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신용등급전망 하향, '은행 외채' 탓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11.1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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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 亞서 한국만 '부정적' 조정… 내년 4월 등급하향 우려

"은행의 외채상환 어려움 가능성"

영국계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우리나라에 대한 신용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것은 한국 은행들의 외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외채의 만기연장이 어려워지면서 한국 은행들의 외채 상환이 빠르게 이뤄질 경우 대외신인도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피치가 신용등급전망을 낮춘 이유다. 외환시장에서의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달러화 매도 개입도 위험요인으로 지목됐다.



◇ 아시아에서 한국만 '부정적' 하향= 피치는 10일 한국을 포함해 신용등급이 BBB∼A인 신흥국 17개국의 신용등급 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국 등 11개국에 대해 신용등급 또는 신용등급전망을 하향조정했다.

불가리아 카자흐스탄 헝가리 루마니 등 동구권 4개국에 대해서는 신용등급을 낮췄고, 한국 말레이시아 멕시코 남아공 칠레 헝가리 러시아 등 7개국에 대해서는 신용등급전망만 하향조정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 대만, 태국, 인도, 한국, 말레이시아 등 6개국 가운데 한국, 말레이시아만 신용등급전망이 하향조정됐다. 중국, 대만, 태국, 인도는 신용등급과 신용등급전망이 모두 현행대로 유지됐다.

이 중 말레이시아는 전망이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된 것으로,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아진 것은 아시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신용등급전망 하향의 근거는 주요 수출품인 석유의 가격이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 내년 4월 등급 하향 우려= 피치가 한국에 대한 신용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것은 내년 4월에 있을 연례협의에서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현재가 피치가 우리나라에 부여한 신용등급은 'A+'로, 무디스(A2), 스탠다드앤푸어스(S&P, A)가 부여한 신용등급보다는 높다.


이들 3대 국제신용평가사가 한국의 신용등급전망을 '안정적→부정적'으로 낮춘 것은 외환위기 이후 2번째다. 무디스는 지난 2003년 3월 북핵 위험을 이유로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린 뒤 다시 '안정적'으로 원위치시킨 적이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신용등급전망만 바뀌었을 뿐 신용등급이 바뀐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심리에만 영향을 줄 뿐 실제 차입비용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은행의 외채 상환 우려= 한국의 신용등급전망을 낮춘 이유에 대해 피치의 제임스 맥코맥 아시아헤드는 "한국 은행시스템의 부채축소(de-leveraging)가 대외신인도에 훼손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금융시장에서 국내 은행들을 상대로 빠르게 자금회수가 이뤄질 경우 은행들이 외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6월말 현재 국내은행 부문의 외채는 1516억 달러였다. 이 가운데 조선업체, 자산운용사와의 선물환 거래에 따라 발생한 400억∼500억 달러는 상환불능 가능성이 없고, 나머지는 은행들이 갚아야 하는 돈이다.

맥코맥 아시아헤드는 또 "특히 환율을 떠받치기 위한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이 동반될 경우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달러화 매도 개입에 따른 외환보유액 감소를 우려한 것이다. 지난달 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2122억5000만 달러로 한달새 274억2000만 달러 줄었다.



외화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에 대한 외화유동성 공급을 늘린 것이 컸다. 달러화 강세로 유로화 등 비달러화 자산의 환산액이 줄고, 달러화 매도 개입이 이뤄진 영향도 있었다. 이 가운데 외화유동성 공급분은 향후 돌려받는 것인 만큼 영구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대우증권은 이날 "피치가 신용등급전망 하향조정의 주된 이유로 지적한 은행의 부채축소는 지금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과정이고 장기적으로는 은행의 건전성을 높일 수도 있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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