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여권, 한미FTA 재협상론 급물살(상보)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8.11.1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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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오바마 당선으로 재협상 필요"
-盧 전대통령 입장 번복 논란도

구 여권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현재 여당인 한나라당에서 한미 FTA 조기 비준론이 나오는 데 대한 대응이다.

재협상론의 핵심은 상황이 변했다는 것.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세계경제가 체제 변화에 직면했다는 논리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이 등장, 미국에서 재협상 요구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도 변수다.



관심은 재협상론의 진원지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송민순·천정배 민주당 의원 등 참여정부의 핵심 인사들이라는 점이다.
구 여권, 한미FTA 재협상론 급물살(상보)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개설한 온라인 토론사이트 '민주주의 2.0'에서 지난 10일 "한미 간 (FTA) 협정을 체결한 후에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 국제적으로도 금융제도와 질서를 재편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며 재협상이 불가피함을 역설했다.

송 의원은 11일 한 라디오에 출연, "날씨가 좋을 때와 나쁠 때 등산하는 장비가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 FTA 체결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다르단 얘기다. 그는 참여정부 마지막 외교부장관으로 한미 FTA 체결의 주무장관이었다.



이들과 달리 꾸준히 한미 FTA에 비판적이었던 천정배 의원도 재협상을 요구했다. 천 의원은 11일 진보진영 학자와 전문가를 대거 초청, 재협상 필요성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천 의원은 토론회에서 강도 높게 재협상론을 폈다. 그는 "최소한 금융위기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자주적 권한을 찾아온 다음 비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거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한국 자본시장은 (한미FTA 발효시)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풀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천 의원은 한미 FTA 체결때 반대단식을 했던 데다 최근엔 재협상을 요구하는 야권 의원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 여권을 중심으로 재협상론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 민주당 지도부로서는 싫지 않은 일이다. 민주당은 지금껏 재협상 요구를 못했다. 참여정부 계승이라는 구호에 발목이 잡혀 보완대책만 요구할 뿐 재협상론까지 나가지 못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중량급 인사들이 재협상론의 '총대'를 멨다. 민주당은 그 불씨를 키우기만 하면 되니까 부담이 적다.

다만 재협상론을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하다. 노 전 대통령으로선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을 번복했다는 비난을 살 수 있다. 당장 정치권 일각에선 "졸속 FTA를 밀어붙인 과오부터 고백해야 한다"는 반론이 나왔다. 송 의원은 장관 시절 조기 비준론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잘못을 반성하고 양심선언을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제 입장은 그렇지 않다"며 "모든 정책은 상황이 변화하면 변화한 상황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렇게 하는 것이 실용주의이고 국익외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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