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CEO '증시 바닥론'엔 공감(종합)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김유림 기자, 엄성원 기자 2008.11.1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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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린치 투자설명회… "회복 더딜것" 우려도

"바닥이 멀지 않았다"
"아니다, 지금은 대공황이다"

11일(현지시간) 메릴린치가 개최한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월가의 최고경영자(CEO)들은 1년반 동안 지속되고 있는 신용경색 전망에 대해 다양한 견해들을 쏟아냈다. 주가폭락과 대규모 펀드 손실에 분노한 투자자들을 배려한 것인지 대부분 베테랑들은 최악이 지났다는 식의 긍정적인 진단을 내렸다. '빠져도 한참 빠졌다'는 공감대가 엿보인다. 하지만 1920년대 말부터 시작된 대공황이 연상된다는 흉흉한 경고의 목소리도 있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상장 운용사인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인 로렌스 핑크는 이날 뉴욕에서 열린 설명회에 참석해 "지금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무조건 항복'(capitulation)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월가 CEO '증시 바닥론'엔 공감(종합)


항복은 투자자들이 주가하락을 견디다 못해 '묻지마' 투매에 나서는 것을 뜻하며, 약세장의 마무리 직전 단계에서 발생하는 경향이 강하다.

핑크는 "1년전 나는 투자자들의 항복이 나타날 때까지 주가 바닥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나는 지금 그 항복을 보고 있다"며 "증시는 내년 중순부터 회복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도 밝은 어조로 투자자들을 다독거렸다. 그는 "전세계 경기침체가 차입매수(LBO) 방식을 선호하는 사모펀드 업계에게 반드시 나쁜 뉴스가 아니다"며 "우리의 전망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좋은 수익 기회는 어려운 시기에 발생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1990년대 초와 2001년의 침체를 들며 사모펀드 투자자들에게 최대 이익은 최악의 경기 상황에서 발생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월가 CEO '증시 바닥론'엔 공감(종합)
당시 공포심을 극복하고 사모펀드에 돈을 넣었던 투자자들은 연평균 30%의 수익률을 냈다. 18개월 가량 진행된 신용경색 여파로 블랙스톤은 대기업 차입매수보다는 돈(부채)이 덜 드는 중소기업 매수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슈워츠먼은 그러나 "상황이 나아져 조달하는 부채 규모가 커지면 인수 기업의 가격이 오르기 마련"이라며 "지금처럼 가격이 낮을 때 엄청난 규모의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월가 CEO '증시 바닥론'엔 공감(종합)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는 상장 이후 분기 첫 손실 우려, 대규모 감원 등 자사를 둘러싼 부정적 변화를 의식해 "금융산업이 도전적인 상황에 직면했지만 골드만삭스의 현재 상황은 매우 유리한 상황(well positioned )"이라며 해명성 발언을 했다.

블랭크페인은 "단기 경영 환경이 매우 도전적인 게 사실이지만 골드만삭스는 매우 잘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가 CEO '증시 바닥론'엔 공감(종합)
그러나 메릴린치의 존 테인은 현 경제 상황을 1929년 대공황에 비유했다. 테인은 "현 경제 상황이 1987년, 98년, 2001년 상황보다 더 심각하다"며 "1929년 대공황 상황을 다시 보고 있다. 현재 세계 경제가 당시와 같은 둔화를 경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테인 CEO는 이어 "금융 산업 회복세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현재 미국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고 세계 경기가 동반 둔화세로 접어들었다"며 "주택가격 하락, 자산 가치 폭락 등 미국의 경제 문제가 전세계 경제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선진시장의 경기 침체 때 이머징마켓이 이를 보완, 세계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디커플링이론과 관련, "모든 자산시장이 연결돼 있고 개별국 경제들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며 "디커플링과 같은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한때 세계 최대 증권사였던 메릴린치는 금융위기 상황 속에서 주가가 80% 이상 폭락하고 5분기 동안 24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면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매각됐다.

한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시작된 주가하락으로 전세계 시가총액은 28조달러 가량 증발했다. S&P500지수는 지난 일년간 38% 급락했다. 선진증시와 개도국 증시를 포함하는 'MSCI AC 월드 지수'는 45% 급락했다. 금융기관의 신용손실과 상각 규모는 9200억달러로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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