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 vs 한국은행 '아직도 냉전중'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11.10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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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화스와프 '감정의 골' 업무협조 사실상 중단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사이의 불화가 심상치 않다.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의 공치사 문제로 깊게 패인 감정의 골이 쉽게 메워지지 않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해 어느 때보다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할 두 기관의 대립에 대해 우려가 적지 않다.

 7일 재정부와 한은에 따르면 최근 양 기관 사이의 업무 협조가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자들 사이에는 아예 통화를 거부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달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발표를 앞두고 언론으로 정보가 미리 흘러나가면서 촉발됐다.

외부에서부터 한미 통화스와프와 관련한 소문이 조금씩 떠돌던 과정에서 재정부 기자들이 취재에 들어간 것이 화근이었다. 이에 대해 재정부는 '철통 보안'에 주력했으며 정보를 흘리거나 관련해 언급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한은은 믿지 않았다.



 한은은 이에 자극받아 재정부와 협의없이 단독 기자회견을 열었다. 다음날 주요 언론들이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을 재정부가 주도한 것으로 보도하자 한은은 다시 재정부가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한은측은 "재정부가 국제 관례를 무시하고 정보를 미리 흘려 협정 체결을 위험하게 만들었고 협정 체결 당사자인 한은까지 무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정부는 "정보를 미리 흘리거나 언론 플레이에 나선 적이 없다"며 "최근까지도 한은이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과 관련,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아 협상이 어렵게 진행됐는데 일이 성사되니까 뒤늦게 자신들의 공인 것처럼 주장한다"고 맞받았다.


 파장이 커지자 강만수 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한은 총재가 전화 통화를 통해 협력관계 복원을 약속했지만 두 기관의 '냉전' 관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비단 한미 통화스와프만을 놓고 불거진 문제라기보다 그동안 서로에 대해 묵혀 있던 감정이 분출된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그동안 재정부는 "위기상황에서도 한은이 무책임하게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해왔고 한은은 "재정부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고 반발해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엘리트 집합소인 양 기관의 오랜 자존심 싸움도 한몫했다.



 그러나 이 같은 '냉전'이 장기화할 경우 양 기관의 공조가 필요한 외환시장 안정, 한미 외화스와프 기한(내년 4월말) 연장 등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원/달러 환율 문제 놓고는 이미 '불협화음'의 사례가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이성태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설명회에서 "환율을 진정시키는 게 용이한 일은 아니다"라며 원/달러 환율 상승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자 재정부가 서둘러 대규모 개입을 단행, 환율을 끌어내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더 늦기 전에 재정부와 한은간 협력관계의 복원이 시급히 요구된다는 지적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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