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에세이]행복 3종경기

김영권 부국장 겸 문화기획부장 2008.11.1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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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상이 행복을 늘리는 실전 연습이다

'행복 3종경기'라는 걸 최근 만들었다. 종목은 자전거 20km, 등산 4km, 절 49배다. 요령은 다음과 같다.

먼저 집에서 청계사 입구까지 10km를 자전거로 달린다. 그곳에 자전거를 두고 청계사까지 산길 2Km를 오른다. 청계사에서 절 49배를 하고 되돌아온다. 이렇게 하면 대략 3시간 정도 걸린다.

이 경기는 어떻게 우승자를 뽑을까? 우선 서둘러 마친 사람은 아니다. 빨리 끝낸 사람은 하위권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늦게? 천천히 하면 상위권이 유력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사실 이 경기에서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0.01초까지 우열을 가리는 속도 경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경기의 핵심은 '누가 가장 즐겁게 했느냐'다. 즉 행복의 총량과 깊이가 중요하다.

그걸 어떻게 측정하나? 행복이란 다분히 주관적인 느낌인데 난감하다. 다만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겠다.



1.기분이 정말 좋다. 합격!
2.너무 좋아서 몸이 개운하고 머리가 환해진다. 나도 모르게 노래가 나온다. 상위권!
3.어느 순간, 온몸의 세포가 기쁨에 떤다. 길가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른다. 선두권!
4.행복이 넘쳐 혼자 누리기 벅차다. 이 행복을 나누고 싶다. 우승권!
5.충만한 행복에 마음이 고요하고 평화롭다. 우승!

그렇다면 어떻게 경기해야 우승을 넘볼 수 있을까? 첫째, 자전거를 제대로 즐긴다. 목표 지점을 향해 가되 목표는 길잡이일 뿐이다. 나는 페달을 밟고, 바람을 가르는 이 순간이 더 좋다.

관건은 오르막이다. '힘들게 왜 이걸하지?' 이런 회의를 떨쳐내지 못하면 감점이다. 힘들어도 받아들이고 묵묵히 간다. 나의 한계를 시험한다. 한계를 넘어 새로운 차원을 느낀다. 내리막에 들어 인내가 준 열매가 얼마나 달콤한지 음미한다.


둘째, 산길을 온전히 즐긴다. 산사로 가는 마음이 바쁘면 안된다. 그러면 감점이다. 절도 좋지만 지금은 호젓한 이 숲속의 길이 더 좋다. 그 길에 햇살이 비치고, 새들이 지저귄다. 바람이 스치고, 낙엽이 흩날린다. 나는 햇볕과 바람과 새소리를 즐긴다.

셋째, 절을 하며 내 안으로 깊이 들어간다. 가쁜 호흡을 가다듬는다. 마음을 가라앉힌다. 나를 반성한다. 잡념을 떨쳐낸다. 나를 사로잡는 잡념의 수가 많으면 감점이다. 생각의 속도를 늦춘다. 절을 마치고 나는 잔잔한 호수 같다. 평화로움이 넘친다. 이러면 우승이다.



나는 이 '행복 3종경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 위해 지금부터 열심히 연습할 참이다. 하지만 매일 자전거를 타고, 산길을 오르고, 절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연습은 할 수 있다. 핵심은 모든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것이다. 행복한 순간을 즐기고, 어려운 순간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목표를 지향하되 그것에 매달리지 않는 것이다.

이런 훈련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 출퇴근 길에 할 수 있고, 일하면서 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할 수 있고, 밥을 먹으면서 할 수 있다. 모든 일상이 행복을 늘리는 실전 연습이 될 수 있다. 그러니 평소에 꾸준히 연습하고 주말에 실전에 나서면 된다.



나는 주말 실전 경기를 하면서 묻는다. 연습은 충분했는가? 이번 주 기록은 얼마나 좋아졌는가? 우승은 할 수 있겠나?

  
☞웰빙노트

그것이 무엇이든 풍요로움의 원천은 당신의 외부에 있지 않다. 그것은 당신 본래 존재의 일부다. 그러나 바깥에 있는 풍요로움을 느끼고 깨닫는 일로부터 시작하라. 당신을 에워싸고 있는 삶의 풍요로움을 보라. 피부에 와닿는 햇살의 따사로움, 꽃집 앞에 진열된 아름다운 꽃들, 한 입 베어 무는 과즙 풍부한 과일,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을 흠뻑 적시는 비…. 모든 발걸음마다 그곳에 삶의 충만함이 있다. 자기 주위 모든 곳에 있는 풍요로움을 알아차리는 그 눈은 자신 안에 잠자고 있는 풍요로움까지 일깨운다. 그것을 밖으로 흘러나오게 하라. 낯선 사람에게 미소지을 때, 그곳에 이미 에너지의 미세한 흘러나감이 있다. 당신은 주는 사람이 된 것이다. 자신에게 종종 물으라. “이곳에서 나는 무엇을 줄 수 있지? 이 사람, 이 상황에 어떻게 하면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지?”<에크하르트 톨레, NOW>



당신은 무슨 일이든 일을 시작하는 순간 '이 일은 꼭 끝내야 한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효율적으로', '신속하게', '아주 잘' 해야 한다는 생각 역시 습관처럼 한다. 이것은 아주 나쁜 습관이다. 세상에서는 이런 마음가짐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왜냐하면 수행의 관점에서 보면 무슨 일을 하든 행복하고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일로 인해 서로 사랑할 수 있는 힘도 커져야 한다. 일을 끝내야 한다는 마음이 있다면 일을 하는 동안 행복하기 어렵다. 천천히 일해야 매순간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틱낫한, 화>

안개가 일순간에 섬을 뒤덮는다. 하늘도, 바다도, 오름도, 초원도 없어진다. 대지의 호흡을 느낀다. 들꽃 향기에 가슴이 뛴다. 안개의 촉감을 느끼다 보면 숨이 가빠온다. 살아있다는 기쁨에 감사한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도, 끼니 걱정도 사라진다. 곰팡이 피어가는 필름 생각도, 홀로 지내는 외로움도 잊는다. 촉촉이 내 몸 속으로 안개가 녹아내린다. 숨이 꽉꽉 막히는 흥분에 가쁜 숨을 몰아쉰다. 자연에 뭍여 지내는 사람만 느낄 수 있는 이 기쁨, 그래서 나는 자연을 떠나지 못한다. 오르가슴을 느끼는 이 순간만큼은 아무 것도 부족하지 않다.<김영갑, 그 섬에 내가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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