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구제금융, 왜고너 운명 가른다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8.11.1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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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이 임박한 가운데 릭 왜고너 GM 최고경영자(CEO)가 계속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동차업계 구제금융안은 이르면 다음주 하원 승인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이 밀고 있는 만큼 표결 통과 가능성은 매우 높다.



특히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자동차업계 지원에 적극적이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주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빅3 자동차사 경영진을 만나 업계 상황을 전해들은 이후 자동차업계에 대한 긴급 구제를 거듭 강조했다.

상원 역시 자동차업계 긴급 지원이 절실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산업 구제금융안의 상원 표결도 무난해 보인다.



◇ 왜고너, "물러날 생각 없다"

문제는 공적자금 투입 이후다.

미국 정부는 이미 패니매, 프레디맥, AIG 등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정부는 당시 자금 투입 댓가로 이들 3개 기업 최고위 경영진의 물갈이를 내걸었다. 포드, 크라이슬러보다 훨씬 많은 공적자금을 얻어내야만 하는 GM 역시 왜고너 CEO를 구제금융의 제물로 바쳐야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왜고너 CEO는 아직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왜고너 CEO는 이주 초 오토모티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구제금융 이후에도 자신이 물러날 이유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GM 사측은 왜고너 CEO에 대한 소문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GM은 정부 구제금융안이 확정될 때까진 관련 잡음이 일지 않길 바라는 한편 구제금융 투입 조건이 경영진 교체없는 구조조정으로 가닥이 잡히길 바라는 눈치다.



포드나 크라이슬러의 경우, GM에 비해 경영진 교체에 대한 생각이 훨씬 자유롭다. 포드와 크라이슬러는 모두 지난 2년내 외부에서 CEO를 영입했다.

더욱이 포드는 공적자금에 의존하지 않고 자구 노력으로 반전의 기회를 찾겠다는 생각이다. 반면 GM은 공적자금이 생존을 위해 절대적인 상황이다.

◇정치권·업계, '왜고너 OUT' 한목소리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위원장은 빅3 경영진과 전미자동차노조(UAW) 대표의 19일 관련 청문회 참석을 요구했다. 이 자리가 그간의 경영 잘못을 성토하는 자리가 될지 아니면 의례적인 요식행위로 끝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자동차업계의 강도 높은 변화 노력이 촉구될 것만은 분명하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주 빅3 경영진을 만난 자리에선 직접적으로 경영진 쇄신을 언급하진 않았다. 그러나 당시 전과 같은 경영 방식이 더 이상 이어져선 안 된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했다.

일부 의원들은 또 기업을 파산상태로 이끈 현 경영진이 머물러 있는 한 공적자금을 투입해선 안 된다는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제임스 쿠퍼 민주당 하원 의원은 자동차업계 경영진과 이사회가 1950년대 이후 기본적인 개혁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았다며 하원이 완고한 선택을 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셰로드 브라운 민주당 상원 의원은 경영진의 연봉 동결, 주주 배당 중단, 경영진 쇄신 등이 공적자금 투입 조건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도 경영진 교체에 대해선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자동차업계의 공격적인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며 공적자금 투입 이전 강력한 변화가 전제돼야한다는 뜻을 강조했다.



업계 역시 왜고너 회장을 비롯한 GM 현 경영진을 거의 신뢰하지 않고 있다. 자동차업 컨설팅사 매리언켈러의 케너스 엘리아스는 이와 관련, 왜고너 CEO가 지금의 위치에서 별다른 경영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 GM은 지금

GM은 올해 들어서만 200억달러를 날렸다. 이에 GM의 유동성 수준은 불과 수개월의 사업을 영위할 수도 없는 지경으로 추락했다.



우려 목소리가 이어지며 지난주 GM의 주가는 1946년 이후 최저인 3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도이치뱅크는 10일 GM의 투자의견을 '유보'(HOLD)에서 '매도'(SELL)로 하향하는 한편 기존 주당 4달러이던 목표가를 '0달러'로 낮추기까지 했다. GM 주식이 사실상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왜고너 CEO는 말 그대로 GM맨이다. 왜고너 CEO는 1970년 입사 이후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 사장,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을 두루 거쳤다. 2000년부터는 CEO로서 GM호를 이끌어왔다.

왜고너 CEO는 그간 중국, 러시아 등 이머징마켓 매출 신장과 기술력 강화, 성공적인 노사 협의에 따른 임금, 건강보험비 지출 축소 등의 성과를 일궈냈다.



하지만 그는 이탈리아 피아트와의 협력 실패,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금융 자회사의 막대한 손실 등 대형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특히 안정적인 트럭 매출을 기반으로 추진했던 흑자 전화 계획이, 유가 상승에 따른 트럭 판매 위축으로 좌초되면서 GM을 현재의 위기상황으로 몰고 갔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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