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원장 "경제시스템 제대로 작동하는게 중요"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8.11.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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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지금은 경제성장률 전망 자체보다 경제시스템이 제대로 굴러 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 원장은 12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과 관련해 전날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KDI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민간경제연구소보다 낮은 3.3%로 제시했다.



다음은 현 원장과의 일문일답.

-내년 경제성장률을 전망하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내년 경제성장률을 3.3% 잡았다는 것보다 우리나라 경제시스템이 유동성 경색, 중소건설사 위기 등 리스크를 딛고 제대로 굴러갈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한국의 경제시스템이 제대로 굴러간다는 것을 국내외 투자자에게 보여준다면 300억달러의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이상으로 중요한 심리적 효과가 있을 것이다.



-민간경제연구소 전망치보다 낮은데.
▶내년 전망이 낙관적이냐 비관적이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삼성 등 민간연구소는 한달전에 발표했고 KDI는 지금 발표했다는 시차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달만에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하면서 유가가 100달러에서 68달러로 떨어진 것을 거론했는데 그만큼 유가수요를 유지하는 소비가 힘을 잃었다는 의미다. 한달새 그만큼 상황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얼마나 안 좋은가.
▶선진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일제히 마이너스인 것은 2차대전 이후 처음이다. 세계 경기 하강의 강도만 봐도 1, 2차 오일쇼크때와 다름없다. 산유국은 산유국대로, 선진국부터 신흥국까지 전세계가 어렵다는 점에서 더 안좋은 상황이다. 바닥은 앞으로 위로 치고 올라가는 것을 말한다. 지금은 더 내려갈 수 있기 때문에 바닥이라고 하기 어렵다

-희망은 없는가.
▶미국의 구제금융안이 효력을 발휘한다든지 오바마 경제팀과 부시팀이 협조를 보여준다든지 등 새로운 전기가 없으면 쉽게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 2차 오일쇼크 때는 G-20회담을 소집할 만큼 국제 공조 노력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국제 공조 시스템이 살아있다는 점에서 기대해볼만 하다.


-올해 체감경기가 좋지 않았는데.
▶내년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좋지 않더라도 유가와 교역조건이 뒷받침된다면 소비 등 체감면에서는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 특히 중국이 잘 버텨준다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 나빠지지 않을 수 있다.

-중국 경착륙에 대한 우려는 없나.
▶11% 성장하던 나라가 성장률이 2~3%포인트 하락한다고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16~17세기 세계는 100년에 10% 성장했는데 중국이 14억 인구를 끌고 1년에 두자릿수 성장한 것도 기적이다. 중국 정부 노력으로 8%대 성장하면 우리나라도 세계도 긍정적이다.

-환율 전망은.
▶주가와 마찬가지로 KDI는 환율 전망치를 숫자로 내놓을 수 없다.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다수의 시장참가자들이 결정에 의해 움직이는 곳이다. 그걸 예측한다는 것은 매직(마술)이고 해서도 안된다. 최근 비이성적인 과열로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정부의 책임있는 당국자라면 공개석상에서 환율 흐름을 언급하는 것 자체를 삼가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는 어떻게 되나.
▶오바마 정부가 재협상을 요구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한다면 전세계가 공멸한다. 또 미국 입장에서 7대 교육국인 한국에, 중국·일본·북한 등 관계가 얽혀있는 상태에서 전 정부의 약속을 엎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 우리는 미국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한미 FTA를 비준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어떤 정책을 내놓아야 하나.
▶미시적인 제도 손질은 경기와 상관없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 경제가 좋지 않지만 3년뒤 경제가 좋아진다고 다시 묶는 제도를 내놓으면 안된다. 예컨대 분양가상한제는 경제학자가 보기에 적합하지 않은 제도다. 종부세 역시 처음부터 만들어지지 않았어야 했다. 생기지 말아야 할 제도가 생기면서 이를 다시 되돌리는 문제를 놓고 정책이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것이다.

-정부와 한은, 여야 갈등이 심한데.
▶한국과 미국과의 가장 큰 차이는 정부와 국회, 여당과 야당,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누가됐든 초당적·초계파적 협력이 있는지 여부다. 수도권 규제완화나 직불금 문제로 국력을 쏟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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