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지원, 현대·기아차에겐 '호재'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8.11.1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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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가 파산하면 한국업체가 가장 큰 피해 입어"

10일 현대·기아자동차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미국 빅3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이 하락 이유로 꼽히고 있다.

현대차 (295,000원 ▼3,000 -1.01%)는 이날 11시 31분 현재 전 주말 대비 2300원(4.22%) 내린 5만2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기아차 (129,300원 ▼2,200 -1.67%)는 370원(3.66%) 떨어진 9730원을 기록중이다. 두 회사 모두 시간이 갈수록 낙폭을 줄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새 정부의 빅3 지원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차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빅3의 경쟁력이 되살아나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오히려 미국 소비자들은 빅3에 자신들의 세금을 투입하는 것에 반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날 하락은 과도한 우려에 따라 일시적으로 투자심리가 약화될 것일 뿐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지난주 금요일 두 회사 모두 10% 이상 급등한 것에 따른 조정으로 풀이하는 게 맞다는 얘기다.



◇지원 쪽으로 급선회한 이유=부시 정부는 당초 빅3에 대한 지원을 거부했었다. 국민의 세금을 투입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였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월가에 대한 지원은 어쩔 수 없지만, 자동차업체들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스스로 자구책을 찾으라는 메시지였다.

이에 따라 자동차업체들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오바마 당선자를 전폭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정부에 대한 미련을 접고 새 정부로 말을 갈아탄 셈이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미시간주와 오하이오주에 몰려있다. 특히 오하이오주는 경합지역이었는데, 오바마 당선자의 손을 들어줬다"며 변화 배경을 짚었다.


미국 내에서도 빅3에 대한 지원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원하지 않을 경우 빅3 파산이 불가피하다는 위기의식이 최근 힘을 얻고 있다. 대규모 인력을 고용하는 자동차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고용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빅3 파산은 미국 실물경제에 큰 충격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긍정적=전문가들은 "빅3가 파산하면 한국 업체가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며 빅3에 대한 지원은 오히려 한국업체에 이롭다고 분석했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이미 25년전부터 미국에 공장을 짓기 시작해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현대차 앨라배마공장은 지난 2005년부터 본격가동됐고, 건설중인 기아차 조지아주 공장은 내년에 준공된다. 아직은 '이방인'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빅3가 무너지면 그 화살이 고스란히 한국 자동차업체에 돌아올 것으로 우려된다. 가뜩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가운데 빅3가 파산하면 압박강도를 더욱 높일 전망이다.

미국 새 정부의 지원은 빅3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악화된 재정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 차세대 자동차 관련 지원은 장기 프로젝트여서 현재 살림에 큰 보탬이 될 수 없다.

서 애널리스트는 "빅3의 약화는 구조적인 반면 지원은 주로 건강보험 쪽에 치중돼 있어 간접적인 경쟁력 강화에 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빅3는 소비자 욕구와 기호 변화를 무시한 채 자기만족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이상현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자동차는 최종 소비제품으로, 정부가 지원한다해도 소비자 외면이 바뀌지 않는다"며 "현대·기아차의 주가 하락은 우려가 과도하게 반영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전기자동차 등 차세대 자동차의 경우 중장기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당장 현대·기아차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봤다.

현대차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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