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퓨처,10억 쓰고 상장철회한 이유는?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08.11.17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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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인…규제 장벽 높지만, 평가는 냉혹"

"재일교포 3세이자 한국 사람이다. 한국에 꼭 상장하고 싶었지만 장벽은 높고, 평가는 싸늘했다"

일본 기업 최초로 한국 코스닥 상장을 눈앞에 뒀던 티스퓨쳐가 결국 상장을 철회하고 무기한 연기했다. 언어·규제·법률문제 등 장벽은 높았고, 그렇다고 자본조달을 위한 기업가치 평가는 냉혹했다는 게 이유다.

티스퓨처,10억 쓰고 상장철회한 이유는?


야스카와 코우(安川 鋼:한국명 안강) 티스퓨쳐 대표는 교포 3세 한국인이다. 한국에서는 자신을 "안강입니다"라고 소개한다. 물론 3대가 일본에서 살면서 영주권은 갖고 있지만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은 탓에 일본 선거권은 없다.



"비즈니스를 떠나서, 나는 재일교포 3세다. 그래서 한국에 꼭 상장하고 싶었다. 그러나 상장 철회 결심은 '작전상 후퇴'가 아니라 상황이 만든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야스카와 대표가 상장을 연기한 결정적인 계기는 수요예측 후 드러난 터무니없는 저평가였다. 삼성증권 (44,650원 ▲1,150 +2.64%) 주관 하에 공모예정가 7000~8000원으로 약 75억원 전후의 공모액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주관사인 삼성증권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삼성증권은 "상장 포기가 아니라 연기다. 가능한 대안을 모색 중이며, 내년 3월까지는 언제든 상장할 수 있다"며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더욱이 삼성증권은 두 번째 일본기업 네프로아이티(NEPRO IT)의 코스닥 상장도 주관하고 있다.



티스퓨처는 지난해부터 코스닥 상장을 시도하면서 한국 돈으로 어림잡아 10억원을 들였다. 한국기업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지출이다. 야스카와 대표는 일본 기업이 처음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을 준비하다 보니, 많은 벽을 느꼈다고 한다. 관련 법규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고, 상법이 틀리다 보니 이에 따른 제반적인 서류를 만드는 과정도 매우 힘들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법이 비슷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었고, 규제와 법률상의 문제로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됐다고 한다. 현행법상 한국과 일본의 원주를 인정받기 어려운 까닭에 원주도 없이 DR을 발행하는 해프닝이 벌어졌고, 이렇게 시간이 소요되는 동안 코스닥 시장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사실 티스퓨처가 코스닥 상장을 결정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지난해만 해도 코스닥은 일본 도쿄거래소의 마더스와 오사카거래소의 헤르큘레스에 비해 자금조달이 잘 되고 거래가 활발한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5월말까지 코스닥은 전 세계 주요 신(新) 시장 중 8년 연속 거래대금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코스닥은 올 들어 아시아에서 최악의 주가하락을 맛봐야했고, 상당수 상장사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가치 저평가는 더 이상의 무리한 상장 추진을 고집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일본 내 회사 관계자들과 협의해 상장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야스카와 대표는 외국기업이 상장하기에 한국시장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기업으로 첫 스타트를 끊었기 때문에 향후 일본기업들의 상장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데 위안을 삼았다. 한편으로 내년3월까지는 상장예비심사 효력이 남아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상장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우리가 일본기업으로는 어렵게 첫 스타트를 끊었기 때문에 향후 일본기업 상장 절차에 대한 로드맵이 그려졌을 것이라 본다. 적절한 시점이 되면 상장을 재추진하겠지만, 지금은 솔직히 매우 안타깝고 개인적으로 슬프다.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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