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주력부대는 건재하다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11.1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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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저점 지지…-3%로 선방 '기사회생'

기사회생은 오늘 같은 날 안성맞춤인 사자성어다.
오후장 초반 1040.34까지 -7.43% 추락할 당시만 해도 또 다시 1000선 붕괴 우려가 팽배했다. 그러나 대형 양봉이 출현했던 지난 7일 저점(1038.72)이 무사히 지지되고 -3% 남짓한 정도에서 하루를 끝냄에 따라 코스피증시의 오뚝이 근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내일의전략]주력부대는 건재하다


미증시가 지난달 10일과 27일에 이어 전날 저점까지 트리플 바닥을 형성하고 이날 상승세로 돌아서준다면 이번주 내내 미국과 디커플링을 펼치고 있는 코스피증시의 선행성에 박수를 보낼 일이다.



물론 미증시 연저점이 붕괴된다면 코스피의 독자 생존은 어렵다. 미증시 하락에 발맞춰 사흘째 내림세를 보이며 20일 이평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홀로서기가 불가능함을 인정하는 행위다.

하지만 경기침체에 직면한 미증시에서 금융주와 제조업종 가릴 것 없이 속절없이 하락하는 상황을 코스피가 따라갈 정도는 아니다. 이날 장에서 다시 확인했듯이 국민연금이란 비장의 카드가 있다는 점을 가벼이 여길 이유는 없는 것이다.



지난달 2조원이 넘은 주식을 매수했던 연기금은 이달들어 매수강도를 현저히 낮추고 있다. 이날 나흘만에 1000억원대 순매수를 나타냈지만 이달 현재까지 누적 순매수는 3000억원에 불과하다. 지수가 저점대비 20% 이상 떴기 때문에 계속 살 이유는 없지만 이날처럼 지수가 급락하는 날에는 방어군 차원에서 증시에 투입할 준비가 완비된 상태다.

지난해까지 연금의 수익률 제고를 종용하던 일부 국회의원들이 최근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손실을 싸잡아 비난함에 따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움직임이 둔해졌을 우려가 있지만 증시가 고점대비 반토막난 현재 상황에서는 보다 과감하고 공격적인 주식 매수에 나서야 한다.

실물경기 불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주식 매수에 제동을 거는 것은 근시안적이며 무책임한 행동이다.
자본주의의 근간인 주식시장에 대한 희망을 포기한다면 몰라도 향후 수년간 계속 늘어날 기금운용을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우량주에 대한 보유를 맘껏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공황때처럼 증시가 궤멸할 경우에 대비해 연기금을 안전자산에 투입하면서 온전히 보전해야 하다는 주장처럼 인기영합적인 것은 없다. 글로벌 공조노력이 결실을 맺은 뒤 상황호전이 예상되기 때문에 유동성이 필요한 현재 시점에서는 무분별할 정도로 주식을 매집한 뒤 세상이 주식을 원하는 때가 오면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증시 안정성도 키우고 연기금 수익률 제고도 달성하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일이다.

만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투자전략이 제한을 받지 않는다면 외국인의 주식순매도 추세는 겁날 게 없다. 한국에는 누구도 넘보지 못할 확실한 주력부대가 건재한 상태로 대기중이라는 점을 직시한다면 사실 증시 수급 불안감은 근본적인 게 아니다.



미국 경제와 증시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겠거든 바닥 탈출을 시작하고 있는 중국 증시를 믿어볼 필요도 있다. 중국 상하이지수가 아직 추세반전에 성공한 게 아니지만 4조위안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뒤 중국 증시가 꿈틀거리고 있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현상이다.

장이 좋을 때는 중국에 밀접하게 영향받는 중국관련주가 날았다. 지난해 가을까지와 같은 대박업종이 다시 나오지 않더라도 철강, 기계, 조선 등 핵심산업의 낙폭이 과도한만큼 반등의 강도도 셀 것은 자명한 이치다.

1997년 동아시아 IMF 외환위기때 중국이 안정을 유지하면서 전염효과를 차단했다. 미국이 또 한번 흔들리는 현재 중국이 10년만에 다시 안정의 핵으로 부상할 수 있다면 글로벌 리더역할이 부여될 수 있다.



중국은 현재 시점에서 결코 경기불황을 수용할 수 없다. 그토록 갈망하던 올림픽이 이제 막 끝났고 앞으로도 숱한 국제행사가 예정돼 있는 판에 경제개발을 늦출 수 없는 일이다. 자본시장이 완전 개방돼 있지 않고 자체 인구와 자원이 풍족한 국가이면서 사회주의가 근간을 이루는 곳이기 때문에 전세계를 휩싸고 있는 불황의 전염병에 면역성을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물위기는 금융위기의 거울일 뿐이다. 금융위기 따로 실물위기 따로가 아니라 금융위기로 시작된 주가 폭락세 속에서 이미 이같은 실물침체 예상이 시장에 대부분 반영된 상태이며 현실 사회에서 눈에 보이는 상황이 마지막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글로벌 공조체제, 천문학적인 규모의 중국정부 부양책, 실로 새로운 미국의 리더십이 힘을 합하는 상태다. 여기에 내부적으로는 국민연금이라는 막강한 총알 창고가 있다. 미국마저 혼돈을 떨치고 일어나면 이미 늦는다는 점이 증시에 새로 발을 들여놓으려는 부류의 마음을 오히려 급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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