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아닌 척해도 뼛속 깊이 'WASP(앵글로색슨계 백인 신교도) 우월주의'가 녹아있는 미국 사회에서 흑인 대통령의 탄생은 '일대 혁명'에 다름아니다.
'유리 천정'이란 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란 뜻으로, 미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리천장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미국 대선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흑백, 남녀 등의 구분보다 어떤 인물이냐가 유권자들에게 더욱 중요했다는 것"이라며 "뛰어난 여성 후보가 나온다면 미국에서 여성 대통령의 탄생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정치사를 볼 때 미국민들이 정치적으로 여성보다 오히려 흑인에게 더 관대했다는 점에서 여성 대통령의 탄생에 앞선 흑인 대통령의 탄생은 예정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그러나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아깝게 패한 클린턴 상원의원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오바마의 재선 출마를 가정할 때 클린턴 상원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하려면 최소한 8년 뒤인 2016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 경우 미국 대통령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인 '정치인으로서의 신선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이후 미국에서 대통령이 된 사람 가운데 90% 이상이 주요 공직(상·하원의원, 주지사, 시장) 경력 14년 미만에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클린턴 상원의원은 2000년부터 상원의원을 지냈고, 앞서 1993년부터는 퍼스트 레이더로 활동했다. 오히려 이번 대선 초반 돌풍을 일으킨 새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최초 여성 대통령에 좀 더 가까워 보인다.