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금융·실물 겹악재, 中훈풍 상쇄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11.11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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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서킷시티·패니매 '침체' 상기… AIG는 추가지원으로 강세

뉴욕증시가 초반상승세를 지키지 못하고 하락세로 마감했다.
중국의 대규모 부양책으로 이머징마켓과 유럽 증시에 이어 뉴욕증시도 강세로 출발했지만 경기침체와 금융위기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소식들이 이어지며 상승 탄력을 잃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에 비해 73.27포인트(0.82%) 하락한 8870.54를 기록했다.
S&P500지수는 11.78포인트(1.27%) 떨어진 919.21, 나스닥 지수 역시 30.66포인트(1.86%) 내려선 1616.74로 장을 마쳤다.



중국 정부는 이날 내수 진작을 위해 앞으로 2년간 4조위안(약 775조원)을 투입키로 하는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중국의 부양책이 글로벌 경기침체 타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장 초반 뉴욕증시를 주도하며 '수혜주'를 끌어올렸다.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AIG 구제방안을 전면 수정, 공적자금 투입 규모를 1500억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정부의 '구명줄'을 건네받은 AIG 주가가 급등, 투자심리를 완화시켰다.



그러나 공적자금이 투입된 모기지업체 패니매가 사상 최대 손실을 발표,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주택시장에 대한 우려가 되살아났다. AIG에 대한 추가 자금지원도 금융위기의 심각성을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미국 2위 가전 유통업체 서킷시티가 이날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고, 생사기로에 선 제너럴 모터스(GM)주가가 60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실물부문의 악재도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결국 오후장 들어 하락세로 반전한 미 증시는 지난주말의 반등세를 잇지 못하고 약세로 마감했다.


다우지수 구성 블루칩 가운데 GM 주가가 잇따른 투자등급 하향 여파로 22.9% 폭락, 하락폭이 가장 컸다. 반면 세계 최대 알루미늄 제조업체 알코아 주가는 5.3% 상승했다. 중국이 이날 4조 위안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함에 따라 글로벌 에너지 및 상품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

◇ AIG에 구명줄, 패니매는 국유화뒤에도 사상 최대 손실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AIG 구제안에 대한 전면 수정을 결정했다. 이날 발표된 구제안은 기존 구제안과는 자금 투입 규모와 방법, 금리 등에서 모두 차이를 보인다. 사실상 새로운 구제안이 탄생한 것과 마찬가지다.

새로운 AIG 구제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규모가 1500억달러 이상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새 계획에 따르면 우선 대출 규모는 850억달러에서 600억달러로 축소된다. 대출 조건은 기존의 3개월물 달러 리보+8.5%에서 리보+3%로 완화됐다. 대출 기한은 2년에서 5년으로 늘어났다.

대출이 줄어드는 대신 미 재무부는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을 통해 400억달러를 투입, AIG 우선주를 매입한다.

AIG 주가는 8.1% 급등했다.

국유화된 미국 최대 모기지 업체 패니매가 사상 최대 규모의 분기 손실을 발표하면서 2.7% 하락했다.
패니매는 국유화 이후 첫 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 3분기 290억달러(주당 13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는 패니매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분기 손실이다.

이와 관련, 허버트 앨리슨 패니매 최고경영자(CEO)는 국유화 이후 부실 자산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대규모의 신용 손실이 발생,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아메리칸 캐피탈은 3분기 실적 급락과 배당중단 발표로 42.8% 폭락했다.

◇ GM 서킷시티 ..제조업 줄 악재

미 최대 자동차 회사 GM이 생사기로에 섰다.
경기침체로 인한 경영악화와 유동성 압박으로 인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투자의견 하향도 잇따르면서 주가가 담배한값에도 못미치는 3.36달러로 폭락했다. 60년만의 최저치이다.

도이치뱅크는 이날 GM에 대한 투자의견을 '유보(HOLD)'에서 '매도(SELL)'로 하향했다. 기존의 주당4달러이던 목표가는 '0달러'로 낮췄다. 사실상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다는 말이다.

도이치뱅크는 보고서에서 GM의 현금보유고가 다음달이면 50억달러 아래로 떨어져 내년 1월 만기도래하는 채무를 갚기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GM이 영업을 지속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가 250억달러를 지원하고 최소한 100억달러에 달하는 대출을 해줘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로드 라체 애널리스트는 "GM이 파산을 면하더라도 거의 파산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체는 GM 뿐 아니라 포드 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빅3'의 전망 역시 비관적이며, 부품 공급업체인 리어 코프, 아메리칸 액슬, 마그나 인터내셔널 등도 '중대한 위협'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바클레이캐피털도 이날 GM의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축소'로, 목표가를 1달러 이하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바클레이즈는 1979년 크라이슬러와 같은 형태의 구제방안이 실행될 경우 확충된 자본(지분)의 98%는 노조와 채권기관, 정부에게 돌아갈 것이며 주주들에게는 남는게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2위 가전 유통업체 서킷시티는 이날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면서 주가가 89% 폭락했다.
서킷시티는 베스트바이, 월마트, 온라인가전소매업체들과의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파산보호 신청 당시 서킷시티의 자산은 34억달러, 채무는 23억2000만달러로 추산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서킷시티는 휴렛팩커드(HP), 삼성전자 등과의 채무 관계에 대해서도 법정보호를 신청했다.

◇ 유가 반등 '중국 부양책 효과', 달러 약세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발표로 국제유가가 반등했다.

10일(현지시간)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1.37달러(2.2%) 상승한 62.41달러로 마감했다.

WTI는 이날 전자거래에서 20개월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으나 중국의 부양책이 원유 수요를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로 반등한채 마감했다.

이날 중국정부는 2010년까지 4조위안(775조원, 5860억달러)을 투입,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앨러론 트레이딩의 필 플린 부사장은 "중국의 부양책의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다"며 "2년에 걸친 부양책이 중국의 에너지 수요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살아나면서 달러화 가치가 주요 통화대비 약세를 보였다.

중국의 대규모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서킷시티의 파산과 GM의 주가폭락, AIG에 대한 추가지원 등 경기불안을 부추기는 소식들이 달러를 끌어내렸다.

10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30분 현재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에 비해 0.38센트(0.29%) 상승(달러가치 하락)한 1.2756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의 부양책에 힘입은 글로벌 증시 반등으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퇴조하면서 달러화와 엔화가치가 주요통화대비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강세로 출발했던 미 증시가 오후들어 미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하락 반전하면서 달러화 하락폭은 축소되는 모습이다.

엔/달러 환율 역시 0.58엔(0.59%) 하락(엔화가치 상승),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다.
미 증시 하락으로 엔 캐리트레이딩 청산여건이 형성되면서 엔화가치를 뒷받침했다.

6개국 주요 통화대비 달러인덱스(DXY)는 0.02포인트 상승한 85.91로 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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