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공제회, 풋백옵션 행사 고민하는 이유

더벨 현상경 기자 2008.11.1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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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해태제과 옵션 시한…" '여론' 때문에.."

이 기사는 11월12일(16:0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물건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파는 사람이 "나중에 되사주겠다"고 약속하는 것 만큼 확실한 보장도 없다. 풋백옵션(Put Back Option)이 이에 해당된다.



기관투자가중 풋백옵션을 가장 잘 활용한 곳이 군인공제회다.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칸서스자산운용, 진로, 해태제과, 극동건설 등 대부분의 지분투자에서 이를 요구했다. 물론 대등한 조건의 콜옵션도 포함되기는 했다.

그럼에도 군인공제회가 실제로 풋백옵션을 행사한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반대 경우가 많았다.



대우종합기계는 주가가 2만9000원대로 오르면서 두산이 군인공제회에 연 12%수익을 주고 2만4300원에 콜옵션을 행사했다. 칸서스자산운용도 마찬가지. 군인공제회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한일시멘트가 군공 보유지분 22%에 콜옵션을 행사, 1대주주가 된 경우다.

아직 수익이 확정되지 않은 군인공제회의 투자건은 크게 진로(4000억원 투자), 성동조선해양(1200억원 투자), 해태제과(700억원 투자) 정도.

그리고 내년 1월이면 해태제과의 풋백옵션 행사 시점이 도래한다.




군인공제회는 크라운제과가 해태제과를 인수할 당시 7년 기한으로 700억원을 투자해 의결권이 있는 전환상환우선주(RCPS) 27.1%를 배정받았다. 연보장 수익률은 11%.

군인공제회는 크라운이 2008년까지 해태제과를 상장시키면 이를 통해 원리금을 회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모가 산정의 어려움, 제과업계의 연이은 악재, 증시급락으로 이 계획이 뒤틀렸다. KB조합 및 KTB조합 등 여타 재무적투자자(FI)들은 작년말 해태제과에서 이미 철수했다. 주주간계약대로라면 군인공제회는 풋백옵션을 통해 원금과 연11%의 이자를 받아내면 그만이다.

하지만 군인공제회가 풋백옵션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리문제도 있지만 '명분상의 문제'도 있기 때문.

우선 실리상 원리금 보장장치가 이처럼 명확한 투자에서 굳이 연 11%의 수익률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 요즘 시장상황에서는 이 정도 수익률이 보장된 투자건수도 찾기 어렵다.

내년 풋백옵션을 행사하면 여론의 비난과 대외이미지 추락도 감내해야 한다.

크라운-해태제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힘든 시기를 보냈다. 작년에는 과자 유해성 논란이, 올해는 멜라민 파동이 매출과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쳤다.

또 '2008년이면 증시가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으로 해태제과 IPO를 추진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이를 가로막았다.

그나마 2800억원 가량의 차입금을 2011년까지 장기로 차환시킨 게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는 새마을금고가 가지고 있던 전환사채(CB)를 빙그레제과가 웃돈을 줘 사들이는 바람에 지분 경쟁까지 붙게 됐다.

상황이 이런데 군인공제회가 풋백옵션을 행사하게 된다면? 크라운-해태제과에 미칠 영향은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기업의 동반자를 자처했던 군인공제회가 "수익확보 때문에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내쳤다"는 비판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한때 표방했던 '토종기업 지킴이'란 대외이미지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물론 비정한 투자업계의 생리를 아는 이들이 보기에는 군인공제회의 풋백옵션 행사를 탓할 이유가 없다고 말할 것이다. 회원들의 돈을 불려주는 기관투자가의 존립근거는 첫째도,둘째도 '수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복병이 숨어있다. 요즘 같은 시장상황에서 수익확정으로 목돈을 구하다보면 으레 시장이 찍는 물음표가 있다. "700억원이 급할 정도로 현금이 필요한 상황인가"라는 질문이다. 자칫 오해로 그칠 이 질문 때문에 금호, 두산, 유진 등 주요 그룹이 모두 유동성 위기설에 호된 곤욕을 치렀다.

군인공제회와 해태제과측은 조만간풋백옵션 행사여부를 놓고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장여부나 금리조건 조정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풋백옵션을 보유했던 기관투자가들이 토로하는 바는 한결같다. "바로 이런 때를 대비해 확보한 옵션인데 정작 사용을 못하게 됐다"는 것. 금호의 대우건설 인수에 투자했던 FI들이 딱 이런 상황이다.

'칼자루를 손에 쥔 것'과 '칼자루를 휘두를 수 있는 것' 사이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도 알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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