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떨어졌는데 휘발유값은 요지부동 왜?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08.11.1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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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50달러대로 떨어졌다. 지난 7월 초 기록했던 사상 최고가 140.70달러에 비하면 60%가 넘는 하락률이다.

반면 주유소에서 파는 휘발유값은 사상 최고가에 비해 20%, 경유값은 26% 하락하는데 그쳤다. 소비자들이 국제유가 하락세를 체감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가격 인하폭이다.



이 때문에 정유사와 주유소들이 유가 상승은 발 빠르게 반영하는 반면 유가 하락에 따른 가격 인하에는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공시된 유가 자료를 면밀히 분석해 보면 유가 하락률에 비해 휘발유값이나 경유값 인하율이 낮은 이유는 환율과 유류세로 인한 '착시' 현상 때문이다.



1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0월 다섯째 주(10월26일∼11월1일) 정유사들이 직영주유소와 대리점에 공급한 휘발유의 세전 가격은 ℓ당 661.68원이었다. 가장 비쌌던 7월 둘째 주 987.13원에 비하면 32.96% 내렸다. 같은 기간 경유도 최고가에 비해 37.86% 낮은 733.91원에 공급됐다.

국제 석유류 가격의 하락세는 이보다 훨씬 가파르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휘발유의 가격은 7월 첫째주 배럴당 145.70달러에서 10월 다섯째 주 62.26달러로 57.3% 하락했다. 경유 가격은 178.06달러에서 78.85달러로 55.71% 내렸다.

국제 가격과 국내 가격의 하락률이 차이를 보이는 가장 큰 원인은 환율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7월 평균 1019.12원에서 10월 1326.92원으로 307.8원, 30.2%가 상승했다.


국제 가격이 같다면 환율 상승 때문에 원화 표시 가격이 30.2% 비싸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제 석유류 하락률에서 환율 상승분을 빼면 국내 가격 하락률과 거의 같다.

여기에 석유에는 가격 변동과 상관 없이 부과되는 세금이 많기 때문에 세후 가격의 하락률은 더 낮아보일 수밖에 없다. 1ℓ의 휘발유에는 교통세와 교통·교육·주행세로 670여원이 부과되고 이를 합한 전체 가격의 10%만큼 부가가치세가 추가로 매겨진다. 경유도 교통·교육·주행세 471여원과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
↑지난달 마지막주 정유사 공급 가격 구조 ↑지난달 마지막주 정유사 공급 가격 구조


10월 다섯째주를 기준으로 각종 세금은 휘발유가 803.06원으로 세후 공급가의 54.82%, 경유가 591.32원으로 세후 공급가의 44.62%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액 세금 비중이 커 유가가 하락할 수록 세금이 공급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진다"고 말했다.

세금 때문에 유가 상승기에도 국내 석유류 가격은 국제 유가보다 상승세가 더뎠다. 두바이유는 지난 7월 첫째 주에 연초 대비 41.41% 올랐다. 그러나 국내 휘발유와 경유는 가장 높이 올랐을 때라 해도 연초에 비해 19.07%, 34.78% 상승하는데 그쳤다.

다만 주유소에서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단계에서 주유소들이 갖는 마진률은 최고 유가 때에 비해 다소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사 공급 가격이 주유소 판매 가격에 1주의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고 가정할 때 올해 휘발유가 최고가일 때 주유소는 판매가의 6.45%를 차익으로 남겼으나 가격 하락한 상태인 최근의 차익은 7.88%로 늘었다.

7월 둘째 주 정유사 공급 가격과 같은달 셋째 주 주유소 판매 가격의 차이는 ℓ당 125.61원이었으나 10월 다섯째 주 정유사 공급 가격과 11월 첫째 주 주유소 판매 가격의 차이는 125.27원을 나타낸 것. 같은 기간 경유 판매 차익 비율은 6.54%에서 10.00%로 높아졌다.

그러나 이같은 차익 비율마저도 유가 상승기와 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을 때를 같은 시차를 기준으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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