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자살률, 출산율, 그리고 일자리

머니투데이 이기형 기자 2008.11.14 09:12
글자크기
일자리가 중요하다. 생계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관계' 때문이다. '일'을 통해서 개인은 사회와 관계를 맺는다. 사람들과 관계다. 그 관계 속에서 꿈을 꾸고, 미래를 그린다. 이 관계가 끊어지면 행복할 수 없다. 행복은 그가 얼마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회문제가 바로 이 관계의 상실에서 비롯된다. 세계 최고를 기록하는 자살률도 속을 들여다보면 이 때문이고,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아이를 많이 나을 리 없으니 세계 꼴찌의 출산율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정부의 11·3대책 중 해외인턴 인력을 5000명에서 2만명으로 늘린다는 방안이 있었다. 국내에 일자리가 없으니 밖으로라도 내보내겠다는 것이다. 고령화는 급속도로 진행되는데 태어나는 아이는 줄어들고, 있는 젊은이들은 해외로 보낸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가히 예상할 만하다.

그 중요한 일자리가 갈수록 점점 더 줄어드는 것이 문제다. 기업의 매출이 늘고, 투자를 확대해도 오히려 고용인원이 줄어드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정부가 첫번째로 내놓은 방안이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이다. 건설은 이명박 대통령의 전공이기도 하다. 5조원을 투입, 내년 말까지 5만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고 한다. 하지만 계속 돈을 쏟아부을 수 없고, 공사가 끝나면 일자리가 없어지는 측면이 있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5년간 미국 주택경기는 최고 호황을 누렸지만 일자리는 94만개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 기간에 정보기술(IT)부문에서 120만개 일자리가 감소했기에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90만개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정작 일자리 만들기에 효자노릇을 한 것은 보건의료부문이었다. 병원 의료보험 제약 의료기기 등 의료산업부문은 170만개 일자리를 제공했다. ('병원은 많아도 의료산업은 없다' 엘리오앤컴퍼니 펴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보건의료산업 종사자의 비율은 경제활동인구의 10%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5% 남짓인 111만명에 그친다. OECD 수준으로 올라가면 100만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보건의료산업을 관할하는 복지부에선 경제부처로서 모습을 찾기 어렵다. 6개부처 장관이 참석한 11·3 대책 발표 자리에도 복지부장관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 12일 열린 일자리 대책회의에서도 복지부는 마지못해 따라가는 형국이었다. 복지부가 보건산업 육성보다 복지정책에 중심을 두기 때문이다. 항상 복지가 발목을 잡는다.

오죽하면 8년 전 복지부가 승인해서 만들어진 보건산업벤처협회가 스스로 청산을 결정했겠는가. 업계 종사자들이 "복지부에서 벗어나 지경부로 옮겨가고 싶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것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의료의 범위가 질환 중심에서 예방·미용분야로 넓어지고 있다. 의료서비스 대상이 환자에서 일반인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얘기다. 보건의료산업의 일자리는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해외환자도 유치해야 하고, 의료기업으로서 규모와 경쟁력을 갖춘 병원도 나와야 하는 이유다. 이제 복지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언제까지 이 일자리를 외면할 것인가. 해외환자 유치는 국민건강권을 침해할 것이라는 '행복한 권고'(국가인권위원회)를 언제까지 가만히 듣고만 있을 것인가.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