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KO헤지 외화자금시장 교란

더벨 황은재 기자 2008.11.1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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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키코 헤지용 달러 수요, 한은이 직접 대출해야"

이 기사는 11월14일(12:1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수출기업에 대규모 손실을 안겼던 통화옵션 상품 키코(KIKO)가 외화자금 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외국인의 국내채권투자 청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외화자금시장에 키코 만기연장에 따른 헤지물량이 새로운 달러 수요로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13일 1년만기 통화스왑 금리는 -0.20%로 떨어졌다.

시중은행들은 키코 관련 헤지용 외화수요에 대해서는 한은이 직접 외화대출를 통해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스왑 입찰이나 한은의 스왑 참여를 통한 자금 지원은 외국은행에만 혜택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중소기업 신속지원(Fast Track) 선상에서도 명분이 있다는 논리다.



◇ 키코 재구조화 후 헤지.."달러 못 구해 난감"

이달 초 한 A시중은행이 한 중소기업의 키코 옵션을 연장하기 위해 재구조화에 들어갔다. 중소기업이 키코 옵션으로 손실을 보긴 했지만 앞으로 환율이 떨어지면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 요청했다고 한다.

A은행은 만기도 연장하고 옵션의 환율 변동 범위도 재조정했다. 그러나 은행은 옵션을 재구조화하고 난 이후 헤지 과정에서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헤지를 위해서는 3년만기로 2000만달러의 외화자금이 필요한데 구할 길이 막막했다.


외화차입은 막혔고 통화스왑(CRS) 시장에는 너나없이 달러를 구하려는 쪽만 있어 헤지한다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우여곡절 끝에 자금을 구해 헤지를 마쳤지만 대기하고 있는 키코 옵션 재구조화는 어떻게 처리해야할 지 막막하다.

이 은행 관계자는 "키코 옵션으로 피해를 본 기업들의 지원을 위해 옵션 재구조화를 해주고 있지만 외화자금 시장이 경색되면서 시장 위험을 헤지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며 "다른 은행들도 재구조화를 해주고 난 이후 시장 위험을 그대로 지고 있고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왑시장에 따르면 최근 통화스왑 거래 가운데 10~20% 가량이 키코 헤지 거래라고 한다. 1억 달러가 거래되면 1000만~2000만달러가 헤지 거래이며 외국은행 국내지점보다는 국내은행들이 주로 거래하고 있다.

◇ 은행들 "한은, 키코 헤지 관련 외화 직접 대출 필요"

은행들의 고민은 시장 위험을 회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키코 재구조화 요청은 계속되는 데 있다. 외면하자니 중소기업의 피해 확대가 불가피하고 다시 은행의 손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고 중소기업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있어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은이 키코 헤지를 위해 필요한 달러 자금은 외화대출 형식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은이 통화스왑 시장에 참여해 유동성을 공급하면 유동성이 외국은행으로 가고 있어 국내은행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다는 이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키코 옵션 재구조화는 한은에 신고한 후 이뤄지기 때문에 필요한 달러 자금 규모를 한은이 알고 있을 것"이라며 "중소기업 지원차원에서 한은이 직접 대출 형태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의 외화대출을 이끌어 내기 위해 일부 시중은행들이 정식으로 건의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외화자금 시장의 사정을 파악하고 있다"며 "전체 은행의 문제가 아니라 일부 은행에서 (키코 관련)자금 수요가 있는 것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지난달 27일부터 국내 수출기업의 키코(KIKO) 등 통화옵션거래 결제자금 외화대출과 운전자금 외화대출의 상환기간 추가연장을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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