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 '침체'공포에 이틀째 폭락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11.07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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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 4.8%↓..소매·실적 악화, 고용발표전 '선매도'가세

뉴욕 증시가 버락 오바마 후보 당선 이후 이틀 연속 폭락했다.
새 정부의 경제 정책 리더십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기업 실적과 암울한 경기지표가 투자심리를 꽁꽁 얼어붙게 했다.

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에 비해 443.48포인트(4.85%) 급락한 8695.79를 기록, 6일만에 9000선이 또 붕괴됐다. 이틀간 하락폭이 10%에 달해 이틀 연속 하락폭으로는 1987년 증시 붕괴 당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S&P500지수는 47.89포인트(5.03%) 내린 904.88, 나스닥지수 역시 72.94포인트(4.34%) 떨어진 1608.70으로 장을 마쳤다.

2주 연속 실업수당을 청구한 사람 수가 384만3000명으로 83년이후 25년만에 최대수준에 달했다는 소식이 '대공황'의 그림자를 증시에 드리웠다.
내일 발표될 고용지표가 다시 한번 증시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선매도' 러시를 불렀다.



유통업체들의 10월 매출이 할인점인 월마트를 제외하고는 곤두박질친것으로 나타나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견조한 실적을 이어오던 세계 최대 네트워크 업체 시스코가 전날 장마감 후 2분기(10월~12월) 매출이 10%까지 줄 것으로 예상한 점도 악재였다..

이날 유럽중앙은행과 영국중앙은행, 스위스중앙은행, 체코중앙은행이 동시에 금리 인하를 발표했지만 유럽과 미국의 주가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리보금리 하락세가 뚜렷해 지는 등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은 회복 조짐도 뚜렷했지만 투자자들은 신용경색보다는 경기침체에 초점을 맞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내년 세계경제성장이 2.2% 성장하는데 그치고 주요 선진국들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선으로 급락하면서 에너지 관련주가 동반 약세를 보인 점도 지수를 끌어내렸다.

◇ 실적 한파에 주가 줄 급락

다우지수 30종목이 모두 급락했고, 그중에서도 제네럴 모터스 주가가 13.7%로 낙폭이 가장 컸다. GM을 비롯한 자동차 빅3는 이날 오후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만나 구제금융을 요청했으나 성사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이다. 포드 역시 5.3% 내렸다. 두 회사는 7일 실적발표가 예정돼 있어 주가 낙폭이 더 커졌다.

유통업체들의 10월 동일점포 매출이 월마트를 제외하고 한파를 피하지 못했다.
금융위기와 주택과 주식 등 자산 가치 감소로 얼어붙은 소비 심리가 그대로 실적에 반영됐다.

월마트는 할로윈 시즌맞이 할인 행사 덕에 동일점포 매출이 2.4% 증가했다고 밝혀 유통업계의 체면을 겨우 살렸지만 주가는 1.2% 하락을 피해가지 못했다.

반면 월마트의 최대 경쟁업체인 타깃의 10월 동점포 매출은 4.8% 감소해 예상(2.8% 감소) 보다 더 크게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트코도 1% 감소해 3.6% 증가할 것이란 예상 보다 더 나빴다.

백화점인 메이시의 10월 동점포 매출은 6.3%, JC페니의 매출은 13% 각각 급감해 백화점 매출 감소가 더 컸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스코는 전일 장마감 후 실적발표와 함께 회계연도 2분기(10월~12월) 매출이 10%까지 줄 것으로 예상해 2.2% 급락했다. 불과 8월만 해도 실적 전망이 나쁘지 않다고 했던 것을 뒤집은 발표로 충격이 컸다. 시스코 주가는 2.8% 떨어졌고 애플도 4% 떨어졌으며, IBM 휴렛패커드 등 기술주들이 동반 약세를 보였다.

웰스파고는 전날 100억달러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여파로 9.2% 내렸다.

◇ 유가 60달러 붕괴 눈앞..에너지주 약세

국제유가가 또다시 급락, 배럴당 60달러 선 붕괴를 눈앞에 뒀다.
이로 인해 엑슨 모빌이 5%, 콘솔 에너지는 20% 폭락하락하는 등 에너지주가 일제 약세였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4.53달러(7%) 떨어진 60.77달러로 마감했다.
장중 배럴당 60.16달러까지 떨어져 지난해 4월22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7월 기록한 고점(147달러) 대비 59% 하락 한 것이다.

미국 등 세계 주요국 증시가 급락하는 등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원유 수요 감소 전망도 커졌다.

국제 에너지기구(IEA)는 내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유가 하락세를 돌려놓지 못했다.

◇달러, 유로에 급등 '안전자산' 선호 확산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인한 '위험회피'현상 확산과, 유럽지역 금리인하 영향으로 달러화가 유로대비 급등세를 보였다.

6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에 비해 2.37센트(1.82%) 급락(달러가치 급등)한 1.2719달러를 기록했다. 달러/파운드 환율도 1.44% 하락했다.

이날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프랑크푸르트에서 금융정책위원회를 열고 기준 금리를 3.75%에서 3.25%로 0.5%포인트 인하했다.

이날 영국 중앙은행(BOE)은 기준 금리를 4.5%에서 1.5%포인트나 낮춰 3%로 조정했고 스위스 중앙은행은 예정에 없던 회의를 소집해 2.5%인 기준금리를 2%로 0.5%포인트 인하했다. 체코 중앙은행도 기준 금리를 2.75%로 0.75%포인트 인하했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금리 인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금융위기로 경기 침체가 더 확대될 경우 오늘 인하 후에도 추가로 금리를 더 내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엔/달러 환율은 0.28엔(0.29%) 하락(엔화가치 상승)한 97.65엔에 거래됐다.
미 증시가 급락하면서 캐리트레이딩 청산현상으로 엔화 수요가 급증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 고용 지표, 끝없는 악화

지난주(10월27일~11월2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48만1000건을 기록해 전주 보다 4000건 감소했다고 미 노동부가 6일 밝혔다.

블룸버그가 조사한 전문가 예상치 47만7000건을 상회하는 결과다.

2주 연속 실업수당을 청구한 사람은 384만3000명으로 전주 372만1000명보다 늘었고 예상치 374만3000명을 상회했다. 이는 지난 83년 25년만에 최대 수준이다.

노동자들의 시간당 노동 생산성을 나타내는 미국의 3분기 노동생산성이 연율로 1.1% 상승했다고 미 노동부가 밝혔다. 단위 노동비용은 3.6% 상승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는 노동생산성 0.7% 상승, 노동비용은 3% 상승이었다.

◇ IMF, "주요 선진국, 내년 일제 역성장"

국제통화기금(IMF)은 6일(현지시간) 내년 세계경제성장이 2.2%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달 밝힌 기존전망치 3.0%보다 불과 한달만에 0.8%포인트 낮춘 것이다.

IMF는 이날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수정치 자료를 통해 올해 세계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보다 0.2% 포인트 낮은 3.7%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국가별로는 기존 전망에서 0.1%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던 미국이 -0.7% 역성장 할 것으로 수정했다.
유럽은 기존 전망치 0.2%에서 -0.5%로, 일본은 0.5%에서 -0.2%, 영국은 -0.1%에서 -1.3%로 수정, 주요 선진국 경제가 일제히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도 내년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 9.3%보다 낮은 8.5%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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