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침체시대, 금리인하 '독해법'은?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8.11.0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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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는 만병통치약 아냐…한은 25bp 인하 '긍정평가'

금리인하의 약발이 끝나가고 있는가.

한국은행이 7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지만 시장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기관은 한은 발표 직후 기다렸다는 듯 매도물량을 쏟아냈지만, 다행히 이후 매도세를 크게 줄였다. 개인 투자자는 금리인하를 반기며 매수에 나서 코스피 상승반전을 이끌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제 금리인하에 대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때"라고 말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기를 맞이해 '금리인하=지수상승'이란 등식이 성립하지 않게 됐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전날 유럽중앙은행(ECB)와 영국 영란은행(BOE)는 각각 기준금리를 0.5%포인트, 1.5% 포인트 인하했지만 약발이 먹혀들지 않았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증시는 5% 넘게 추락했다.

◇금리인하, 만병통치약 아냐=분명 ECB와 BOE는 이번 금리인하시 시장의 긍정 반응을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았다.



오히려 지나친 금리인하는 위기감을 높일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문기훈 굿모닝신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럽과 영국이 예상보다 큰 폭의 금리인하를 단행했는데, 이는 오히려 '우리가 이렇게 다급한가'라는 위기감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R(Recession·실물경기침체)의 공포'가 전 세계를 짓누르는 가운데 섣부른 금리인하 정책은 오히려 부작용 또는 역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인하에 따른 '오해'(?)의 가능성을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각국 정부는 기업부실이 확대되면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국채 발행을 통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금리가 상승하게 되고, 따라서 이를 무마하기 위해 금리를 (선제적으로) 낮춰야 한다."


큰 틀에서 볼 때 현재 단행되는 금리인하는 곧 기업과 금융회사의 부실 발생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공격적인 금리인하는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게 된다는 분석이다.

◇'금리인하 미학'이 필요=지금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서고 있다. 이미 각국의 금리인하 러시는 예고돼 있었다. 유동성 확대를 통해 막힌 돈줄을 뚫어야 한다는 절박함이다.

이런 가운데 국제 원유가를 비롯해 상품가격이 떨어짐에 따라 물가상승 압력이 완화됐고, 각국은 "기회는 이때다"며 금리를 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금리인하를 만병통치약처럼 사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시장은 금리인하에 대해, 그것도 영국처럼 무려 1.5%포인트나 낮출 경우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었다.

하지만 사상 유례없는 글로벌 경기침체 국면에서는 그 효과가 '완화제'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 강의 폭을 넓혀 경기침체라는 격류를 다소 진정시키는 부분적인 효과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다. 증시에 견주면, 지나친 하락을 막는 부분적인 버팀목(문기훈 센터장)이 된다.

전문가들은 "부동산가격 하락, 원유가 안정이란 환경을 이용해 각국이 금리인하에 나서고 있지만 자칫 시기와 인하 폭을 잘못 선택할 경우 오히려 시장 불안정성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날 한은의 인하 폭은 시장 기대에 다소 부족하지만, 지나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금리를 내리면 주가는 오른다는 상식을 버려야 한다."(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후 사용할 탄환을 위해 여지를 남겨두는 현명함이 필요하다."(문기훈 센터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침체,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이해 금리인하 정책을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제때에 사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 투자자도 금리인하에 따른 판단을 보다 종합적이고 긴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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