시중 적금금리가 아무리 높다해도 성에 차지 않았다.



펀드보다는 코스피시장의 대형주 위주의 투자를 마음먹은 윤씨는 좋은 주식을 골라 3년 이상 묵혀놓을 셈으로 증시에 직접 발을 내디뎠다.

윤씨는 "오랫동안 우량주를 보유하면 언젠가는 보답을 하지 않겠느냐"며 "마음 편히 먹고 십수년 기다리다보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장기투자의 심정으로 삼성전자와 POSCO (370,500원 ▲5,000 +1.37%) 등 대형주 위주로 투자했다"고 귀띔했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박모씨(50)는 최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컴퓨터에 설치했다. 생전 처음 주식투자에 나서는 박씨는 'HTS'라는 것을 처음 설치한 뒤 최근 1주일에 우량주 위주로 한두 종목씩 사고 있다. 한 번에 수십만~수백만원씩 매수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도 지지부진한데다, 은행 금리도 만족하지 못하는 등 주위를 둘러봐도 마땅히 투자할 곳도 없어 주위의 권유로 직접 주식시장에 뛰어들기로 마음먹었다.

소액으로 사들인 종목이 벌써 6개. 1500만원어치를 아들과 친지의 도움을 받아 코스피 우량주에 투자한 박씨는 증권사 주식중개인에 맡기지 않고 직접 투자에 나선 것이 특징이다.


평생 펀드투자도 하지 않던 박씨가 투자에 나선 것은 주위에서 장기간 좋은 주식을 사서 오래 갖고 있으면 과실을 따먹을 것이라는 조언 때문이다. '남에게 돈을 맡기면 언젠가는 분란이 난다'는 지론도 있고, 이 참에 투자방법도 알아보기 위해 직접투자를 해보기로 했다.

박씨도 '묵혀야 장맛'이라는 마음으로 적어도 몇년간은 매수한 주식을 잊고 지낼 생각이다.

개인들이 최근 주식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4거래일간 1조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하며 증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고객예탁금도 장중 900선이 무너진 지난달 27일 이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징적인 대목은 최근 증시에 진입하는 투자자는 '장기투자'를 겨냥한다는 것이다.

개인들은 18일 오전 11시10분 현재 코스피시장에서 2132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최근 4거래일간 순매수 규모가 1조1758억원에 이른다.

개인들의 증시 대기자금 성격인 고객예탁금도 지난 14일 기준 10조6314억원이다. 증시가 892.16을 기록하며 장중 900선이 무너졌던 지난달 27일9조1677억원에 비해 1조4637억원이 증가했다. 14거래일만에 1조5000억원 가량이 불어난 셈이다.

최근 3거래일 연속 순매수 기간 중 개인 상위 순매수 종목은 POSCO (370,500원 ▲5,000 +1.37%)삼성전자 (81,800원 0.00%) 등 대형 우량주이다.

개인들은 POSCO 주식을 1595억원어치 순매수하며 가장 많이 사들였다. 삼성전자도 1087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이며 순매수 상위 2위에 올려놨다. 이어 LG전자 (107,200원 0.00%)(875억원)와 하나금융지주 (64,600원 ▲1,700 +2.70%)(809억원), 삼성엔지니어링 (23,500원 ▼300 -1.26%)(499억원), 하이닉스 (236,000원 ▲4,000 +1.72%)(478억원) 등 순으로 순매수했다.

18일에도 개인들은 오전 11시10분 현재 전기전자업종 753억원과 금융업 211억원 등 을 순매수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형주를 1886억원 순매수하면서 우량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황분석팀장은 "정확한 통계를 추출해내기는 어렵지만 최근 증시에 뛰어드는 개인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형 우량주 위주를 선별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관과 외국인이 내다파는 우량주를 저가에 매수해 오랫동안 보유하려는 의도가 감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류 팀장은 또 "지난달말 환율 불안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 요인으로 기존에 증시에 몸담았던 개인들은 상당한 손실을 입고 주식시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유입되는 개인들은 신규 매수세력일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 개인투자자는 "3대를 물려줄 주식을 여윳자금으로 산다는 심정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코스피지수가 700으로 떨어져도 30% 가량 손해보는 것 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식을 사긴 했지만 없는 셈치고 적어도 몇년간 잊고 기다릴 것"이라며 "한참 뒤 타임캡슐을 꺼내는 마음으로 투자했다"고 덧붙였다.

POSCO홀딩스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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