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한은총재 "경기급랭, 과도한 위축 막을것"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08.11.07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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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금리인하 가능성 강력시사

한국은행이 7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현행 4.25%인 기준금리를 4.0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한은 기준금리는 2006년 2월 4.00%를 기록한 이후 3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게 됐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경기가 전체적으로 상당히 빠르게 둔화되는 모습"이라며 "이번 금리인하 조치는 점차 금융시장에서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올해 및 내년 상반기 중 국내경기가 과도하게 위축하지 않도록 하는데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에 대해서는 "내외 여건 상 성장률이 상당히 많이 내려갈 수도 있다"고 말해 내년 우리 경제여건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중장기적 물가안정 범위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우리경기가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할 방침"이라고 말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문답>
-어제 유럽 쪽은 공격적으로 인하했는데, 0.5%포인트 인하도 검토됐나.
▶몇 개 국가에서 금리를 많이 내렸으나 우리도 지난 10월 2번 내렸고, 오늘 한번 내렸다는 점을 참고해 달라. 오늘 회의서 논의된 내용은 아직 말씀드릴 시점이 아닌 것 같다.



-경기가 빠르게 위축된다고 했는데 내년 경제성장률이 얼마나 될 것으로 보는지. 일각에서는 2%대, 외국에서는 1%대로 보는 등 우려가 많다.
▶내년 성장에 대해 어떤 수치를 드리기는 좀 그렇고, 12월 중 경제전망 공표한다. 기다려 달라. 단지 우리는 수출에 상당한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내수가 좋고 수출이 좋을 때는 성장률 상당히 높아지고, 내수와 수출이 엇갈릴 때는 (경제성장률이) 좀 낮아진다. 지금 상황은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하반기까지 갈지는 잘 모르겠으나 내수도 별로 좋지 않고 수출전망도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내외 여건을 볼 때 성장률이 상당히 많이 내려갈 수도 있는 여건이다.

-외평기금과 외환보유액에서 스와프시장 통해 외화 상당히 공급하고 있다. 그럼에도 CRS가 마이너스로 갔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외평기금과 한은 보유액 중 상당부분을 통해 외환유동성을 스왑 시장 공급하고 있는데, 스와프시장이 불안한 것은 지금 외국인의 채권매각 등이 국내 스와프시장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시장이 좋지 않으니까 국내 은행들이 기한 돌아오는 기존 차입금을 차환을 잘 못하고 있는 부분도 많다. 현상이 현재 우리나라 은행들의 외환수급이 상당히 어렵다는 점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외환당국에서 더 많은 외화유동성을 공급하면 되겠지만 그쪽은 그쪽대로 미래의 외환수요 등에도 대비를 하면서 속도조절을 해야 하기 때문에 스와프시장의 사정과 외환보유액과 환율과 외채 등 여러 변수를 동시에 고려하면서 적절 조합을 찾으려는 행보를 하고 있다. 외환스와프 사정, 외국인 주식,채권 매각, 환율, 외채, 외환보유액이 전부 하나로 연결돼 있다. 어느 한쪽 시장만 보고 그거 해결하겠다고 하면 다른 쪽에 무리가 올 수 있다.


-2~3년전부터 금리 올릴 때 변수로서 부동산 이야기를 했는데 이제 금리 내리는데 있어서 부동산이 변수로서 어떻게 작용하고 있고 진단하는지.

▶한은도 부동산 움직임이 통화정책 결정에 결정적 변수는 아니지만 금리결정 시 상당히 참고할 만한 중요한 정보는 된다는 말씀 드렸다. 그동안 계속 상승세를 보이던 부동산가격이 최근 하락세를 보인다거나 거래가 매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도 한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하나의 배경 중 하나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부동산 가격 및 시장움직임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특별히 도움될 만한 말씀 드릴게 별로 없다.



-지난달 외화자금시장 집중했는데 최근 환율 많이 뛰고 있다. 환율이 뛰는 것도 문제지만 이미 중기들이 키코, 개인들은 역외선물환 등으로 피해보고 있다. 환율시장에도 대책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외환시장 안정되려면 2가지가 필요하다. 이건 서로 연결돼 있다. 직접적으로는 외국인의 주식매각 채권매각 등 이런 것이 감속이 되서 안정돼야 하고, 또 한쪽에서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 은행이나 기업들이 기일 도래한 채무를 원활하게 연장 또는 차환할 수 있는 상황이 돼야 외환시장이 안정된다. 이는 국제금융시장이 안정되면 해결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현재 (환율상황은) 상당한 정도로 국제금융시장 상황에 많이 달려있다. 이런 것들이 아직 정리가 안 됐기 때문에 지금도 환율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이나 해외주식투자 하신 분들의 경우 손해를 상당히 많이 본 면도 있겠지만, 복잡하게 (변수들이) 서로 엮여 있기 때문에 당국에서는 여러 면을 보면서 조심스레 다뤄가야 한다. 한쪽에서는 당국이 나서서 환율을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 모르나, 현재 당국이 나서서 환율을 진정시키기 용이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상황에서 가계와 중기 리스크 요인은 어떤 게 있는지.
▶아무래도 경기가 나빠지니까 재무적 기반이 약한 소상공인이나 소기업들이 상당기간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가계부분은 흔히들 주택담보대출 걱정 많이 하는데 이는 개개의 건으로 보면 어려운 가계도 있겠지만 시스템 전체로 봐서는 크게 위협적이지 않다고 본다. 걱정되는 것은 미분양주택건에서 보는 것처럼 중소건설업체와 그와 연계된 여러 금융권의 여신이다.



-한은에서 금리 내렸는데 여전히 시중금리 높은 편이다. 앞으로 또 다른 복안이 있는가.
▶기준 금리를 내릴 경우 시장금리 영향 등은 그때그때 시장상황에 달려있다.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시장금리 따라오는데 영향 줄 것으로 보는 거다. 지금 현상은 (금융시장 내)조금씩 막힌 데가 있기 때문이다. 뭔가가 일시적 막혔기 때문에 금리가 못 내려가게 되는 부분은 한은이 나서서 그 부분에 단기 유동성 공급, 금리인하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하겠다.

지난 수주 동안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이 주로 혜택을 본 공개시장조작을 통한 조치를 취했고, 다음 주에는 은행채를 포함한 공개시장조작 등이 있을 것이다. 필요시 마다 막힌 곳이 있어서 (금융시장이)제대로 작동 못할 때는 이를 풀려가도록 해 나갈 생각이다.

-금리인하를 해도 유동성이 공급이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한은에서 좀 더 과감하게 인하하고 은행채 직매입 등 공격적 조치를 해 줄 수 없는가 하는 기대감이 있는 것 같다. 금리인하 기조가 계속되면 재정지출이 늘어나고 환율 불안요인 가능성 있는데 생각은 어떤가.
▶금리 인하가 시장에 빠르게 파급 안 되고 잇다는 점에 대해서는 앞서 답변 했다. 한은은 나름대로 시장의 필요한 부분에 유동성 공급하는 조치 계속해 나가겠다. 추후 금리조정 문제는 금융시장 상황, 실물경제 봐 가면서 적기에 대응하면 된다고 본다. 환율은 정부가 경기부양책 쓸 경우 원화약세 압력을 생각할 수는 있다. 그러나 현재 환율을 움직이고 있는 직접적 변수는 금융시장 불안과 외국인 매도세다. 금리문제는 다른 나라도 공격적으로 인하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차 때문에 환율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정책을 하는 사람들은 정책 강도와 시기, 정책의 전환점을 잘 맞춰야 경제의 지나친 침체를 방지하면서 중기적으로 체질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지금은 정부나 중앙은행이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 타임이다. 나중에 경기가 살아날 때 우리가 얼마나 적절한 시점에 정책 전환을 포착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지금은 오히려 경제가 지나치게 위축 안되도록 초점을 맞추는 것이 맞다. 장기체력 약화를 막기 위해서는 그때가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한은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지금 흔히 주가를 염두에 두고 말하는데 현재 최강수를 쓰고 있는 미국도 주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시장가격 변수에 따라서 그렇게 판단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결국 정책이란 것은 얼마나 강하게 어느 시점에 (결정)하느냐가 중요하다. 너무 빠르거나 늦어도 문제고, (강도가)커도 작아도 문제다. 지금은 워낙 경제활동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으니까 '강도가 크면 클수록 좋다'는 생각들이 나오고 있지 않지만 한은이 보기에는 (조치가)충분히 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좀 (분위기 등에)휩쓸리지 않고 조금은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한은은 너무 뒤쳐지지도 않고 너무 지나치지도 않도록 항상 신경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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