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구제금융 '모기지→소비' 전격선회, 배경은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11.13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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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가 경제회생을 위한 공적자금 투입대상을 금융권의 모기지 관련 부실자산에서 소비자 대출시장으로 선회했다.

지난달초 의회를 통과한 '긴급경제 안정법'은 7000억달러에 달하는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을 금융권에 투입, 모기지 관련 부실자산을 매입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불과 한달반만에 목표를 전면 수정, 소비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이다.

◇ 1차 3500억불 이미 소진, 부실자산 매입 개시도 못하고 폐기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지금 이 시점에서는 TARP에 할당된 자금을 부실자산 매입에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라는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부실자산 매입을 위한 '역경매'는 실시하지 않을 방침임을 밝혔다.

'긴급 경제 안정법'은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 가운데 1차로 3500억달러를 사용할수 있는 권한을 재무부에 부여했다.
이가운데 이미 우선주 매입 방식 등을 통해 시중 은행들에 2500억달러의 공적자금이 투입됐거나 직접 투입될 예정이다. 폴슨 장관은 이같은 직접 자금 투입계획은 원래대로 이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400억달러는 AIG의 우선주를 매입하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결국 1차분 가운데 남은 돈은 600억달러 밖에 되지 않는다.
부실자산 매입을 위한 역경매는 실시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당초 금융권에서 우려했던 대로 금융회사들의 모기지 관련 부실채권 규모를 파악하고 가치를 산정하는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권이 역경매에 응해 모기지 관련 부실자산을 헐값(시장가격)에 팔지도 의문인데다, 모기지 자산 매입이 경제회복에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천문학적인 자금투입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이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은 유동성 부족보다는 실물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욱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이 정책 선회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대규모 자금투입을 통해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은 상당부분 완화되고 있는 반면, 경제회복의 관건인 '소비'는 갈수록 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 이같은 정책 급선회를 부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나머지 절반, 소비자 신용 경색 완화 초점

미 재부무는 7000억달러의 나머지 절반은 소비자 신용경색 완화 부문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폴슨 장관은 성명에서 "소비자 대출 시장의 유동성 부족으로 자동차 대출, 학생대출 등이 감소하고 있다"며 "이에따라 미국인들의 부담은 증가하고 있으며 일자리 또한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용처에 대해서는 명기하지 않았지만 신용카드, 자동차할부금융, 학자금 대출 등 소비자 대출에 보다 밀접하게 연관된 비은행권 금융기관이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다.
미국 소비자대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 소비자 금융 관련 회사들로부터 대출담보부 증권을 매입함으로써 소비자 신용 부문 경색을 완화시키겠다는 것이다.

폴슨장관은 이를 위해 우량자산 담보 증권을 유동화시킬수 있는 새로운 기구 설립을 FRB와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소비자와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숨통을 틔우겠다는 것이다.

은행권에 대한 직접 자금 투입은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 경우에도 매칭펀드 방식 등을 통해 민간자금을 조달하도록 적극 유인할 방침이다.

한편 폴슨 장관은 이날 "자동차 부문은 미국의 중대 산업"이라고 언급하면서도 "7000억달러 구제법안은 자동차 산업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혀 구제금융이 민간 제조업체 등에 지원될 가능성은 부인했다.

그러나 민주당 등 정치권과 업계로부터 자동차 산업 등 고용과 소비 연관효과가 높은 민간기업에 대한 구제자금 투입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구제자금이 민간기업에 대한 자금투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수는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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