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증시의 구원투수 될까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8.11.0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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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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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증시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증권가에서 오가고 있는 화두입니다. '오바마발 재료'는 증시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는 인상입니다. 당선이 발표된 지난 5일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5% 이상 급락했습니다. 국내 코스피지수는 다음날인 6일 7.56%나 떨어졌습니다.

그럼에도 국내 증권가는 오바마 당선자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상·하원에서도 민주당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함에 따라 증시 회복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이란 낙관론이죠.



전문가들은 미국은 물론 한국 증시의 상승 조건으로 △냉철한 실패원인 분석 △과감한 환부 도려내기 △일사불란한 결단과 추진을 꼽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지금처럼 사상 유례없는 위기에 내몰린 이유를 침착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필요할 경우 과감하고 신속하게 원인을 제거해야 하는데, 이러기 위해서는 힘 있는 정부가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형태상 오바마는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습니다. 백악관 뿐 아니라 상원·하원을 민주당이 거머쥠으로써, 저항과 반발을 최소화하며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는 수단을 확보했습니다.



오바마의 독특한 성향도 긍정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한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오바마 당선자는 미국 대통령 중 가장 특이하고 역동적인 경력의 소유자"라며 "지금처럼 금융과 경제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기를 돌파하기 위해 선택한 인물"이라고 평했습니다.

오바마의 경제정책은 개인 성향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오바마노믹스(Obamanomics)'는 케인즈류의 적극적인 개입 정책이 될 전망입니다. 부유층에 대한 증세, 일자리 창출 등은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 속에서 가능해집니다.

오바마는 금융위기 해법으로 주택대출자 보호, 수십억 달러의 경기부양책, 금융회사에 대한 감시· 감독 및 규제 강화로 내놨습니다. 개인 성향, 경제 및 금융정책 등을 볼 때 오바마의 지향은 '역동적(energetic)' 이라는 단어로 요약됩니다.


오바마의 출신도 이 점에서 긍정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오바마는 미국 특유의 최대 장점인 '열린 시스템(open system)'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입니다.

옛 로마제국이 본국 이탈리아 출신이 아닌 이방인(속주 출신)의 황제들을 배출하며 신선한 에너지를 공급받았듯, 오바마 정부도 그럴 것이란 기대입니다. 로마 제국의 최대 전성기를 이끌었던 5현제(賢 帝) 중 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안토니누스 피우스 등 3명의 황제는 속주 출신입니다. 이들은 건강조차 돌보지 않은 채 제국 경영에 몰두했고, 영광을 일궈냈습니다.

오바마 당선자의 마음 속에는 아마도 '위대한 컴플렉스'가 있을 것입니다. 케냐 출신의 생부,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를 둔 혼혈…. 위대한 컴플렉스는 위대한 지도자를 낳기도 합니다. 에이브러험 링컨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의 일개 변호사에 불과했던 링컨은 선술집과 길거리에서 직접 체득한 '내공'과 뛰어난 친화력, 솔직하면서도 희망찬 연설을 바탕으로 예상을 깨고 대통령에 올랐습니다.

링컨의 최대 무기는 '자신을 끊임없이 낮출 줄 아는 능력'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강력한 정적이었던 윌리엄 슈어드, 에드윈 스탠턴, 새먼 체이스 등을 내각으로 끌어안았고, 마침내 그들의 마음을 낚았습니다. 미국 최대 위기였던 남북전쟁을 슬기롭게 헤쳐 나갔던 바로 그 내각입니다. 링컨이 위대한 컴플렉스를 승화시킨 결과입니다.

미국은 오바마 당선자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미국 전체 인구의 13%에 불과한 흑인 중에서 대통령이 나온 이유입니다. 오바마가 '위대한 이방인 대통령'이 되기를, 링컨처럼 또다시 미국을 위기에서 탈출시켜줄 구원자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20여년동안 미국 번영을 지탱해 준 신자유주의의 급격한 쇠퇴 , 쓰나미를 능가하는 금융시스템 위기, 서서히 숨통을 조여오는 실물경제 위축…. 미국인은 이에 맞서 흑인 대통령을 뽑았습니다. 상·하원 모두 민주당이 장악하게 했습니다. 강력한 위기에 맞서 강력한 정부라는 카드를 선택했습니다.

이제 세계는 오바마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꿈, 미래, 도전, 변화'를 외치며 대권에 도전한 당찬 흑인 지도자에 새로운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새로운 에너지를 결집시켜 새로운 '판'을 만들 것이란 기대입니다.

증시는, 투자자들은 신선한 재료를 선호합니다. 산뜻한 상승 동력에 주목합니다. 오바마 당선자는 당선 그 자체로 꽤 상큼해 보입니다. 하지만 결국 오바마 당선자의 성패는 이방인 황제나 링컨처럼 새로운 '코드'와 '비전'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실천해 나가느냐에 좌우될 것입니다. 상큼했던 만큼, 기대했던 만큼 "신선하고 새롭다"는 평가를 받을 때 비로소 증시는 진정 환호하게 될 전망입니다. 이제 세계는, 글로벌 증시는 오바마의 다음 행보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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