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금융위기 계기 반미 노선 강화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11.1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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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 확대 꾀하나 동조 국가 적을 듯…러시아 위기에 가장 취약

러시아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미국 정책을 공격하고 워싱턴에 대한 영향력을 줄이는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국가들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기대를 밝히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의 뒤를 따르는 국가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 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바마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미국이 금융위기 진앙지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위기 해결을 주도할 것이란 분석이다.
러시아, 금융위기 계기 반미 노선 강화


◇ 러시아, 금융위기 통해 영향력 확대 모색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전세계 금융 시장 혼란을 야기한 주범이 바로 워싱턴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미국이 야기한 위기가 러시아가 그루지야를 침공한 부분적인 이유가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또 미국이 유럽에서 미사일방어체제 구축을 강행하는 계획에 대응해 폴란드 국경에 전술 미사일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이러한 발언들은 오는 14~15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것으로 러시아가 미국 주도의 글로벌 경기 회복 노력을 거부하고 독자 노선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러시아는 다시 사회주의로의 복귀는 주창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부유한 기업사업가들과 집권층들은 어떤 다른 이들보다 현재 자본주의 체제를 만끽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러시아는 금융위기는 수퍼파워를 가진 한 국가가 있는 세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 이후 미국의 독주는 미국 정부 및 감독 기구들로 하여금 경제 상황에 대한 잘못된 진단을 내리도록 이끌었다"면서 "정치 및 경제 시스템의 급진적인 개혁이 필요하며 러시아는 이러한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는 국가들의 최종 대부자 역할을 맡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역할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명했다. 동맹 국가들에 대한 대출 거부 사태 등을 거론하며 IMF가 정치적 배경을 통한 대출 결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오바마 효과' 러시아 동조 국가들 거의 없을 듯

그러나 러시아가 이러한 입장에 동조하는 국가들을 포섭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그동안 브릭스(Brics)로 불리우는 중국, 인도, 브라질 등의 정치적 영향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러시아는 올 여름 브릭스 외무장관 회담을 시베리아에서 개최했으며, 인도 브라질 등과 주요 군사적 협력에 박차를 가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어떠한 국가도 반미주의를 걷고 있는 러시아 노선을 따를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고 있다.

모스크바 카네기 센터의 마리아 립먼 연구원은 "전세계의 오바마에 대한 열망이 매우 강하다"면서 "일부 반미국가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오바마를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피오도르 루키아노프 러시아 글로벌어페어 매거진 편집장은 "러시아 정부가 G20 정상회담을 영향력을 키울 기회로 활용한다면 이는 잘못된 판단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이머징 국가들을 초청했으며 중국 역시 입지 강화를 원하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주도하는 반미주의에 다른 국가들이 동참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위기를 미국이 야기한 전염병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러시아는 금융위기 과정에서 다른 어떠한 국가들보다 더욱 취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위기에서는 과거 1998년 디폴트 사태와는 달리 러시아 정부의 외환 대출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올리가르히라고 불리우는 러시아 기업가들은 3000억달러에 달하는 해외 부채를 쌓고 있었고 이는 위기를 더욱 가중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러다 갑자기 금융시장이 경색되고 러시아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원유 및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하면서 위기가 가중되기 시작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번 위기를 통해 러시아가 더욱 강력한 국가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에 대해 확신하는 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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