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전대통령 "한미FTA, 금융위기와 무관"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8.11.1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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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개방시 궤멸 주장은 침소봉대"
-"개방한다고 모두 신자유주의는 아냐"

盧 전대통령 "한미FTA, 금융위기와 무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무분별한 미국식 금융 자유화를 제도의 선진화로 오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지적에 대해 "지금의 금융위기가 (참여정부의) 금융 허브 전략이나 한미 FTA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개설한 온라인 토론사이트 '민주주의2.0'에 지난 16일 밤 글을 올려 '한미 FTA를 폐기해야 한다'는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의 지적에 이같이 반박했다.



심상정 대표는 지난 12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노 전 대통령의 동북아 금융허브론과 한미 FTA 추진이 잘못됐다며 한미FTA 폐기를 주장했다. 또 미국은 한미 FTA 재협상을 통해 자동차 시장 개방을 요구할 것이고 이 경우 국내 자동차 시장이 궤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 전 대통령은 '동북아 금융허브론은 미국 금융자본의 탐욕에 편승하고자 했던 것'이라는 심 대표 지적에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에는 규제 개혁과 개방 과제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아직 발효되지 않은 상태이고 이번의 금융위기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또 '미국과의 FTA라는 외부충격을 통해 달성하고자 했던 제도 선진화는 결국 투기와 거품의 온상을 만들었던 위기의 주범'이라는 심 대표 주장에 "한미 FTA 안에는 금융 규제의 완화나 개방에 관한 조항이 있다 없다 의견이 갈리고 있지만 그 어느 것도 아직 발효되지 않았다"며 "역시 이번 금융위기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무분별한 개방'을 비판한 심 대표에게 "개방을 안 한 나라 중에는 잘 사는 나라가 없다"며 "결국 개방은 세계적인 대세이고 문제는 그 나라의 경제 수준과 체질에 맞는 개방인가 무분별한 개방인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한국은 많은 분야에서 개방을 했지만 우리 시장을 외국 기업에게 다 내주지는 않았다"며 "무분별한 개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개방하지 않더라도 구조조정은 일어나게 마련인데다 우리 경제는 수출을 빼고는 성장을 생각할 수 없는 구조"라며 "결국은 정부가 구조조정에 따르는 피해를 지원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 재협상과 자동차 시장 개방에 대해선 "미국이 어떤 요구를 할지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라며 "먼저 한미 FTA를 폐기하자고 깃발을 들어야 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또 "심 대표는 우리 자동차 산업의 문제를 너무 침소봉대했다"며 "이제 우리 자동차는 해외 시장에서도 국내 시장에서도 보호정책이 아니라 가격과 기술력으로 경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방한다고 모두 신자유주의는 아냐"= 신자유주의에 대한 논박도 이어졌다. 그는 '한미 FTA는 신자유주의의 전형'이라는 심 대표의 지적에 "신자유주의의 핵심 사상이 따로 있고 개방은 그 내용의 일부에 불과한 것이라면 FTA나 개방을 추진한다 하여 그 하나만으로 신자유주의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신자유주의를 한마디로 말하면 작은 정부 사상이고 부자를 위한 정책, 시장의 강자를 위한 정책"이라고 전제한 뒤 "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한 것인가, 과연 그 정부들이 부자의 정부, 강자의 정부였을까"라고 반문했다.

노 전 대통령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는 노동유연화, 민영화, 한·칠레 FTA를, 노무현 정부는 한·미 FTA를 추진하는 등 일부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을 취했다. 하지만 두 정부 모두 △복지지출 증대 △정부역할 확대 △부동산 투기억제 △균형발전 정책 중시등 신자유주의로 규정할 수 없는 면도 많았다는 주장이다.

노 전 대통령은 끝으로 "노력은 했으나 경제적 사회적 약자를 위하여 심 대표가 주장한 만큼의 진보를 이루어 내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심 대표가 이 나라의 주류 정치세력이 되지 못한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어떻든 저는 좀 더 유능하지 못했던 점에 관하여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상정 "盧 훈수보다 고백"= 심 대표는 지난 12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공개편지에서 노 전 대통령이 재협상을 요구하며 훈수를 두기보다 한미 FTA가 잘못이었다는 고백을 하고 한미 FTA 폐기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대표는 "제조업을 경시하면서 금융허브를 발전동력으로 삼고자했던 무모함을, 금융자유화를 제도선진화로 잘못 이해한 ‘한미FTA'의 과오를 인정해야 한다"며 "한미FTA는 역사적 오류였으며 지금이라도 폐기돼야 한다고 선언해달라"고 요구했다.

심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감당하기 벅찬 일"이라며 한미 FTA에 대한 토론을 피하고 있다며 "머지않은 기회에 꼭 토론의 기회를 달라"고도 요구했다.

지난 12일 민주주의2.0의 한 회원이 심 대표의 블로그에 올라온 이 글을 소개했고 일부 회원은 노 전 대통령에게 토론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이 글을 쓰는 데 이틀이 걸렸다"며 16일 밤 11시30분경 반박글을 올렸다. 이어 "재주도 부족하고 틈틈이 (다른) 글을 써야 하기 때문"이라며 "(토론을) 감당하기 벅차다는 저의 말이 결코 변명이나 회피만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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