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급락… '축제 뒤엔 냉혹한 현실'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11.06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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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마감]서비스·고용 지표악화에 '오바마 효과' 실종

버락 오바마 후보의 대통령 당선 '축하 랠리'를 펼쳤던 미 증시가 하루만에 급락세로 반전했다.

사상 첫 흑인 대통령 당선과 경제회복 리더십 기대로 인한 흥분이 가라앉으면서 암담한 경제 현실이 다시 투자자들의 심리를 지배했다. 전날 급등이 일시적 반등이라는 인식에 따른 단기 차익매물도 쏟아졌다.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에 비해 486.01포인트(5.09%) 하락한 9135.53으로 마감했다.
S&P500지수는 52.98포인트(5.27%) 내린 952.77, 나스닥 역시 98.48포인트(5.53%) 물러선 1681.64로 장을 마쳤다.



10월 서비스산업이 기록적으로 위축되고 민간고용도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침체에 빠진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

유가도 하루만에 급락세로 반전하면서 서비스 에너지 관련주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금융주 역시 약세로 돌아서는 등 전업종이 부진을 보인 끝에 3대 주요 지수는 장중 최저치 수준에서 장을 마쳤다.



◇고용 서비스 '기록적' 감소

이날 발표된 미국의 고용 및 서비스 관련지표는 채 가시지 않은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10월 구매관리자 협회(ISM) 비제조업지수는 44.4를 기록, 전문가 예상치 47을 하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9월 50.2보다도 크게 악화된 수치로 이 지수가 생겨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10월 ADP 민간고용도 15만7000명 감소, 6년래 최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ADP 민간고용은 9월 2600명 감소 대비 감소폭이 급격히 확대됐으며 이는 전문가 예상치인 10만2000명을 큰 폭 하회한 수치다.

서비스 산업의 둔화 소식으로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가 3.5% 하락했다. 2위 업체 타깃도 8.7% 급락하는 등 관련주가 일제히 뒷걸음쳤다.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대형 제조업체 주가도 맥을 못췄다.
제너럴 모터스는 금요일인 7일 실적과 함께 중대발표를 할 것이라는 소식에 따른 불안감으로 2.5% 떨어졌다.

씨티그룹이 14% 급락하면서 다우지수 구성 블루칩 가운데 하락폭이 가장 컸다.

◇시스코 타임워너 실적도 부담



세계 최대 네트워크 업체인 시스코 시스템즈는 장마감후 실적 발표가 예정된데 따른 불안감으로 5.3% 떨어졌다. 시스코는 장마감후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같은 22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일회성 항목을 제외한 주당 순이익은 42센트로 집계됐다. 이는 팩트셋 집계 애널리스트 예상치인 주당 39센트를 웃도는 것이다.
장마감후 실적발표이후 1% 안팎의 강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세계 최대 미디어업체 타임워너는 자회사인 타임의 구조조정 비용과 경기 둔화 등 요소로 올해 실적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6% 내렸다.

구글이 야후와의 인터넷 광고 제휴 협약을 철회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야후의 합병 가능성이 다시 부각, 주가가 4.4% 올랐다. 반면 구글은 6.3% 떨어졌다.



미국 법무부가 인터넷 광고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두 업체의 협약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구글은 이번 광고 공조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 급락반전, 고용 서비스 '기록적' 감소

미 대통령 선거 다음날인 5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7% 이상 급락하며 배럴당 65달러선으로 후퇴했다. 이에 따라 엑슨모빌이 4.9% 떨어지는 등 에너지 관련주가 부진을 보이며 지수발목을 잡았다.



버락 오바마 후보의 당선으로 인한 경기부양책 가속화 기대가 진정되면서 부진한 경기지표와 에너지 재고 증가가 유가 하락요인이 됐다. 전날 10% 이상 폭등한데 따른 경계매도세도 강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5.23달러(7.4%) 떨어진 65.30달러를 기록했다.

지표 악화로 인해 원유 수요 감소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유가하락의 최대 요인이 됐다.



이날 미 에너지부는 지난주 원유 재고가 전주와 동일한 3억1190만 배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휘발유 재고는 1억9610만 배럴로 110만배럴, 난방유를 포함한 정제유 재고도 120만배럴 늘어난 1억2780만배럴을 기록했다.

◇달러 상승세 반전

미 대통령 선거일인 어제(4일) 큰 폭으로 떨어졌던 달러가치가 상승세로 반전했다.
'대선 효과'가 가라앉고 미국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안전선호' 분위기가 다시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5일(현지시간) 오후 3시23분 현재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에 비해 0.31포인트(0.23%) 하락(달러가치 상승)한 1.2950달러를 기록했다. 달러/파운드 환율도 0.18% 떨어졌다.

GFT의 환율리서치 담당 이사 캐시 리엔은 "역사적으로 새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는 달러화가 유로 및 엔화 대비 강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6일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로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유로 대비 달러화 강세를 초래했다.



엔/달러 환율은 1.02엔(1.02%) 하락(엔화가치 상승)한 98.69엔을 기록했다.
미 증시가 급락세로 반전하면서 엔 캐리트레이딩 청산 여건이 형성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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