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국,우리 돈 좀 갖다 써라..."

워싱턴=송기용 기자 2008.11.1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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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로스 칸 IMF 총재, 이명박 대통령에게 자금지원 타진
- 칸 총재 "한국 같은 나라가 갖다 써야 IMF 이미지 좋아진다"
- 이 대통령 "IMF 자금 쓸 생각 없다" 거절

"한국 같은 나라가 돈을 갖다 써야 우리 이미지가 바뀐다"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자금제공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금융정상회의에 참석한 이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한국 기자단과 만나 칸 총재와 나눈 대화를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 칸 총재에게 '죄송하지만 IMF가 과거 신흥국에게 한 조치는 그렇게 신뢰를 받지 못했고, 좋은 인상을 주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과거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 대한민국은 어쩔 수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에 IMF의 모든 조치사항을 따라 했지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고 혹독했던 IMF의 지원을 비판한 것.



이 대통령은 "앞으로 IMF가 재원을 더 확보해 (신흥국 등) 유동성이 필요한 국가에 제공하는 등 역할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IMF가 과거와 달리 조건 없이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해 많은 나라들이 사용하고 있는데, 한국에도 제시했지만 거절했다"고 말했다.

"칸 총재가 '한국 같은 나라가 IMF 자금을 갖다 써야 이미지를 바꿀 수 있다'며 사용해 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지만 IMF 돈을 쓰면 나라가 어려워진 것으로 오해를 받기 때문에 거절했다"고 배경까지 설명했다.

이 대통령을 수행 중인 정부 핵심 관계자도 "IMF가 국제수지나 경제 성적이 좋은 나라에 조건 없이 단기자금을 지원해 주고 있다"며 "우리에게 자꾸 자금을 갖다 쓰라고 하는데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칸 총재가 제안한 자금은 IMF의 단기 유동성 지원 제도(SLF:Short-term Liquidity Facility)을 말한다. SLF는 IMF 회원국들이 출자한 금액의 5배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만들어 졌다.

지난 97년 외환위기 당시 받았던 구제금융 처럼 엄격한 조건을 달지 않고 제공하고 있지만 'IMF 구제금융'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아직 한 나라도 신청하지 않았다. IMF에 44억 달러를 출자한 한국은 최대 220억 달러까지 지원 받을 수 있다. IMF는 신용상태가 양호한 한국과 스웨덴 등 3개국에 SLF자금 제공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IMF가 우리에게 돈을 조건 없이 갖다 쓰라는 것은 한국의 신용이 그만큼 좋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면서도 "우리가 지금 IMF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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