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때마다 급반등, 이번에도?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11.1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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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경기침체 때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지난 10년 사이 우리나라가 맞이한 경기침체는 1998년 외환위기, 2001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2003년 신용카드 부실 사태 등 3번. 이때마다 우리나라의 실질성장률은 크게 하락한 뒤 이듬해 예외없이 급반등했다.

만약 이번에도 같은 패턴이 되풀이된다면 2010년 성장률 반등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해외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 둔화가 변수로 지목된다. 'V'자가 아닌 'U'자형 반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경제위기 때마다 급반등, 이번에도?


◇위기 때마다 극적 반등= 12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1997년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은 직후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1998년 -6.9%로 꼬꾸라졌다. 그러나 이듬해인 1999년 무려 9.5%에 이르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하며 극적인 반등을 이뤘다.

2000년까지 8.5% 성장을 이어가던 한국경제는 2001년 IT버블 붕괴와 함께 성장률이 3.8%로 뚝 떨어졌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 특수와 신용카드 소비붐으로 7.0% 성장에 성공한다.



2003년에는 신용카드 거품이 꺼지고 신용불량자가 양산되면서 성장률이 다시 3.1%로 추락했다. 2004년 4.7%로 회복한 성장률은 이후 △2005년 4.2% △2006년 5.1% △2007년 5.0%로 안정세를 유지해왔다. 올해는 4%대 초반의 성장률이 예상된다는 것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주요 연구소들의 분석이다.

◇동력은 설비투자+소비= 그렇다면 위기 때마다 이듬해 성장률이 급반등할 수 있었던 배경은 뭘까? 지난 10년간의 추이를 살펴보면 위기 때마다 설비투자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이듬해 급등하는 패턴이 되풀이됨을 알 수 있다.

1998년에는 설비투자가 42.3%나 줄었다가 1999년에는 반대로 36,8%나 늘었다. 2001년에는 9.0% 줄어든 뒤 2002년 7.5% 증가했고, 2003년에는 1.2% 감소한 뒤 2004년 3.8% 늘어났다.


지난 10년간 미국 등 선진국 뿐 아니라 중국 등 신흥국까지 대체로 경기호조세를 이어가면서 수출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위기 직후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까지 원/달러 환율이 꾸준히 떨어지면서 자본재 수입비용이 낮아진 것도 한몫했다.

2002년까지는 민간소비도 위기 직후 경기회복을 이끌었다. 1998년 13.4%나 줄어든 민간소비는 1999년 반대로 11.5%나 증가했다. 2001년에는 증가율이 4.9%로 저조했다가 2002년 7.9%로 뛰었다. 그러나 신용카드 거품이 꺼진 2003년에는 -1.2%를 기록한 뒤 2004년에도 -0.3%에 그쳤다.

◇내년 하반기 회복?= 이번에는 어떨까?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실물경제 위기가 가시화되는 시기를 내년으로 볼 때 성장률 반등 시점은 약 2010년, 일러야 내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KDI는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올해 4.2%에서 내년 3.3%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올해 2.1%에서 내년 1.9%로 하락할 것을 예상했다.

내년 세계경제의 침체 가능성 등을 고려한 것이다. IMF는 지난 6일(현지시간)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2.2%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미국 -0.7% △유럽 -0.5% △일본 -0.2%로 선진국 경제는 일제히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KDI는 그러나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내년 상반기 2.1%로 바닥을 찍고 하반기에는 4.4%로 반등할 것으로 기대했다. 설비투자 증가율도 내년 상반기 1.5%에서 하반기 2.2%로 회복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동철 KDI 선임연구위원은 "내년 하반기 이후 금융경색이 점차 완화되면서 성장률이 회복될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 내수의 점진적 회복, 자본재 수입비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설비투자 증가율도 반등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외경기 침체가 심각할 수 있음에 비춰 과거와 같은 'V'자형의 극적인 반등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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