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흑자, 10년전 'V반등' 기대 어렵다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08.11.0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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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이듬해인 1998년, 무역수지가 직전해 84억달러 적자에서 390억달러 흑자로 반전했다. 무역수지 흑자로 가용 외환이 급격하게 늘어 경기는 'V'자형으로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고환율과 무역수지 적자.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을 IMF 직전과 비교할 때 단골로 거론되는 현상들이다. 수출입 환경의 상당수가 IMF 때와 유사한 상황이지만 당시처럼 극적인 무역수지 반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6일 국회 조찬강연에서 "최근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섰는데 이는 수출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유가 하락 등으로 수입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10월 무역수지는 수출 증가율이 10.0%대로 9월까지 누적 실적에 비해 절반 이하로 둔화되기는 했지만 수입 증가율이 더 큰 폭으로 낮아져 5개월만에 흑자를 나타냈다.



1998년 사상 최대 무역수지 흑자 역시 수출 증가가 아닌 급격한 수입 감소에 따른 실적이다. 당시 수출은 전년도보다 2.8% 감소했지만 수입 감소폭은 35.5%에 달했다. 환율 급등 및 내수 침체로 수입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환율도 IMF 당시와 유사하다. 1998년 원/달러 평균 환율은 1389원으로 상승했다. 최근 1200원대로 하락하기는 했지만 지난달 평균 환율은 1326원에 달했다. 앞으로도 금융위기 전개 상황에 따라 환율이 요동칠 여지는 충분하다.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 전세계 경기는 적어도 1998년보다는 우호적일 것으로 예측된다. 전세계로 경제위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IMF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1998년의 연간 성장률 2.54%보다 높은 3.03%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수출이 1998년처럼 감소세로 전환하는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내년에 수출이 한자리 수 비율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내년 수출증가율을 한국무역협회는 8.6%, 삼성경제연구소는 8.3%, LG경제연구원은 8.9%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내년 수출보험 한도를 40조원 확대하는 등의 지원책을 펴 수출증가율을 두자리 수로 유지한다는 것이 목표다.

다만 수입이 IMF 때만큼 급격하게 줄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무역수지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내년 우리나라 경제가 3∼4%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국내 수입 수요 또한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였던 IMF 당시만큼 급격하게 둔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전체 수입 증감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가 1998년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1997년 두바이유는 배럴당 12.21달러로 안정돼 유가가 부담 요인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5일 기준 두바이유는 59.36달러로 5배 정도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두바이유가 내년 85달러, LG경제연구원은 90달러에 평균적으로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98년에 비해 7배 이상 비싸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민간연구소들은 내년 전체 수입증가율을 6.9∼6.2%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무역수지의 경우 무역협회는 25억달러 흑자로 내다보고 있으며 삼성경제연구소는 37억달러 흑자, LG경제연구소는 31억달러 적자로 예측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경기가 나쁜 해일수록 무역수지 흑자 폭은 커지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1998년만큼 큰 폭의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달 중 내년 수입 증가율 전망과 함께 무역수지 전망치를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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