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왜 연일 은행 압박하나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8.11.11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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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돈을 제때 풀지 걱정" 등 작심발언
-"정부 지원, 은행에 막혀 현장에 안내려가" 은행 불신
- 청와대 "은행 압박이 아니라 독려" 해명

이명박 대통령이 연일 은행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은행의 꺽기 관행이 여전하다"는 지난 3일 대국민 라디오 연설을 시작으로 "정부가 돈을 풀어도 은행 창구에 가보면 아주 냉정하다"(4일 무역투자진흥회의), "은행이 돈을 제때 풀지 걱정이다"(10일 중소기업 현장 대책회의) 등 강성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대통령의 지적에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은행 압박에 나섰고, 은행 역시 대통령 발언 배경을 파악하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작심발언에는 은행에 대한 불신이 짙게 배어나온다. 정부가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을 살리기 위해 유동성(자금 흐름)을 대거 풀고 있지만 은행에서 가로 막혀 일선 현장까지 내려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10일 안산시 반월공단에서 열린 중소기업 현장 대책회의 발언을 보면 대통령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경제회생을 위한) 많은 정부 정책이 있지만 정책이 바닥까지 흘러 내려오는 게 관건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기업이 다 어려워지고 난 후에는 소용이 없다. 필요한 것은 필요 할 때 써야 한다. 한데 은행이 과연 필요한 돈을 제때 풀어 줄지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은행 스스로 비난받을 행태를 보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타 직종에 비해 월등히 높은 보수와 복지후생의 과실을 누리면서도 무분별한 단기외채 차입 등 방만한 경영으로 97년 외환위기에 이어 또다시 외화유동성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외환보유고 감소 우려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외화차입을 무제한 보증하고 은행채를 매입해 주는 등 지원에 나선 것은 은행 부실이 기업과 일반 가계로 번지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은행이 자기만 살겠다고 신규대출은 커녕 여신 회수, 꺽기 등 구태를 거듭하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은행의 여신회수, 꺽기 관행 등 문제점이 여러 채널을 통해 대통령께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께서 오랜 기간 최고경영자(CEO)로 기업을 경영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은행에 당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정부가 하느라고 하지만 일선창구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많이 있다"며 "은행은 어려울 때 더욱 더 냉랭해져, 돈이 필요 없을 때는 갖다 쓰라고 하는데 정작 필요할 때는 안면을 바꾸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은행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이 대통령의 발언이 "은행에 대한 압박이 아니라 독려"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우리 경제의 실핏줄이라고 할 수 있는 중소기업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 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을 신속하게 하라는 것일 뿐 무리하게 할 수 없는 일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등 건전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을 지나치게 압박하지 않으면서 기업으로의 자금지원이 충실히 이뤄지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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