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담 "도대체 왜 모인거야"

유일한 기자, 안정준 기자 2008.11.1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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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금융위기 공조 선언적 합의..민감한 사안은 성과 없어

G20 정상들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금융정상회의를 갖고 5개 원칙과 47개 중단기 실천과제에 합의하고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마디로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5페이지 분량의 성명서에 담긴 내용은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으자는 추상적인 선언에 그쳤으며, 추가적인 부양, 중앙은행 통화정책, 금융 감독 기구 설립, 신흥국 지원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럴 바에야 한자리에 모일 필요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회의 내용이 대체로 공언(mostly promises)에 그쳤다'는 제목으로 G20 회담을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자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합의했지만 금융 감독을 어떻게 강화할 지에 대한 민감한 결정은 내년으로 미뤘다며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의미있는 결정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임기가 두 달 남은 조시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입지를 감안할 때 중대 합의나 결정이 이뤄지기 어려웠다고 해석했다. 미백악관과 공화당은 미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2차 부양이나 자동차 산업 구제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부시 대통령은 "금융시장을 보다 투명하고, 책임있게 만들어야한다는 합의를 이뤘다. 한 번의 회의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번 회담은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결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4월 예정인 G20 정상회담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하는 상황이며 이는 취임 초기의 오마바 행정부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당선인은 직접 회담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대신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과 공화당 인사인 제임스 리치 전 하원의원을 회담장에 보냈다. 오바마는 이날 첫 라디오 주례연설에서 "전세계 경제 위기는 국제 공조를 필요로 한다. 부시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발의한 것에 대해 감사한다"며 우회적인 지지 입장을 보였다.

이번 회의 이전부터 미국과 유럽은 금융위기의 원인과 처방을 둘러싸고 근본적인 차이를 보였다. 금융 감독을 위한 국제기구 설립에 대한 합의는 애초 불가능했다. 유럽은 시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 강화를 주장하며 국경을 넘는 규제 기구의 설립도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미국은 개별 국가 단위의 감독이 중요하다고 맞섰다. 미국은 경기부양 공조에 대해서도 찬성하지 않았다. 금리인하에 대한 합의가 나오지 않은 배경이었다.

독일이 주도한 헤지펀드 규제도 진척이 없었다. 유럽은 미국 중심의 브레튼우즈 체제를 대신할 신 브레튼 우즈 체제 창설을 주장했지만 원하는 바를 전혀 얻지 못했다. 일본이 IMF 대출을 1000억달러로 늘리기로 했을 뿐 중국, 중동의 자금 지원은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에따라 이번 회담에서는 각국 사정에 맞는 경기부양을 추진하며, 금융당국간 협력을 통해 다국적 금융회사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자는 수준의 선언이 이뤄졌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일반적인 원칙에 대한 협상마저도 어려웠다"며 "규제 기구 창설 논의는 일단 전문가에게 맡기자. 이를 바탕으로 다음 회의 때 구체적인 제안을 하자"며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사이먼 존슨 MIT 교수는 "회담을 열 필요가 없는 합의가 이뤄졌다. G7을 대신해 G20이 모였다는 것을 제외하면 새로운 게 없다"고 말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바드대 교수는 "전세계 금융위기에 대한 자기책임 고백을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이번 회담은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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