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다, 지금은 대공황이다"
11일(현지시간) 메릴린치가 개최한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월가의 최고경영자(CEO)들은 1년반 동안 지속되고 있는 신용경색 전망에 대해 다양한 견해들을 쏟아냈다. 주가폭락과 대규모 펀드 손실에 분노한 투자자들을 배려한 것인지 대부분 베테랑들은 최악이 지났다는 식의 긍정적인 진단을 내렸다. '빠져도 한참 빠졌다'는 공감대가 엿보인다. 하지만 1920년대 말부터 시작된 대공황이 연상된다는 흉흉한 경고의 목소리도 있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상장 운용사인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인 로렌스 핑크는 이날 뉴욕에서 열린 설명회에 참석해 "지금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무조건 항복'(capitulation)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핑크는 "1년전 나는 투자자들의 항복이 나타날 때까지 주가 바닥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나는 지금 그 항복을 보고 있다"며 "증시는 내년 중순부터 회복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슈워츠먼은 그러나 "상황이 나아져 조달하는 부채 규모가 커지면 인수 기업의 가격이 오르기 마련"이라며 "지금처럼 가격이 낮을 때 엄청난 규모의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블랭크페인은 "단기 경영 환경이 매우 도전적인 게 사실이지만 골드만삭스는 매우 잘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인 CEO는 이어 "금융 산업 회복세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현재 미국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고 세계 경기가 동반 둔화세로 접어들었다"며 "주택가격 하락, 자산 가치 폭락 등 미국의 경제 문제가 전세계 경제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선진시장의 경기 침체 때 이머징마켓이 이를 보완, 세계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디커플링이론과 관련, "모든 자산시장이 연결돼 있고 개별국 경제들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며 "디커플링과 같은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한때 세계 최대 증권사였던 메릴린치는 금융위기 상황 속에서 주가가 80% 이상 폭락하고 5분기 동안 24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면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매각됐다.
한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시작된 주가하락으로 전세계 시가총액은 28조달러 가량 증발했다. S&P500지수는 지난 일년간 38% 급락했다. 선진증시와 개도국 증시를 포함하는 'MSCI AC 월드 지수'는 45% 급락했다. 금융기관의 신용손실과 상각 규모는 9200억달러로 불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