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불확실성 걷힌 증시, 문제는 침체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11.0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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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의 투데이]

ⓒ삽화=임종철ⓒ삽화=임종철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둠에 따라 시장의 불확실성 요인중 하나는 확실히 걷혔다.

오바마는 조만간 차기 재무장관 선임을 발표하는 등 경제위기 해결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 당선 축하 파티는 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는 큰 후유증을 남겼다.



이날 뉴욕 증시는 5%가 넘는 하락세를 기록했다. 다우지수는 5.09%, S&P500지수는 5.27%, 나스닥지수는 5.53%씩 하락했다.

뒤이어 6일 열린 아시아 증시도 급락세로 돌아섰다. 최근 반등을 지속한데다 뉴욕 증시가 경기침체 우려로 하락한 것이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에서는 또 다시 하락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큰 변동성에 무릎을 꿇었다.



물론 이날 주가 하락이 오바마 당선에 따른 후폭풍으로는 볼 수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를 두고 축제를 마친 후 정신을 차려보니 경기침체(Recession) 공포가 제대로 엄습함에 따라 갑자기 현실로 돌아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가 부시 행정부로부터 물려받은 암울한 경기 상황은 앞으로 시행될 경기부양책의 약발이 제대로 탄력을 받을지에 대해 불투명한 전망을 연출하고 있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오바마가 실현하려는 규제 위주 경제정책이 오히려 월가와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날 무엇보다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발표된 미국의 고용 및 서비스 관련 지표였다.

미국의 10월 구매관리자협회(ISM)의 비제조업지수(서비스업지수)는 44.4를 기록, 전문가 예상치 47을 하회했다. 이는 9월 50.2보다 크게 악화된 수치로 이 지수가 만들어진 1997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10월 ADP 민간고용도 15만7000명 감소, 6년래 최대폭 줄어들었다. 10월 ADP민간고용은 9월 2600명 감소 대비 감소폭이 급격히 확대됐으며 이는 전문가 예상치인 10만2000명 보다도 더 많았다.

10월 유로존 서비스부문 5개월 연속 위축됐고, 영국의 10월 서비스 지수 역시 42.4를 기록, 1996년 이 지수가 집계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다시 위험선호 기피 현상으로 달러는 강세를 기록했다. 아직까지 전세계 투자자들은 조금이라도 악재가 터져나오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아직 바닥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변동성이 줄어들어야지만 증시는 맘놓고 반등할 수 있다.

하워드 휠든 BGC 파트너스 투자전략가는 "증시가 꿈에서 깨어나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증시는 선거의 도취감을 지속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에서 터져나온 암울한 경제지표 관련 소식들이 증시에 부담으로 다가왔다"고 지적했다.

이날 증시는 영란은행(BOE)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이날 50bp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며, 영국은 이보다 큰 폭이 예상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기준금리를 1%까지 낮췄지만 BOE와 ECB는 각각 4.5%, 3.75%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다. ECB는 내년 4월까지 기준금리를 2.5%로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영란은행이 심각한 경기침체 국면을 회피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0%까지 내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영란은행 정책위원을 지냈던 찰스 굿하트와 씨티그룹의 마이클 선더스 이코노미스트는 "금리는 하락 쪽으로 긴 여정을 가야할 것"이라며 "기준금리 '0'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키 레드우드 캐피털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서비스 지수의 큰 폭 악화로 100bp의 금리 인하도 예상할 수 있다"면서 "영국은 심각한 경기침체에 진입했기 때문에 기대할 것은 기준금리가 아주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선물시장에서는 BOE가 기준금리를 3.5%로 인하할 가능성을 40%로 반영하고 있다.

전세계는 이미 동반 금리 인하에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그만큼 경기침체가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상품 가격 하락이라는 '디플레이션'까지 겹친 경기침체는 일본의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다시 되돌리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그만큼 이번 하락의 후유증은 더욱 심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오바마 정부팀의 발빠른 경기부양대책이 나와야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 가시화돼 증시도 변동성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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