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또 막판급락… 실적·지표 악화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11.18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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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마감]다우 223p↓, 금융·소비 관련주 하락주도

뉴욕증시가 장 막판 급락 패턴을 반복하며 일제히 하락했다.
경기관련 지표 악화와 기업실적 둔화로 투자심리가 악화된 가운데 장 종료를 앞두고 마진콜과 펀드환매 관련 물량으로 추정되는 매물이 쏟아졌다.

1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에 비해 223.73포인트(2.63%) 하락한 8273.58로 마감했다.
S&P500 지수는 22.54포인트(2.58%) 내린 850.75, 나스닥지수 역시 34.80포인트(2.29%) 내린 1482.05로 장을 마쳤다.



지난주말의 약세를 이어 이날 뉴욕증시는 소폭 하락세로 출발했다. 씨티그룹의 추가 감원 발표와 엠파이어스테이트지수, 산업생산 등 지표 악화로 오전중 낙폭이 2% 이상으로 확대됐다.
이날 뉴욕 연방은행은 11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가 전월의 -24.6에서 -25.4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지수 발표가 시작된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뉴욕증시는 구제자금 지원 여부가 초읽기에 들어간 GM등에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장중반 한때 플러스권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수요감소의 영향으로 알코아 등 원자재 관련주가 하락하고, 이날 실적을 발표한 타깃 등 소비관련주의 낙폭이 커졌다. 씨티그룹의 대규모감원으로 금융주에 대한 우려도 확대되면서 재차 하락세로 접어드는 널뛰기 장세를 보였다.

결국 장 막판 쏟아진 매물을 견뎌내지 못하고 장중 최저점 수준으로 되밀린채 장을 마쳤다.

◇ 금융·소비 관련주 약세주도


금융주와 소비관련주가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시가총액 기준 미국 4위 은행 씨티그룹이 5만명 수준의 추가 감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6.6% 급락했다. 이와 함께 금융기관들의 손실 지속에 대한 우려가 확대됐다.

씨티그룹은 이날 오전 전체 종업원의 약 14%를 감원, 전체 비용 지출을 20% 절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최근 월가 감원 규모 가운데 최대로 월가가 점쳤던 3만5000명 감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씨티그룹은 이미 올 들어 해고와 사업 매각 등을 통해 2만3000명을 감원했다. 이에 씨티그룹의 전체 종업원수는 9월30일 현재 35만2000명까지 줄어들었다.

씨티그룹은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며 이 기간 씨티의 적자 규모는 200억달러에 달한다.

J.P모간이 4.9%, 골드만삭스가 6.3% 떨어지는 등 대표 금융기관들의 주가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미국 최대 알루미늄 생산업체 알코아는 글로벌 수요감소 우려에 UBS의 투자 등급 하향 조정이 겹치면서 10.8% 급락, 다우지수 가운데 하락폭이 가장 컸다.
UBS는 알루니늄 시장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알코아의 투자 등급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했다.

내수 관련주들도 소비감소와 이로인한 실적 저하 영향으로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미국 2위 할인업체 타겟은 11월1일 끝난 회계연도 3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한 3억6900만달러(주당 49센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타겟의 순익은 4억8300만달러(주당 56센트)를 기록했다.
타겟은 또 실적 악화에 따라 자사주 환매계획을 중단하는 한편 내년 비용 지출을 10억달러 절감하겠다고 전했다. 주가는 4% 하락했다.

세계 2위 가정용품 유통업체 로우스는 3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17% 급감했다고 발표했지만 주가는 4.2% 반등했다.

◇ '빅3'구제 초읽기

미국 자동차 산업 구제 여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날 GM주가는 5.6% 상승했다.
GM의 주가상승은 보유 중인 일본 스즈키자동차의 주식을 전량 매각, 현금을 확보할수 있게 된데 힘입었다.
GM은 도쿄증시 시간외거래를 통해 보유중인 스즈키 지분 1641만3000주(발행주식의 3%)의 주식을 매각, 223억엔(약 3120억원)을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주도로 미 의회가 구제방안 논의에 본격적으로 착수, 이르면 주중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백악관과 공화당이 구제자금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오바마 정부 출범 이전에 구제방안이 실시될지는 불투명한 상태이다.
포드 주가가 4.4% 하락한 것은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나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정부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무너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긴급경제안정법'을 통해 승인된 7000억달러의 구제자금을 자동차 산업지원에 투입하는데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미 상원은 이날 7000억달러 구제자금 사용범위를 실업수당 지원과 자동차 산업 지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상정, 본격 논의에 나섰다. 민주당이 지배하고 있는 상원은 이르면 19일 표결에 나설 계획이다.

◇유가 종가기준 55달러 하회, 달러 약세

국제유가가 배럴당 55달러 아래로 내려간채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2.09달러(3.7%) 하락한 54.95달러에 마감했다. 종가기준으로 WTI가 배럴당 55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22개월만에 처음이다.

미 증시약세와 글로벌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가 유가를 끌어내렸다.
엑셀 퓨처스의 마크 왜고너 대표는 "주식시장이 회복세를 보인다면 유가도 반등하겠지만, 문제는 아직 주식시장이 바닥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3개월 내리 석유 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점도 약세요인이 됐다.
OPEC는 이날 발간된 월례 석유시장 보고서를 통해 내년 석유 소비 전망치를 일 평균 8668만배럴로, 53만배럴(0.6%) 하향했다.
OPEC은 이에 앞서 9월과 10월, 2개월 연속 석유 소비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미국의 제조업 경기 지표 악화와 주가하락으로 달러화 가치가 주요 통화대비 약세를 기록했다.

오후 5시53분 현재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에 비해 0.64센트(0.51%) 상승(달러가치 하락)한 1.2670달러를 기록했다. 달러/파운드 환율도 1.97% 상승했다.

엔/달러 환율은 0.34엔(0.35%) 하락(엔화가치 상승)한 96.69엔에 거래됐다.
미 증시가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엔 캐리 트레이딩 청산 여건이 확대된 점이 엔화강세요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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