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이야 어떻든 세계경제는 침체로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8.11.1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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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플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지난 주말 막을 내렸다. 7개국(G7)에서 20개국(G20)으로 늘어난 만큼 이전의 공염불과는 무언가 다른 해법이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회의 전후 이어졌다.

회의에 앞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이어져온 미국 중심의 브레턴우즈 체제를 신브레턴우즈 체제로 대체해야 한다며 한 목소리로 분위기를 달궜다. 글로벌 금융사, 헤지펀드, 파생상품 등의 규제·감독 기능 강화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오래된 진리는 이번에도 들어맞았다. 유럽 정상들은 약속이나 한 듯 정작 회의에선 약한(?) 모습을 보였다. 신브레턴우즈 체제 주장도,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 위상 변화에 대한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유럽 정상들의 약한 모습은 국제 신용시장 규제·감독 강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리허설 분위기는 최고였지만 본무대는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위기를 눈앞에 두고도 애써 시선을 피하는 세계 정상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내년 4월 다시 만나기로 한 약속이 이번 회의 최고 성과라는 비아냥이 절로 나올 만하다.



높으신 분들의 현실 인식이야 어떻든 간에 이날 일본이 공식 침체 진입을 신고하면서 세계 경제의 3대 축이 모두 경기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에 그치며 일본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다. 통상 2분기 연속 성장률이 감소하면 '기술적 경기 침체'(technical recession)로 정의된다. 금리 인하와 경기-증시 부양책이 동원됐지만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의 소비 감소와 엔 강세로 인한 일본 기업들의 실적 악화를 되돌리기는 역부족이었다.

유로존은 지난주 1999년 유로화 탄생 이후 첫 침체 진입을 알렸다. 유로존 15개국의 경제성장률은 2분기 -0.2%에 이어 3분기 -0.2%를 기록했다. 유로존 역시 기록적인 금리인하와 감세 등 부양대책을 쏟아냈지만 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경제는 2분기 -0.4%, 3분기 -0.5% 성장률을 기록해 12년만에 처음으로 침체에 접어들었다. 3위 경제국가 이탈리아와 스페인 경제도 2분기 연속 뒷걸음질치며 침체로 접어들었다.

이미 한달여 전 침체 진입을 신고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 미국의 경제는 내년 하반기에나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된 전미기업경제협회(NABE)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경제학자의 4분의3이 마이너스 성장이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학자들은 특히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2.6%, -1.3%로 각각 예상했다. 내년 전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0.2)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991년 이후 최악이다.

이날 미국에서는 11월 엠파이어스테이트지수와 10월 산업생산이 발표된다. 11월 엠파이어스테이트지수는 전월의 -24.6에서 -26(블룸버그통신 전망치)까지 뒷걸음질치며 2001년 이후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10월 산업생산은 2.8% 감소에서 0.2%로 개선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 역시 허리케인 구스타프와 아이크 여파로 잠시 문을 닫았던 정유공장들이 생산을 재개한 데 힘입은 것으로 긍정적인 신호로 보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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