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빗장 풀린 강남, 힘도 빠졌나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정진우 기자 2008.11.1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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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매수자 관망세 여전…재건축 호가도 다시 제자리

"2∼3년 전 같으면 전화통에 불이 났을 텐데…. 매도자나 매수자 모두 꿈쩍을 안하네요.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감과 기대감이 공존하는데다, 시도 때도 없이 부동산 대책이 쏟아지니 웬만한 호재에는 시장이 반응을 안합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D중개업소 관계자)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대표적 규제들이 잇따라 풀리고 있지만, 정작 시장은 잠잠하다. 최근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를 제외한 수도권 전 지역이 투기지역에서 해제됐고 재건축 소형·임대주택 비율도 대폭 완화됐지만 거래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세대별 합산과세 위헌 결정으로 종합부동세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지만,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매도든 매수든 문의가 없다보니, 호가도 제자리다.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규제 완화의 최대 수혜지역인 서울 강남과 목동 등의 부동산시장은 한산한 분위기다. 매물이 추가로 나오지는 않지만 급매물은 여전히 쌓여 있다. 재건축 규제 완화 소식에 잠시 들썩였던 일부 단지 호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강남구 도곡동 T중개업소 관계자는 "종부세 위헌 결정이 나면 고가주택 호가가 오를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현재는 전혀 상승 조짐이 없다"며 "글로벌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침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어떤 처방도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종부세 관련, 세대별 합산과세에 대한 위헌 결정으로 수혜의 중심에 놓이게 된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경우 지난달보다 주택형별로 3000만∼5000만원 정도 싼 값에 매물이 나와 있다. 헌재 결정 후에도 급매물이 줄지도 않을 뿐더러 가격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 지역 E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빗장이 풀렸고 종부세도 껍데기만 남았지만, 시장 불안 요인이 여전해 정부의 규제 완화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집값 추가하락 전망이 우세한데다 금리가 언제 다시 오를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매수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남권과 함께 대표적 선도지역 중 한 곳인 양천구 목동도 조용하다. 목동 M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이나 종부세 관련 호재를 빼더라도 투기지역에서 해제돼 대출 기준이 대폭 완화됐는데도 거래가 안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목동은 시세보다 수천만원 싼 급매물도 몇 달째 팔리지 않는 '뇌사상태' 시장"이라고 토로했다.

정부의 규제 완화 발표 이후 반짝 호가 상승세를 보였던 재건축 단지도 매수세가 붙지 않아 힘이 빠진 상태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115㎡는 이달 초 10억원까지 호가가 올랐다 다시 9억원 대 초반으로 하락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는 이달 초 8억5000만원 선으로 뛰었지만 열흘 새 다시 8억원 선으로 주저앉았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규제 완화 조치로 당장 거래가 살아나기는 어렵지만 강남 아파트값 하락폭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뱅크 김용진 편집장은 "종부세 일부 위헌 결정으로 세금 압박으로 집을 팔아야할 위기에 놓였던 일부 집주인들이 숨을 돌리게 됐다"며 "매물이 줄면 가격 하락세도 누그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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