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보호주의와 한국증시

박문환(샤프슈터)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 2008.11.10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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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슈터의 증시 제대로 읽기]<10>합법적 범죄(1)

편집자주 샤프슈터.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문환(43) 팀장의 필명입니다. 주식시장의 맥을 정확히 짚고, 가급적 손해보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그의 투자 원칙과 성과에 따라 붙여진 필명이지요. 한국경제TV(와우TV)에서 10여년 동안 출연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유익한 투자정보를 제공했던 샤프슈터 박문환 팀장이 오늘(9월1일)부터 매주 월요일 개장전에 머니투데이 독자를 찾아갑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뜨거운 환영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오바마의 보호주의와 한국증시


오바마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필자에게 미국의 국민들에 대한 존경심마저 가져오게 한 대단한 사건이었다.

미국이라는 나라...피부색을 초월해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이 세상에 몇 안되는 꿈을 이룰 수 있는 나라임에 틀림이 없다. 대통령이 흑인이라는데 이제 더 이상 미국이 기회의 땅임을 설명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차기 대통령 오바마가 지난 주말 했었던 발언이 심히 마음에 걸린다. 오늘 월요칼럼의 첫 번째 주제는 “오바마” 와 관련된 이야기다.



그는 지난 주 자신의 홈피에 향후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암시하는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다.
홈페이지에서 그는 해외에 일자리를 만드는 미국 기업에 대해 세금 감면 혜택을 없애겠다고 했으며 불공정한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미국에 수출하는 외국 회사들과 각국의 비관세 장벽에 대항하겠다고 했다.

부시 정부에서 한참 말이 많았던 해외 아웃소싱에 대한 부분에 칼을 대겠다는 의미이며 또한 각종 보조금을 받는 해외 기업들에게 철퇴를 가하겠다는 이야기이다.



한마디로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보호무역을 강화하겠다는 말이다. 뭘 보호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오바(하지)마!” 세요....

어느 나라가 되었던지 그 나라의 국익을 위해서 정책을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미 미국에 입장에서 언제나 보호무역을 하고 있었던 그들이 다시 보호무역을 강화하겠다고 하는 것은 심히 걱정부터 앞서게 만든다.


옥스팜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전체의 수입세율은 1.6% 정도이다. 하지만 이 세율이 가난한 나라들에게서 수입되는 1차 산업 생산품에 대해서는 그 실질세율이 엄청나게 상승하게 된다. 인도의 경우 4% 정도 된다. 더욱 가난한 방글라데시나 네팔 등의 경우에는 15%에 육박하는 수입세를 부과한다.

정말 웃기는 것은 경제 규모가 30배 이상인 프랑스와 방글라데시가 미국에 지불한 관세는 비슷하다면 이미 보호무역의 수위는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자유무역주의를 강조했었던 공화당의 집권기에도 사실 자유무역은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그 외에 여러 곳에서 관찰된다.

예를 들어보자.

WTO 체제에서는 같은 비율로 관세를 낮추어 상호간에 무역장벽을 낮추자고 선진국 측에서 먼저 제의했고 이에 대해 대부분 수락했다. 이후 평균 71%였던 수입관세율이 약 32% 수준으로 축소되었다.



물론 미국에서도 수입관세는 절반가까이 줄였다. 절반이라고 해봐야 7%였던 것을 3%로 수준으로 줄인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같은 비율로 줄인 것 같다. 하지만 엄청난 눈속임이다.

예를 들어보자. 후진국에서 미국의 1000달러짜리 PDP를 수입해왔다고 가정해보자.

관세율은 과거에 71%였고 시장에서는 1710달러에서 도매가가 형성되었었다. 하지만 자유무역 이후에 이 관세율은 크게 내려 1320달러에서 도매가가 형성된다면 후진국의 소비자들은 앞 다투어 선진국에서 만든 PDP를 살 것이다. 상당히 많이 싸졌기 때문이다.



그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미국이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PDP에 대한 관세율을 7%에서 3%로 내렸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1070달러였던 것이 1030달러로 낮아질 뿐이다. 40달러 낮추어졌다고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온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말만 그럴듯한 관세율 동시인하지 총액기준으로 보면 후진국에 입장에서 볼 때에는 같은 상품에 대해 관세의 인하효과는 거의 10배에 달한다.



후진국 국민들은 화끈하게 하락한 선진국에서 만든 PDP에 대한 구매향상효과가 크지만 선진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가격적 메리트를 거의 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다.

즉 자유무역이라고 하는 깃발만 내 걸었을 뿐 선진국에서 만든 제품을 후진국에 더 많이 수출을 하겠다는 교묘한 전략일 뿐이었다.

선진국에서 만든 소위 “지적 소유권”에 대한 권리도 겉으로는 공정이지만 지극히 불공정한 약속이다.



후진국에서 지적 소유권을 주장할 것이 무엇이 있는가? 거의 없다.

우리나라도 이제 잘 사는 나라에 속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외국에 주장할 수 있는 지적 소유권이 얼마나 되겠는가? 하물며 개도국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다른 나라들은 어림 반 푼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툭하면 지적소유권 이야기를 하면서 엄청난 무형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이 그들에 의해 만들어진 자유무역의 현주소이다. 즉, 규제는 거의 선진국을 위한 규제이고 상호 수출 촉진이라기 보다는 선진국의 수출촉진 정도가 될 것이다.



지난 주말에 오바마가 올렸던 글 중에서 해외에 투자하는 회사들에 대해서 세금혜택을 줄이겠다는 것은 더더욱 가혹한 발언이었다.

그나마 유일하게 경쟁력이 있는 후진국의 값싼 노동력의 수출마저도 끊어버리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같은 값이면 미국에서 공장을 차려서 미국의 노동자들에게 월급을 주라는 말이다.



더욱 더 납득이 안가는 부분은 “막강한 보조금을 받는 해외의 기업들과 맞서 싸우겠다”는 말이다.

이건 정말 심하게 오바한 표현이다. 미국에서는 농업이나 기초 연구개발에 대한 보조금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이 책정이 되어 있다. 기초 연구개발이라는 부문에 대한 보조금은 사실 상 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이나 마찬가지다. 단지 이름과 시기만 바꾸었을 뿐이다.

금융에 대해 덜 세련된 상식을 가지고 있는 중국이 증치세를 통해서 수출을 장려한다는 것은 완제품에 대한 세금환급을 통해 보조금을 주는 형태라면 미국은 아예 기초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을 통해서 개발 단계에서부터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즉 맨 나중에 지원을 하느냐 혹은 처음부터 지원을 하느냐의 차이일 뿐 지원에 대한 총량적인 차이점은 거의 없다.



게다가 선진국에서는 그렇게 기초연구분야에 대한 지원을 통해서도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역불균형 해소를 위한 특별 보조금”이라는 명목으로 커버하고 있다.

후진국에서야 선진국에서 기초부품을 수입해서 완제품을 팔고 이 완제품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겉으로 보인다 뿐이지 사실 기초연구 분야에서의 보조금이나 완제품에 대한 보조금이나 조삼모사일 뿐이다.

그럼 후진국에서도 기초 연구분야에 보조금을 지원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후진국에서는 사실 기초산업에 대한 연구를 할만한 여력이 없다. 즉, 이 부분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싶어도 못하는 실정이다.



사실 지금도 브라질이 늘 미국에 불만을 갖고 있는 부분이 농업 보조금 문제 아닌가?

자유무역 하자고 해놓고 농업 부문에 엄청난 보조금을 쏟아 부어 경쟁력이 있는 미국의 농산물 때문에 브라질의 농업기반 자체가 씨가 마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자신들의 보조금은 살짝 숨겨두고 겉으로 드러난 후진국의 보조금에 대해서만 문제 삼겠다는 말인가?



필자는 변호사와 정치인들이 가장 가엽다. 이들은 언제나 속으로 양심을 속이는 일을 직업적으로 밥먹듯 해야만 먹고살 수 있기 때문이다.

재야에서 아무리 오바마가 훌륭했던 사람이었다고 한다고 해도 일단 대통령이 된 이상 미국의 국익을 위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아마도 자신들이 기초연구분야와 농업부문에 대해 남보다 훨씬 더 큰 보조금을 쏟아 붓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알면서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거짓으로 위장하고 상대를 압박해야만 하니 올바른 양심을 가지고서 어찌 정치를 하겠는가?

필자는 어쩌다가 거짓말을 하게 되면 얼굴이 당췌 빨개져서 거짓말을 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아야 하니 그게 어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정치인들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국민을 보다 행복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자국의 이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언제나 양심을 저버려야 하는 직업상의 특징에 대해 딱하다는 말이지 그들이 양심이 어긋났다는 말은 아니다. 백정이 없으면 고기를 먹을 수 없듯이 위정자가 없다면 또 나라 꼴이 뭐가 되겠는가?



아무튼...오바마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심각한 보호주의의 망령을 되살리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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