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가 CDS 등급을 내린 이유

박문환(샤프슈터)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 팀장 2008.11.1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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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슈터의 증시 제대로 읽기]<11>핵폭탄과 기폭장치(3)

편집자주 샤프슈터.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문환(43) 팀장의 필명입니다. 주식시장의 맥을 정확히 짚고, 가급적 손해보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그의 투자 원칙과 성과에 따라 붙여진 필명이지요. 한국경제TV(와우TV)에서 10여년 동안 출연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유익한 투자정보를 제공했던 샤프슈터 박문환 팀장이 매주 월요일 개장전에 머니투데이 독자를 찾아갑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뜨거운 환영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S&P가 CDS 등급을 내린 이유


그럼...지금까지 거론했었던 부분을 가지고 지난 주말 미국 시장의 급락의 원인을 잡아보자.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크게 두 가지로 귀결된다. 하나는 수급적인 원인을 들 수 있다. 바로 헤지펀드들의 청산 물량이 영향을 다소 주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주에는 헤지펀드와 투자은행간의 위험한 거래에 대해 거론했었다. 물론 모든 헤지펀드들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헤지펀드들은 각종 대안투자에 대한 투자가 가능하며 투자에 대한 제한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펀드들이 참으로 많다.

다만 모회사인 투자은행과 연계되어 비겁하게도 CDO에 주로 투자한 헤지펀드들에 폐해에 대해서 말했을 뿐 전체 헤지펀드들이 다 위험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도 에쿼티 롱숏전략 등 자체적으로 여러 가지의 헤지 전략을 포함하고 있는 헤지펀드들은 시장에 비해 월등한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우량한 헤지펀드들까지도 환매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 역시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난 주말에는 정말 얼굴이 찌푸려질 정도로 주가의 변동성이 심했었다. 목요일에는 4% 하락이 종가에 6% 상승으로 전환이 되는가 하면 금요일에는 뉴욕 증시가 단 몇 분 남겨두고 4%~5%나 하락을 했다.


이런 독특한 변동성은 역시 헤지펀드들의 청산과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가 없다. 10월 이후 많은 나라들에게서 주식에 대한 공매도가 실질적으로 중단되면서 전체 헤지펀드의 절반이 넘는 롱숏펀드 들이 지수의 하락과 함께 평가 금액이 급격하게 추락했었다. 갑자기 우량한 펀드들의 수익률이 급감하자 고수익을 노린 헤지펀들의 투자자들은 환매에 대한 유혹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모든 펀드가 환매가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펀드가 투자하는 자산의 성격에 따라 환매에 대해서 폐쇄형이나 개방형으로 정해진다.

헤지펀드 역시 펀드의 특성 상 갖가지 대안투자, 예를 들면 부동산이나 선박 혹은 그 외 탄소 배출권 등의 투자가 가능한 펀드이기 때문에 환매에 제한을 두고 있다.

이런 대안 투자자산들은 태생적으로 주식이나 채권처럼 현금화가 용이하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보통 45일에서 65일정도의 환매 기간을 두고 있는데 연말까지의 자금 수요 때문에 헤지펀드를 환매하는 흐름이 최근에는 참으로 많았다.

특히 주가가 다소 올라가면 그에 대한 환매가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거나 혹은 지난 9월 30일이나 지난 주말처럼 연말 자금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에 이들에 대한 환매요구가 집중되어 주가가 난데없이 급락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도 한다.

아무튼 최근 헤지펀드들의 환매 문제가 시장의 변동성을 더하게 한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두 번째로 시스템적인 문제점을 들 수 있다.

왜 그런지...신용평가사인 S&P 사가 목요일 미국 시장이 끝난 이후(그날 미국 시장은 6%나 상승을 했었다.) 슬그머니 뇌관의 일부를 건드렸다.

S&P사는 은행들이 많이 보유하고 있는 200억달러 규모의 CDO에 대해 등급을 하향했다. 이번에 등급이 하향 조정된 CDO는 리먼브라더스, 워싱턴뮤추얼 패니매와 프레디맥 등 파산하거나 국유화된 미국 금융회사와 관련된 CDO들이었다.

언론에서는 누구도 이 사실을 크게 부각시키지 않았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시장이 발칵 뒤집힐만한 거대한 악재였다. 바로 앞서 거론했던 금융핵폭탄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지구 전체를 공멸하게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핵폭탄을 쌓아 두고 뇌관 옆에서 담배를 꼬나문 형국이라고 생각하면 딱 맞는 표현일 것이다.

지금까지 뇌관을 직접적으로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필자는 굳게 했었다.

앞서 거론했듯이 단지 이 폭탄은 위협용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S&P는 지금껏 가만히 있다가 하필이면 G20 회담이라고 하는 아주 크리티컬한 시기에 뇌관의 일부를 직접 건드렸다.

이 CDO들은 지난 주에 거론했듯이 속은 썩어 문드러졌을 지언정 그래도 서류상으로는 근사한 “품”자 마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물건이었는데 난데없이 무언의 약속을 깨고 등급을 하향조정했다.

이렇게 되면 아무튼 이 채권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은 등급하향에 따른 평가를 즉각 해야만 한다. 당연히 은행들에게는 커다란 시련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정말 돈 구하기가 어려운 시기다. 그런데 또 하나의 자본결손을 단지 S&P라는 회사가 모르는 척...은근 슬쩍 CDO의 등급을 낮추어 놓음으로써 만들어준 것이다.

그럼 왜 갑자기 CDO에 대한 평가를 절하했을까?

필자는 그 이유를 G20회담에서 찾고 싶다. 전 세계의 강호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현 IMF 체제에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미국은 예전처럼 국제회의 무대에서 “다들 조용히 해!” 라고 하면 모두 조용하던 시대는 아니다.

몇 몇 나라들이 달러화에 불만을 갖고 현 IMF 체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슬그머니 가슴 속에 품고 있는 뇌관을 드러내고 보여준 것이다. 각국의 재무장관들에게 은밀한 경고의 사인을 보낸 것이다.

지금 까지 인류 역사상 이렇게 많은 국제 모임이 빈번하게 생긴 적이 과거에는 없었다. 금융위기에 대한 두려움을 모른다면 이렇게 많은 모임이 자발적으로 생기지 않는다.

대조영이 설인귀를 공격하기 위해서 동쪽 성에다가 확 불을 지르고 소리를 고래 고래 지르고는 서쪽 벽을 타고 넘었다면 이를 성동격서 전략이라고 할 것이다.

G20 회담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또다시 금융시장에 큰 불을 질러 버림으로 서 금융시장과 관련된 이슈가 가장 먼저 부각되도록 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지난 주말의 미국장의 급등락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본다.이미 미국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건드린 적이 없었던 모기지 시장에 대한 개입을 시작했다. 시간이 걸릴지언정 시장 도처에 깔려 있는 뇌관의 제거작업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마치 북한이 핵 연료봉을 하나씩 하나씩 뜸 들이면서 뽑듯이 이 뇌관들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제거될 것으로 본다. 언제든지 시장을 위협하면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주말의 폭락은 염두에 둘 필요가 없다. 사실상 더 중요한 시세의 결정이 걸려있는 전투는 월요일 아침부터 시작될 것이다.

G20 회담에 앞서 경제블록별로 경제장관들이 부지런히 물밑에서 움직이는 모습이 자주 관찰된다.

워싱턴에서도 또다시 브릭스 4개국이 모여 금융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눈 것으로 포착되고 있다. 우리의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당초에 계획했던 신 브레튼우즈 체제에 대한 이야기는 쏙 빼시고 금융경색과 관련된 이야기만을 주로 하셨다.

강만수 장관도 “이번 G20 회담에서 전보다 더 비관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말은 지난 번에 누군가로부터 비관적인 이야기를 들었다는 말이 된다. 강만수 장관도 그 이후로 우리나라 시장에 대한 전략을 크게 수정했었다. “시장은 건강하다”에서 “시장은 위태롭다.”는 전제로 말이다.

앞으로의 시장은 G20에서의 이해관계, 특히 중국이라고 하는 거대한 균형추의 움직임에 따라서...또는 프랑스의 국제무대에서의 입김이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가에 따라서 복잡한 궤적을 그려나갈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필요에 의해서 국지적 뇌관이 또다시 작동할 가능성이 있지만 결국 CDS 전체의 폭발을 유도시킬 수 있는 심층부의 기폭장치는 누구도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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