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목'도 가지가지, 공기업 뇌물백태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2008.11.17 15:33
글자크기

대검 '공기업 및 국가보조금 비리'에 대한 수사...30여 곳서 비리 적발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받은 뇌물은 '명목'도 가지가지였다.

공사나 납품을 발주해 주고 금품을 받는 건 기본이었고 부하 직원한테서는 인사와 관련한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다. 국가가 지원하는 각종 기금이나 교부금은 '제멋대로' 사용됐다.

17일 대검 중수부가 발표한 '공기업 및 국가보조금 비리'에 대한 수사 결과를 보면 공기업 비리가 도를 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행산업의 특성상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 강원랜드는 '비리의 집합소'였다.

강원랜드 (13,940원 ▲90 +0.65%) 전직 레저사업본부장 김모씨는 강원랜드가 발주한 하이원호텔 증축 공사와 관련해 7억 원을 받았고, 강원랜드 시설팀장인 또 다른 김모씨는 열병합 발전설비 공사 관련해 수주업체한테서 8000여만 원을 받아 챙겼다.



자리를 보전해달라는 청탁도 있었다.

전 레저사업본부장 김씨는 새정부가 출범하면 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지난해 12월 대통령 선거 이후 한국철도공사 강경호 사장을 만나 인사 청탁을 했다. 김씨에게서 5000만 원을 받은 강 사장 역시 구속됐다.

한국토지공사 신도계획처장 윤모씨는 판교 신도시의 도로공사와 관련해 4000만 원을 수수했고 한국가스공사 건설본부장 남모씨는 LNG 생산기지 건설공사와 관련해 40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각각 구속됐다.


경기도시공사 전직 사장인 오모씨는 부하직원한테서 인사 상 혜택 명목으로, 부산시설관리공단 전직 이사장 최모씨는 직원 승진 대가 및 채용 대가로 수천만 원의 뇌물을 수수했다.

사지도 않은 물품을 샀다고 속여 공금을 빼낸 사례도 있었다.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기계연구소 에너지재료그룹 연구장 유모씨 등은 허위 물품 구매 요청서를 제출하는 수법 등으로 연구비 27억 원을 유용했다.

대표적 연기금 기관 중 하나인 군인공제회 전직 이사장 김모씨와 그의 아들은 군인공제회 자금 투자 명목으로 돈을 받다 적발됐다.

환경운동연합 기획사업부장 김모씨는 허위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산림조합중앙회 지원금 1억 8000만 원을 편취했다. 제주도에서는 무형문화재 공개 시연행사 보조금을 과다 지급하고 그 중 2000만 원을 받아 챙긴 공무원도 있었다.

대구의 한 양로원에서는 양로원에 입소한 노인들에게 지원되는 정부 지원금 1100만 원을 횡령한 양로원 사무국장이 구속됐고 경기 포천에서는 산림 조성 등 민간 대행사업을 시행하면서 공사비를 과다 계상하는 수법으로 지자체 보조금 5억 원을 빼돌린 포천시 산립조합 임원 등이 구속되기도 했다.

경기 광주시의 한 청원경찰은 한강 상류 주민생활 개선 사업에 운동기구를 고가로 납품하는 방식으로 보조금 2억 원을 횡령해 적발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기업 임직원의 아들 등 친인척까지 비리에 등장하고, CEO부터 말단 직원들까지 부정과 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확인되는 등 공공 부문 비리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